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8 (수)

원화값 오르는데 환율방어 `눈 감은` 정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외환당국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달러당 원화 가치가 1040원을 뚫고 1037원까지 높아졌지만 대내외적 상황을 감안하면 외환당국이 외환시장 개입에 선뜻 나서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정부가 급격하지 않은 원화 가치 상승을 당분간 용인할 수밖에 없는 최대 이유는 올해 하반기 원화 가치가 다시 떨어질 수 있다는 내부 전망과 미국 재무부 압박이라는 대외 변수 때문이다. 또한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적으로 쌓여가는 상황에서 일정 수준까지는 원화 가치 상승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이에 따라 원화에 대한 환투기 세력의 공격도 염려된다.

20일 김정식 한국경제학회 회장(연세대 교수)은 "미국이 엔저는 용인하면서 원저는 막는 정치경제 전략을 쓰고 있어 우리 정부의 환율정책이 상당히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환투기 세력들이 이런 정치적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원화가 환투기에 노출될 위험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0일 달러당 원화 가치가 한때 1031원까지 급등하면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구두 개입을 통해 급한 불을 껐다.

이날 외환당국은 매우 작은 상징적 규모에서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 작업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원화 가치는 소폭 약세로 돌아선 뒤 다시 1030원대 중후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원화 강세를 용인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하반기 원화 가치 추이를 절하(환율 상승) 쪽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FRB가 시장 예상보다 급격하게 테이퍼링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결국 미국 경제가 살아나고 미국 금리 인상이 가까워지면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 기조로 돌아설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라고 설명했다.

최근처럼 원화 가치가 급하게 상승하는 상황이 향후에도 기조적으로 유지되긴 어렵다는 것이다. 소나기 먹구름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작은 불에 소방용수를 쏟아부을 필요가 작다는 인식이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정부가 달러당 1040원 선이 무너졌을 때 취했던 액션을 보면 1030원대 환율은 용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원화 강세를 막는 외환당국으로서도 최근 한국이 경상수지 24개월 흑자를 기록하면서 어느 정도 원고 압력은 이번 기회에 흡수하고 가야 한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또 한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한 데 대해 비난하고 나선 것도 정부 측 운신폭을 줄이는 요인이다.

[전범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