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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앞에선 ‘러 제재’…겉 다르고 속 다른 英·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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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선 ‘러 제재’ 외치더니

뒤로는 무기수출·유전개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편명 MH17) 피격 사건 이후 러시아 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영국과 미국의 이중잣대가 도마에 올랐다. 영국은 올해 러시아에 대한 무기 수출을 전년보다 52% 더 늘렸다. 미국계 다국적기업 엑슨모빌은 러시아 북극해 유전 개발에 착수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정부는 22일(현지시간) 의회에 보고한 2013∼2014회계연도 해외 무기수출 계약 현황에서 올해 러시아에 저격용 소총과 탄약, 야간투시경 등 251개 군수품 1억3150만파운드(약 2300억원)어치를 수출할 예정이라고 보고했다고 일간 인디펜던트가 23일 보도했다. 영국의 지난해 대러 무기수출액은 8600만파운드였다.

영국의 이 같은 무기 수출 계획은 유럽연합(EU) 외무장관 회의에서 보여준 강경 입장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캐머런 총리는 EU가 무기수출 금지 등 강도 높은 3단계 러시아 제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에 상륙함을 수출하려는 프랑스에는 “영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기에 집권 보수당 정치자금 모금을 위해 경매에 내건 캐머런 총리와의 테니스 경기 티켓을 러시아 기업인이 16만파운드에 낙찰받은 것으로 23일 알려지면서 더 곤란하게 됐다. 러시아 정권의 비호로 돈을 번 기업인에게 기부금을 받는 셈이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집권 사회당 대표는 “캐머런은 위선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영국 시민단체 무기거래반대캠페인(CAAT) 앤드루 스미스 대표도 “억압적인 정권에 대한 무기 수출은 정치적 지지까지 표명하는 일”이라며 수출 철회를 요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엑슨모빌이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난 주말 북극해 원유·천연가스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이는 MH17편 피격 이후 러시아 에너지 부문 제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방침과 상충하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엑슨모빌은 러시아 로즈네프트와 공동으로 북극해 유전·가스전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 19일 노르웨이 항구에서 ‘웨스트 알파’라고 불리는 석유시추선을 출항시켰다. 로즈네프트는 웨스트알파가 22일 현재 노르웨이 북쪽으로 항해하고 있다고 확인했고, 엑슨모빌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합작사업에) 미치게 될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NYT는 전했다.

송민섭 기자,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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