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는 아랍에 비해 이슬람 교리를 시대 상황에 맞춰 재해석해야 한다는 온건파 무슬림이 많다는 평가다. 인도네시아는 1945년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한 직후, 건국 단계부터 '이슬람의 정치적 역할'에 대해 많은 논의가 오갔다. '종교 지도자가 정치 지도자가 돼야 한다'는 쪽과 '종교는 정치에 관여해선 안 된다'는 쪽이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논의하면서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이다. 국가·종교·공산주의 등 3대 세력을 통합해 국정을 운영한다는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의 '나사콤(nasakom)' 체제가 그런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종교와 현실 정치의 협력이 활발해졌고 '이슬람으로 나라를 다스리자'는 급진주의 세력은 소수파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동남아는 이슬람이 퍼지기 전부터 불교·힌두교 등 여러 종교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아랍권보다 무슬림의 성향이 온건하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반면 아랍에서는 서구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운동으로 이슬람 급진주의가 득세했다. 이슬람 급진주의는 아랍의 독재정권으로부터 탄압받았는데, 독재정권은 세속적인 데다 서구와 동맹 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서구의 산물인 민주주의도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인식이 아랍 사회에 퍼졌다는 분석도 있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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