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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데이터랩] 서방 압박에...러시아, 고통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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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압박에 경제 곳곳 구멍

자원무기 앞세워 버티기 돌입



서방의 경제 제재에 맞서 러시아가 자원 무기를 앞세운 ‘자립 경제’ 카드로 정면돌파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경제전반에 걸쳐 ‘고통받는 징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서방과의 ‘경제 전쟁’에서 러시아가 얼마나 버틸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타르타스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22일(현지시간) 의정연설에서 서방의 경제 제재에 버티려면 “자립경제가 필요하다”면서 “어려움이 있겠지만 결국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러시아 재무부는 2023년 8월과 2019년 5월을 만기로 하는 루블화 채권을 발행해 각각 100억 루블을 차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러시아의 루블화 차입이 3주 만에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가스 선불제 도입과 공급망 다변화 등 서방이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천연가스 무기’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드미트리 총리는 “파트너들이 단기간에 부채를 갚을 것 같지 않다. 선불제를 쓸 수 밖에 없다”며 선불제 도입 의향을 밝혔다. 또 “(갚을 테니 기다려달라는 말은) 순전히 허세다. 그러는 동안 22억달러 부채는 점점 불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자립경제’는 자칫 ‘경제고립’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모스크바에 있는 자문회사 매크로애드바이서리의 크리스 위퍼는 FT와의 인터뷰에서 “국내경제를 강화하려는 노력은 합당하지만, 고립을 야기한다면 재앙이 될 것이다”고 진단했다.

헤럴드경제

러시아 경제가 서방의 압박으로 이미 고통받고 있다는 징후는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FT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은행 VEB는 내주 24억5000만달러 상환 시점이 돌아왔지만 19개 외국대출기관이 차환을 꺼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러시아는 중국에 손을 내밀어 현재 협상을 벌이고 있다.

올해 초 러시아 외화부채는 6240억달러로 이 가운데 5500억달러는 기업과 은행 빚이다. 2년전보다 20% 불어난 액수다. 위퍼는 “기업과 은행들이 국내 차환만으로 갚지 못할 것”이라며, 완전한 자립경제는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해외 제조사들도 러시아에서 속속 발을 빼고 있다. CNBC에 따르면 프랑스 자동차회사 르노는 러시아 트럭제조사 ZIL과 밴 합작계획을 루블화 약세와 소비심리 위축을 이유로 보류했다.

올 들어 외화유출은 700억 달러로 이미 지난해 연간치를 넘어섰다. 루블화 가치는 9% 하락했고, 이로 인해 수입물가가 올라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거의 7% 뛰었다.

FT는 러시아가 식품과 의약품의 각각 40%와 절반가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점도 아킬레스건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러시아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보다 감소한데 이어 2 분기에도 연속해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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