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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기업 의존한 성장’ 한계 인정…기업ㆍ가계소득 균형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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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새 경제팀 정책 방향 경제정책 기조 변화

잠자는 기업돈 끌어내는데 초점

수출·대기업 일변도 정책과 달라져

가계소득 증대 방향은 미흡

기업에 채찍보다 인센티브 치우쳐

정책 실효성 있을까 ‘반신반의’


24일 ‘최경환 경제팀’이 내놓은 경제정책방향은 임금과 투자 등에 소극적인 기업에 세 부담을 늘리고, 비정규직 임금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기는 등 수출·대기업 중심의 기존 정책기조와는 뚜렷한 변화를 보였다. ‘기업만 바라보는’ 성장전략의 한계를 인정하고 ‘기업소득과 가계소득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새롭게 제시된 가계소득 증대 방안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

이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은 가계소득 증대를 위해 ‘기업 안’에 잠자고 있는 돈을 ‘기업 밖’으로 끌어내는 데 정책의 중심을 맞췄다. 매년 발생하는 세후 순이익에다 배당·투자·임금증가분을 뺀 금액에 과세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와 최근 3년간 평균 임금 인상분보다 더 많은 임금을 인상한 기업에 조세 감면을 해주는 ‘근로소득증대세제’ 등이 대표적 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기업에 정부 재정이나 기금에서 임금 일부를 지원하기로 하거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올 하반기에 마련하기로 한 것도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성과 임금을 높여 전체 가계소득을 늘리기 위한 방안이다. 기업들의 배당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주주인 배당소득자의 세 부담을 덜어주는 배당소득증대세제나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주주권을 강화해 기업에 배당을 요구하기 쉽게 해주는 것도 기업소득이 밖으로 흐르게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김철주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성장의 내용과 성격이 중요해졌다. 기업 성과→일자리 창출→가계소득 확대란 전통적 경제정책의 한계가 뚜렷하다”고 밝혔다. 규제 완화와 감세, 고환율 정책 등 수출 대기업만 밀어줘 투자와 고용을 늘리려는 기존 전략의 실패를 정부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이런 정책기조 변화는 최근 10년간 생산성 향상분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실질임금 증가율과, 기업소득과 가계소득의 심각한 불균형으로 인해 민간소비가 만성적 부진에 빠지고, 나아가 성장잠재력까지 취약해지고 있는 우리 경제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실제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4%가 넘던 실질임금상승률이 최근(2011~2013년) 들어선 0.5% 아래로 추락하면서 전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가계소득 비중도 같은 기간 동안 66%에서 61.8%로 쪼그라들었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소득과 가계소득의 환류 필요성을 정부가 인식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경환 경제팀이 기존의 경제정책 기조 모두를 수정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서비스업 규제 완화, 민간자본의 공공시설 투자 확대 방안 등 기존의 기조 흐름에 있는 정책들도 함께 내놨다. 특히 이명박 정부도 미세조정이나 일시적 조처 외에는 손을 대지 않았던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주택대출 규제를 내수 활성화를 명분으로 크게 완화했다. 정은보 차관보는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적절한 ‘정책 조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계소득 증대를 중요시하는 정책기조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의 실효성에 대해선 반신반의하고 있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전반적으로 (기업에) 채찍보다 당근을 앞세운 것 같다”고 말했다. ‘채찍’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소득 환류 세제에 따른 실제 과세는 일러야 2017년부터 이뤄지는 반면, ‘당근’이라고 할 수 있는 근로소득증대세제는 내년부터 곧바로 시작된다. 기업소득환류세제가 기업들을 강제하는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는데다, 정부가 이에 대한 재계의 반발을 넘어설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주요한 연결고리인 최저임금 인상과 대·중소기업 격차 해소 방안 등은 아예 거론되지 않은 점을 두고서도 비판이 나온다. 홍장표 부경대 교수(경제학)는 “정부가 가계소득 증대를 위해 여러 분야를 짚은 것 같지만, 알맹이라고 할 수 있는 최저임금에 대해선 언급이 전혀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박종규 연구위원도 “대·중소기업 격차 해소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계소득 증대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할 경우 우리 경제는 더 나쁜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소득 증가가 따라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계의 부채만 늘어나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의도한 ‘소득 주도형 성장’이 아니라 ‘부채 의존형 성장’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종/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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