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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잠실·신촌·여의도 등 도로가 폭삭…잇따른 ‘싱크홀’, 시민은 불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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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땅꺼짐’ 사고로 인적·물적 피해

지하수 고갈·상하수도관 낡은 탓

외국에선 지하수 보충 등 대책 실행

전문가 “지하 공사 때 조사 철저히”


서울 등 대도시 땅바닥이 여기저기 푹푹 꺼지고 있다. 아무런 전조 없이 나타나는 땅꺼짐(싱크홀) 현상은 지상에는 고층건물, 지하에는 상하수도관과 가스관·지하철이 난마처럼 얽힌 대도시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인공위성을 통한 지반침하 조사까지 진행중이지만 대책은 허술해 시민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지난 24일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 한 아파트단지 앞 인도가 갑자기 2m 깊이로 내려앉으며 지나가던 여성 1명이 다쳤다. 버스정류장과 불과 1m 떨어진 곳이어서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지난 18일에는 대규모 지하 공사가 진행중인 서울 연세대 안 도로 3㎡ 정도가 40㎝ 깊이로 꺼졌다.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도로에서도 17일과 지난달 19일 1.5m, 3m 깊이로 땅꺼짐 현상이 나타났다. 최근 서울 잠실 초고층 제2롯데월드 공사장 주변에서도 땅꺼짐 현상이 여럿 신고됐다. 대전 등에서도 도로 땅꺼짐에 의한 차량 사고가 발생했다. 2012년 인천에서는 대형 싱크홀로 오토바이 운전자가 숨지고 도로가 아수라장이 됐다.

전문가들은 지하공간 건설과 이로 인한 지하수 유출·고갈, 상하수도관 노후화 등이 갑작스런 지반침하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지하 25m 땅속 압력은 지표면의 10배 정도다. 지하철을 부설하거나 고층건물을 올릴 때 터파기를 하는데, 이때 지반을 지탱하는 지하수가 흙과 함께 빠져나간다. 지하수가 받쳐주던 곳이 빈 공간이 되면서 땅꺼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상하수도관의 균열로 땅 밑에 물길이 생겨 땅이 무너지는 일도 있다. 의정부와 국회 앞 도로 땅꺼짐의 원인이다. 의정부 사고는 근처에 매설된 아파트 정화조가 터지면서, 국회 앞 도로는 40년 넘은 하수관에 틈이 생기면서 흙이 쓸려나갔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지하수 과다 사용으로 인한 지반침하를 위성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연구원의 김태훈 박사(지반공학)는 28일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을 억제하고, 도심지 지하 공사를 할 때는 상하수도관 정보와 지반 상태를 확인하는 등 철저한 사전조사와 시공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집중호우 때 산성화한 지하수가 석회암 지반을 용해시켜 땅꺼짐을 일으키기도 한다. 서울시는 “서울지역 지반은 대부분 화강암·편마암 구조”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토목공학)는 “초고층 제2롯데월드가 지어지는 잠실 일대는 화강암이 많은 서울 강북과 달리 토층이 깊어 지하수가 빠지면 주변 지반 전체가 침하할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대규모 토목공사 때 교통영향평가만 할 것이 아니라 지하 공사 재해영향평가도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에서는 훨씬 심각한 땅꺼짐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8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땅꺼짐 현상으로 3층짜리 리조트 건물이 무너졌다. 2007년 미국 샌디에이고 주택가에서도 땅꺼짐으로 주택 수십채가 무너졌다. 지난해 9월 중국 허베이성에서는 20m 깊이의 싱크홀 속으로 16명이 건물과 함께 빨려들어가 목숨을 잃었다. 2010년 6월 과테말라에서는 도심 한복판에 지름 30m, 깊이 60m의 구멍이 생겨 건물 3채가 빨려들어갔다.

도심 땅꺼짐을 막기 위한 지하수 인공함양(빠져나간 지하수를 채워 넣는 작업) 필요성도 제기된다. 스위스는 지하수를 빼 쓴 만큼 다시 보충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일부 신축 빌딩은 빠져나가는 지하수를 지반에 재투입하는 인공함양을 실시하지만 지하수 오염 우려도 있어 이를 제도화하는 방안은 아직 검토중이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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