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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아모레퍼시픽, 현대카드 디자인 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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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출신 디자이너, 아모레퍼시픽으로 이직 후 화장품-생수 용기 판박이

"지적재산 임의 사용"에 "개인의 철학 반영" 반론

한국일보

2012년 초 출시된 현대카드의 잇워터(왼쪽부터)와 지난해 나온 아모레퍼시픽의 프리메라 미라클 씨드 에센스, 현대카드의 제휴 콘서트 안내 배너와 이달 출시된 메디안 아이엠화이트 치약 포장.


아모레퍼시픽이 현대카드와 닮은 꼴 제품 디자인을 잇따라 선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양 사의 디자인 논란에 불씨를 지핀 것은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6월 출시한 화장품 '프리메라'의 '미라클 씨드 에센스' 용기였다. 원기둥 모양에 검정색 뚜껑을 덮은 이 제품은 현대카드가 2012년 내놓은 생수 '잇워터'의 용기와 구분하기 힘들만큼 닮았다. 잇워터는 당시 현대카드가 중소 생수업체에 디자인을 기부해 탄생한 제품으로, 화장품 용기 같은 디자인 덕에 주목을 받아 이마트에서만 첫 달에 3만병이 팔렸다.

뿐만이 아니다. 지난 3일 출시된 아모레퍼시픽의 치약 '메디안 아이엠화이트'의 포장은 현대카드가 기획하는 콘서트 배너 디자인과 빼 닮았다. 검정색 상단에 브랜드명을 집어 넣고 흰색 하단에 상세 내용을 담은 구조가 똑같다. 심지어 위쪽에 한글, 아래쪽에 영문을 표기한 점도 동일하다.

이처럼 아모레퍼시픽의 디자인이 잇따라 현대카드 디자인과 겹친 것은 현대카드 출신 디자이너가 아모레퍼시픽으로 이직하면서 비롯됐다. 지난해 1월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및 디자인랩을 맡은 A상무는 2009~2012년 현대카드에서 디자인실장으로 일했다.

따라서 A상무가 회사를 옮기면서 디자인을 가져다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업계에서는 팀이 공동 디자인 한 것은 회사의 지적재산인만큼 이를 개인 디자인처럼 임의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유통업체 산업 디자이너는 "화장품, 치약 등 2가지 이상의 제품에서 현대카드 디자인과 유사점들이 발견된 것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패션업체 디자이너도 "문제의 아모레퍼시픽 제품은 마치 현대카드와 협업한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A상무는 최근 현대카드의 각종 광고와 신용카드, 제휴 제품 등에 표기되는 전용 글꼴인 '유앤아이체'개발과 관련해서도 구설수에 올랐다.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유앤아이체가 A상무가 개발한 것처럼 소개되자, 현대카드 측이 "2004년 당시 디자인팀장이었던 오영식 토탈임팩트 대표가 글꼴 개발자"라는 사실을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아모레퍼시픽은 "개인의 디자인 철학이 반영된 것일 뿐 표절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A상무도 전화 통화를 통해 "회사를 옮겼다고 해서 디자이너의 철학이 매번 바뀔 수는 없다"며 "지금 생각하는 최선의 디자인을 각 제품에 녹여내려고 한 것일 뿐 의도적으로 예전 디자인을 가져와 쓴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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