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데스크라인]`골리앗` 삼성전자의 위험성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자신문



삼성전자는 대기업이다. 대기업 중에서도 다른 기업과 비교할 수 없는 초거대 기업이다.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228조6930억원, 영업이익은 36조79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면에서 따라올 기업이 없다. 삼성그룹 내에 70여개 계열사가 있지만 모두 ‘전자’와 비교하면 명함조차 내밀기 부끄럽다. 말 그대로 골리앗 중에서도 골리앗이다.

당연히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1428조원이었다. 단순 비교할 때 삼성전자는 대략 대한민국 GDP의 16%가량을 차지한다. 시가총액으로 따져도 어림잡아 전체의 15%에 달한다. 국가 예산이 360조원 정도니 전체 예산의 60%가량을 한 기업이 팔아 치웠다는 얘기다.

이뿐 아니다. 삼성전자는 ‘TV 명가’ 소니를 이기고 ‘휴대폰의 절대맹주’ 노키아를 꺾었으며 ‘스마트폰 원조’ 애플을 눌렀다. 변방에 머물렀던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린 것도 삼성전자였다. 글로벌 무대에서 뛰는 삼성전자 모습에 흐뭇함과 뿌듯함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지금은 나가도 너무 나갔다. 삼성전자 의존도가 수위를 넘어섰다는 얘기다. 과도한 쏠림으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무엇보다 산업 생태계가 너무 망가졌다. 삼성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삼성을 제외한 다른 기업이 보이지 않는다. 중견·중소기업은 더 심각하다. IT강국을 부르짖었지만 정작 세계무대에 내놓을 강소기업 하나 보기 힘들다.

삼성전자는 덕분에 수많은 중소기업이 성장했다고 강변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모두 ‘삼성의 울타리’라는 전제 조건을 붙였기 때문이다. 뒤집어 얘기하면 삼성이 없다면 잘나가는 중소업체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삼성 쏠림’ 현상만 더욱 심해졌다. 삼성전자라는 1등 기업을 위해 중소기업만 값비싼 대가를 치른 셈이다.

특정 기업의 경제 집중에 대한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게 노키아와 핀란드다. 노키아는 한때 핀란드 수출의 25%, 연구개발 투자의 35%를 차지할 정도로 유일무이한 자존심 기업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을 상실하면서 급격하게 몰락했고 핀란드 경제도 덩달아 휘청거렸다. 물론 핀란드와 노키아는 과거 사례에 불과하다. 생태계 조건도 다르다. 똑같은 전철을 밟으라는 법도 없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삼성전자가 노키아 이상으로 잘해준다면 그만이다.

그러나 불안하기 짝이 없다. 지난 2~3년 동안 삼성전자 1등 효자상품은 휴대폰이다. 우리 경제가 삼성전자에 기울어져 있다면 삼성은 휴대폰에 과도하게 쏠려 있다. 휴대폰 실적이 곧 삼성전자 맨 얼굴이다. 휴대폰이 망가진다면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우리 경제도 직간접 타격이 불가피하다.

분위기는 좋지 않다.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들어섰고 그나마 수요가 일어나는 곳도 돈이 안 되는 저가폰이 득세하는 개발도상국 위주다. 중국도 무섭게 쫓아 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삼성은 스마트폰 이 후에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의료기기·바이오·태양전지와 같은 신수종 사업을 내걸었지만 모두 안갯속이다. 늦었지만 이제는 현실을 제대로 봐야 한다. ‘골리앗’ 삼성전자에서 자유로울 때 비로소 대한민국 경제도 제대로 설 수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