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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흑인 대통령을 만든 '美소수인종 우대'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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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州, 소수인종 우대 금지대법원서도 합헌 결정 내려다른 州까지 폐지 이어질수도大入때 흑인·히스패닉 가산점1960년대부터 美전역서 실시

미국에서 가장 복잡미묘한 게 인종 문제다. 관공서는 물론이고 수도, 전기 공급 업체 안내 문구를 보면 인종이나 성별, 나이, 성적(性的) 취향에 따라 차별하지 않는다는 말이 꼭 있다. 그런데 대학 갈 때만큼은 예외다. '소수 인종 우대 정책'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적극적 조치)'에 따라 오히려 백인이 차별받는다. 같은 점수여도 흑인이나 히스패닉계는 가산점을 받기 때문에 훨씬 유리하다.

그런데 미국 대법원이 22일 '인종을 차별하거나 우대해서도 안 된다'는 내용으로 2006년 주(州) 헌법을 바꿔 '소수 인종 우대 정책'을 없앤 미시간의 결정을 찬성 6명, 반대 2명으로 합헌(合憲)이라고 인정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흑인 인권 운동의 산물로, 1960년대 초반부터 미국 전역에서 채택돼 실질적인 인종 평등을 실현해온 제도가 사라지게 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번 대법원 결정이 다른 주에도 비슷한 움직임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전망을 하면서 흑인들과 교육 관련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히스패닉계 최초로 대법원에 입성한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58쪽의 소수의견문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주 헌법이 개정됐다 하더라도 그것 자체가 소수 집단을 억압하는 장치로, 평등권 보호 정신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며 "엄존하는 인종 불평등을 뒷짐 지고 사라지기를 기대하지 말고,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소수 인종 우대 정책'으로 자신이 프린스턴대에 입학할 수 있었고, 지금의 자리에 오르는 중요한 사다리가 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소수 인종 우대 정책'은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흑인들에게 일종의 '인생 역전' 사다리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나도 진학할 때 이 제도의 혜택을 봤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 하버드대에서조차 흑인 학생들을 향해 '소수 인종 우대 정책'의 수혜자라고 손가락질하는 일이 벌어지고, 백인 학생들의 역차별 소송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이어졌다. 신생아 비율에서 백인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통계국 수치가 나오는 상황에서 '소수 인종 우대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도 사실이다.

한편 우대 정책 폐지 수혜자는 평균 학업 성적이 우수한 아시아계 학생들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인종에 대한 고려 없이 성적만으로 대학 신입생을 선발하면 미국 인구의 5%에 불과한 아시아계가 정원의 절반을 차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수 인종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

인종·종교·성(性)·출신국 등을 이유로 교육이나 고용에서 차별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미국의 정책. 단순히 차별을 없애는 것에서 나아가 대학 입시에서 가산점을 주고, 입학 정원에서 일정 비율을 배정하는 등 ‘적극적(Affirmative)’인 형태로 실행된다. 1961년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시작됐다.

[워싱턴=윤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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