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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입이 달콤하면 몸은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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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식후에 디저트나 커피를 마시는 것은 바쁜 일상 속에서 누리는 몇 안되는 ‘낙(樂)’ 중 하나다. “디저트 배가 따로 있다”는 변명아닌 변명을 하면서도 우리는 ‘단 것’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에 빠진다. 단 맛은 인간을 포함해 모든 동물이 가장 좋아한다고 알려진 맛이다. ‘달다’라는 말이 주는 그 느낌은 우리의 생활 속에도 녹아 있는데, 가령 연인을 ‘허니(honey)’라고 칭하기도 하는 것은 애인사이에서 피어나는 간질한 ‘케미(남녀 간에 서로 강하게 끌리는 감정)’가 ‘단 맛’과 비슷하기 때문일테다.

단 맛은 중독된다. 빠져들면 많이 먹기 쉽다. 불행히도 당(糖) 섭취는 과하면 비만과 당뇨,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즐기는 만큼 조절하는 능력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같은 ‘당’의 과잉 섭취로 인한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당 저감화 캠페인을 진행하고있다. 우리나라 당류 섭취량은 평균 61.41g 정도로 미국, 영국 등 평균 당 섭취량이 100g을 훌쩍 뛰어넘는 외국과 비교했을 때 아직까지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당류 섭취량은 2008년 56.0g에서 3년 사이 16.6% 늘어나는 등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당 섭취를 조절하는 사전작업이 필요한 이유다.

▶ 과일주스는 과일이 아니고, 커피음료는 커피가 아니다 = ‘설탕 두 스푼을 넣으면 5층을 걸어가야 합니다’. 커피를 즐기는 이들이 많아졌다. 커피를 활용한 음료도 무궁무진하다. 우유와 각종 시럽을 조합해 만든 커피음료는 대한민국 성인이 즐기는 디저트 중 순위를 다툰다. 요즘 커피 전문점에 어렵잖게 볼 수 있는 ‘경고 문구’가 보여주듯, 커피 음료는 성인 당 섭취의 주요 근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발표된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분석한 결과 30세 이상 성인은 음료류를 통한 당류 섭취량 중 43.3~53.9%를 커피로부터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65세이상, 50~64세, 30~49세 순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음료류 중 커피를 통한 당류 섭취비율이 높았다.

실제 지난 2011년 식약처 조사에 따르면 커피 전문점 음료의 평균 당 함량(300ml 기준)은 WHO 권고량 50g의 9~64% 수준이었다. 카라멜마끼아또나 카페모카 1잔(300ml 기준)을 마시면 WHO 1일 섭취권고량의 29% 수준인 약 14.5g의 당을 나도 모르게 섭취하게 된다.

비단 성인 뿐만이 아니다. 6세이상 모든 연령층에서 음료류의 당 섭취 기여도가 높았고, 19~29세에서는 음료류를 통한 당류 섭취량이 가장 높았다.

건강에 좋은 음료로 알려진 과일, 채소음료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컨슈머리서치가 시중에서 판매되는 58개 주스(200㎖기준)를 조사한 결과 3개 중 1개 꼴로 제품의 당류 함량이 콜라보다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19개의 주스에 함유된 당은 하루 권장 치의 절반에 육박했다. 한국영양학회의 ‘2010 한국인 영양섭취기준’은 총당류의 섭취기준은 ‘총에너지 섭취의 10~20%’로 권장하고 있다. 2000kcal기준으로 약 50∼100g 정도다.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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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밥’도 예외는 아니다 = 음료류가 대한민국 국민의 당섭취의 가장 많은 부분을 ‘기여’하는 가운데, 설탕 및 기타당류(16.8%), 빵,과자,떡류(15.2%)가 그 뒤를 이었다. 단순히 과자, 아이스크림 등 단 맛이 강조된 가공식품류 뿐만이 아니다. 식약처 측이 꼽은 당섭취 주요 기여 식품에는 돼지고기볶음, 양파장아찌, 미숫가루(선식)음료, 갈비구이, 불고기, 어묵볶음, 무생채 등 식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리음식들도 포함돼 있다.

예로 막국수 550g에는 23.4g, 오징어채볶음 100g에는 11.7g, 돼지갈비 350g에는 11.4g, 충무김밥 400g에는 17.2g의 당이 들어있다. 식약처는 당 저감화 캠페인 일환으로 설탕 사용을 줄이면서 맛도 함께 살릴 수 있는 다양한 레시피를 개발, 실제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소개하고 있다. 가령 설탕량을 줄인 머핀이나 잼, 재료 본연의 맛을 십분 활용한 무침, 찜 요리 등이다.

▶ 덜 달게 먹기, 건강한 식생활의 시작 = 이미 익숙해진 식습관을 한번에 변화시키기는 어렵다. 결국은 작은 것부터 고쳐나가는 것부터 한걸음씩 시작해야 한다. 평소 갈증이 날 때 탄산음료 대신 물을 마신다. 탄산음료 한 캔에는 20g정도의 당이 들어있어 오히려 갈증을 더 일으킨다. 외식 후에는 단 맛이 나는 후식은 먹지 않도록 한다.

외식 후 계산대 등에 놓여있는 사탕, 껌, 커피 등을 먹는 습관은 당 과다 섭취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또한 가공식품을 구매할 때는 반드시 영양표시를 확인하자. 영양표시에는 1회 제공량이 포함돼 있는 당의 함량이 표시돼 있다. 가공식품을 구매할 때는 영양표시를 비교, 되도록 당의 함량이 적은 식품을 선택하도록 한다.

요리를 할 때는 설탕, 꿀, 물엿 등의 사용을 줄이도록 한다. 물엿 대신 올리고당을 사용하거나 신선한 과일이나 양파를 갈아 넣으면 첨가당을 줄이면서 맛도 한층 더 높일 수 있다. 가공식품보다는 과일, 채소 등 자연식품을 찾아 먹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고, 가공식품을 먹을 때는 크기가 작은 것을 선택하자. 마지막으로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칭찬이나 보상의 뜻으로 사탕이나 초콜릿, 과자 등 단 음식은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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