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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취재X파일] 한국씨티은행엔 ‘한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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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연일 언론의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점포축소와 인력조정 등 대규모 구조조정이 가시화되면서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칫하다간 10년만에 파업도 일어날 분위기입니다.

금융상품 뿐만아니라 여성리더의 산실, 탄탄한 복지, 수직적인 조직문화 등 그동안 좋은 평가를 받아왔던 만큼 한국씨티은행 내부에서도 이번 건은 상당히 곤혹스러운 듯 보입니다. 작년말 터진 내부 직원의 정보유출사태로도 체면을 많이 구겼지요.

그런데 특이한 점도 눈에 띕니다. 한국씨티은행은 내부와 관련한 보도가 나가도 이에 대한 사실 확인을 해주지 않습니다. “관련 내용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 “응답해줄수 없다.”는 게 거의 유일한 한국씨티은행의 답변입니다.

이유는 그룹 차원의 비밀유지 원칙 때문입니다. 고객과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 금융업인만큼 내부정보를 쉽게 외부에 알리는 모습은 좋지 못하다는 겁니다.

미국을 본사로, 백년이 넘게 금융업을 하면서 공개하는 것보다 비밀을 유지하는게 결과적으로는 수익창출과 고객신뢰 확보에 더 이익이 됐다는 씨티그룹의 ‘산 경험’일까요?.

이로 인해 고객개인정보유출 사실이 검찰 등에 의해 밝혀졌지만 고객 피해정도에 대한 언급도 모두 거부했습니다. 유일한 소식창구는 노조였습니다. 한국씨티은행은 노조발 기사에 대해서도 어떠한 해명도 하지 않았지요. 수치가 엇갈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했습니다. ‘도대체 뭐가 맞는거지?’ ‘왜 은행은 아무말이 없지?’ 당황하기 일쑤입니다.

물론 큰일이 터지기 무섭게 추가설명이나 해명이 나오는 한국 기업들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빨리 “맞다” “아니다”를 알고 싶어하는 한국의 기자들이나 국민에게 한국씨티은행은 분명 낯설기만 합니다.

이제 그런 스탠스가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듯 합니다. 한국씨티은행의 공식입장이 아닌데도 사람들이 공식입장으로 믿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씨티은행은 최근 전체 190개 지점 중 56개를 통폐합하고 4000여명의 인력 가운데 650여명을 구조조정한다는 내용을 적극 부인하고 나섰습니다. 노조의 일방적인 주장일뿐 공식입장이 아니라는 겁니다. 뒤늦게 외쳤지만 이미 사람들의 기억속에 한국씨티은행은 ‘지점 통페합, 몇 명 구조조정’이라는 내용이 각인됐기 시작했습니다.

원칙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어떤 원칙인지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원칙은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존재하는 만큼 목표를 훼손하는 원칙은 수정돼야 하지 않을까요?. 고객신뢰나 수익성 등에 오히려 나쁜 영향을 미친다면 비밀유지 원칙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사명엔 한국이 붙어있지만 ‘한국스럽지’ 못한 씨티은행에 묻고 싶습니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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