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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미셸 동행 안 하고 국회연설도 생략… 분위기 썰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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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년 만의 미국 대통령 일본 국빈방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일본 국빈방문(23~25일)은 처음이다.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국빈으로 온 적이 없다. 1996년 빌 클린턴 대통령 방문 이후 18년만이다. 한미 못지 않게 미일동맹을 중시하는 일본으로서는 환영 열기가 달아오를 만도 하다.

그런데 5년 전 오바마 첫 방일 때보다도 어째 분위기가 썰렁하다. 이유가 있다. 말이 2박3일이지 39시간의 빠듯한 체류 시간에다 실무를 중시하는 오바마 스타일 때문에 국빈방문 때 치러야 할 행사들을 적잖게 생략해버렸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우선 오바마는 이번 방일 기간 중 국회연설을 하지 않는다. 클린턴도 2박3일 방문이었지만 중의원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했다. 지난 3월 일본을 국빈으로 찾은 베트남 쯔엉 떤 상 국가주석도, 지난해 6월 프랑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도 물론 연설했다.

게다가 오바마는 잠도 국빈방문 정상들이 주로 머무는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이 아니라 시내 호텔 오쿠라를 택했다. 부인 미셸이 동행하지 않는다는 점도 일본으로서는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 분위기다. 클린턴이 힐러리와 함께 와서 영빈관에 머물고 다음 날 아침 조깅까지 하며 친근한 모습을 연출했던 것과 대조된다. 일본 정부는 일찌감치부터 "미셸 부인도 꼭 동행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미국은 "딸의 학교 사정"을 이유로 결국 받아들이지 않았다. 방일 기간 중 행사에서 미셸 역할은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가 대신한다.

오바마는 23일 저녁 7시께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해 방일 일정을 시작한다. 바로 호텔로 이동한 뒤 짐을 풀자마자 아베 총리가 준비한 환영 만찬에 참석한다. 이 만찬도 총리 공관이 아니라 외부에서 치러진다. 24일 오전에는 일 왕궁 환영행사에 참석한 뒤 자리를 옮겨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기자회견을 연다. 오후에는 오다이바의 일본과학미래관과 요요기에 있는 메이지신궁을 방문하고 일본 경제인들과도 만난다.

메이지신궁 방문을 놓고도 설왕설래가 있다. 메이지 일왕이 일본의 한국 강제합병 당시 왕이어서 한국으로서는 껄끄러운 측면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일본을 방문한 존 케리 미 국무,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함께 야스쿠니 신사가 아닌 지도리가후치 전몰자묘원을 참배했듯 오바마도 전통명소인 야스쿠니를 애써 피했다는 인상을 준다는 해석도 있다. 이날 저녁에는 일왕 주최 만찬행사가 있다. 이 일정도 당초 주최자가 일왕ㆍ왕후 부부였지만 미셸이 오지 않는 바람에 일왕 주최로 바뀌었다고 한다.

오바마가 '실무형'인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국빈방문 환영행사에 의장대 사열도, 양국국가연주도 없다고 총리실도, 외무성도, 일왕 행정을 담당하는 궁내청도 착잡한 기분이라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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