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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차디찬 2월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 26명 ‘하루 한 명 꼴’…입양특례법 개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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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 서울시 은평구의 한 보육원에는 지난 해 3살 미만의 영아가 8명이나 새로 입소했다. 5살부터 중ㆍ고등학생, 대학생까지 원생들의 연령대가 다양하지만 갓 태어난 아기가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입소한 것은 드문 일이었다. 통상 정부에서 지원하는 보육교사는 원생 5명 당 1인이지만, 영아의 경우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교사들은 24시간씩 2교대로 일하며 아이들 보육에 진땀을 흘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아기들 중 절반인 4명은 ‘베이비박스’에서 데려왔다. 보육원 측은 “입양특례법이 바뀐 이후로 입양이 어려워져 유기영아 입소자가 늘어났다”며 “자원봉사자들까지 동원해 세심하게 보육하고 있지만 일손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입양 시 친부모의 출생신고를 의무화하는 입양특례법 개정 이후로 유기 아동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월에만 평균 하루 한 명의 아기가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법 시행 이후로 베이비박스 유기가 2배~3배로 늘어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헤럴드경제

20일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서울시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 따르면 올해 2월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영아는 총 26명이다. 평균 하루 한 명의 아동이 이 곳에 버려진 셈이다. 주사랑공동체교회 측은 “매주 2회씩 유기된 아이들을 인계하는데 이번 주 월요일(17일)에만 4명을 보냈다”고 말했다.

베이비박스에 유기 아동이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하반기부터다. 지난 2011년 1년간 37명이었던 숫자는 2012년 두 배인 79명이 됐고, 2013년에는 3배인 252명까지 늘었다.

유기아동이 이처럼 갑자기 폭증한 이유는 입양특례법이 개정되면서부터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주된 분석이다. 정부는 아동이 친부모를 알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하기 위해 친모가 입양 전 의무적으로 아이를 출생신고 할 수 있도록 하는 입양특례법 개정안을 2012년 8월부터 시행해 왔다. 입양된 아이가 성인이 된 후 친부모를 찾을 때 기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법은 아이를 키울 형편이 안되는 많은 미혼부모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성년자가 미혼모가 되는 경우다. 청소년이 출생신고를 위해서는 부모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미혼부모인 청소년 중 상당수는 부모가 이혼하는 등 해체가정에서 자란 탓에 동의를 얻을 수 없어 출생신고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범죄에 의해 임신을 한 경우 친부를 찾기 어려워 친모가 베이비박스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개정법은 출생신고가 안 된 아이는 보호시설로 보내 입양할 수 없도록 하는데, 실제로 2011년까지 2400명대를 유지하던 국내외 입양건수는 2012년 1880명으로 크게 줄었다.

한편 이런 아이들이 보육시설로 대거 옮겨지면서 현장은 혼란도 커지고 있다. 보육시설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보육시설에는 양육이 어려워 아이를 수년간 맡겼다가 형편이 나아지면 다시 찾아오는 사례도 많다”며 “입양기관장과 같은 제3자가 가족관계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유연성있는 인프라를 마련하고, 비용을 지원해주면서 장기적 안목으로 법을 안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gyelove@heraldcorp.com

<표>

연도 2010 2011 2012 2013

최근 4년간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 4 37 79 252

<데이터>

올해 2월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 26명 / 평균 하루 한 명 꼴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 중 친부모가 찾아간 비율: 372명 중 58명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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