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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7 (금)

은퇴 구자철 "축구화 벗지만 한국 축구 위해 계속 뛸 것"[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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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브라질 월드컵 실패 미안함에 눈물도

제주SK 유스 어드바이저로 제2의 축구 인생

제주 유나이티드 구자철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축구회관에서 열린 현역 은퇴 기자회견에서 미소짓고 있다. 2025.1.1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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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신화의 주역 구자철(36)이 축구화를 벗었다. 그는 "즐거움을 드린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축구선수로서 마지막 인사를 한 뒤 "축구화를 벗은 뒤에도 한국 축구를 위해 계속 뛰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구자철은 14일 서울 신문로의 축구회관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2007년부터 시작됐던 18년 간의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구자철은 태극마크를 달고 A매치 76경기 19골, U23 대표팀 16경기 5골 등을 기록했고 2012 런던 올림픽에서는 '홍명보호' 일원으로 동메달 획득에 일조했다. 프로 무대에서는 제주SK, 볼프스부르크, 아우크스부르크, 마인츠(이상 독일), 알가라파(카타르) 등에서 핵심 선수로 뛰었다.

제주SK 유소년 어드바이저로 새로운 축구 인생을 시작하게 된 구자철은 "독일에서 뛸 때 축구 행정, 경영, 유소년 쪽에 대해 많이 배웠다. 다행히 나를 키워준 제주에서 유소년 어드바이저 직책을 주셨다. 서두르지 않되 매듭이 있는 일을 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 에스타지우 베이라-히우 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예선 2차전 알제리와의 경기 종료 후 침통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4.6.2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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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은 동년배 절친 이청용·기성용과 비교해 가장 먼저 은퇴를 하게 됐다.

이에 대해 그는 "우리 세대에서는 은퇴 후에도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을 간과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면서 "서두르다가 일을 그르치지 않도록 은퇴 후에도 차근차근 잘 해내 보겠다"는 견해를 냈다.

한편 구자철은 주장으로 참가했던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실패를 여전히 마음의 짐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는 "당시에 대해선 속죄하고 싶다. 월드컵에 나서는 선수에게는 사회적 책임이 따르는데, 그땐 너무 어렸고 그런 점이 부족했다. 내 부족함 때문에 국민들에게 아쉬움을 남겼고 월드컵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거나 덕을 볼 수 있던 분들에게 너무 무책임한 결과를 줬다. 여전히 미안하다"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반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2012 런던 올림픽 당시 메달을 받기 위해 단상에 오르던 순간을 꼽았다.

자신을 어떤 선수로 기억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는 "한국 축구선수 최초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낼 때 함께했던 멤버, 그리고 기쁨을 드렸던 선수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15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에서 후반전 구자철이 역전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2016.11.15/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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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구자철과의 은퇴 기자회견 일문일답.

-은퇴 소감은
▶수년 전부터 은퇴를 생각해 왔다. 축구화를 신고 뛰는 데 그치지 않고, 은퇴한 후에도 한국 축구가 발전하는 데 있어서 역할을 해내자는 의지가 확고했다. 독일에서 뛸 때부터 축구 행정, 경영, 유소년 쪽에 대해 많이 배웠다. 다행히 나를 키워준 제주에서 유소년 어드바이저 직책을 주셨다. 서두르지 않되 매듭이 있는 일을 해 보고 싶다.

-선수 시절을 돌이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고 국기를 보며 단상에 올라갈 때가 기억에 남는다.

-현역 때 한일전을 다시 지면 축구화를 벗겠다고 했던 인터뷰가 있었다.
▶2011년 8월 11일로 기억한다. 당시 볼프스부르크에서 하노버로, 하노버에서 인천으로, 인천에서 삿포로 이동해 한일전을 뛰었는데, 몸이 움직이지를 않더라. 처음 겪는 경험이었다. 당시 너무 괴롭고 미안했는데 그 부끄러움을 잊지 않고 반성해서 다음 한일전(런던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이길 수 있었다.

-대표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골 3가지는.
▶2009 U20 월드컵 미국전에서 페널티킥으로 넣었던 골이 기억난다. 당시 두 팔을 벌리고 세리머니를 하면서 '이 전율을 위해 그동안 고통을 이겨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두 번째는 2011년 아시안컵 호주전 골이다. 원하는 대로 터치해서, 원하는 대로 차서 넣었다는 짜릿함이 아직도 발끝에 남아 있다. 마지막은 2016년 11월 우즈베키스탄전 골이다. (홍)철이가 올려주고 (김)신욱이 떨군 공을 골로 연결했는데, 이상하게 계속 기억에 남는다.

3+1로 하나만 더 이야기하자면 런던 올림픽 한일전 골이다. 그 대회에서 골대에 맞는 등 계속 골이 들어가지 않을 때도 어떻게든 골을 넣겠다는 마음이 있었기에 넣었던 득점이다.

제주 유나이티드 구자철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축구회관에서 열린 현역 은퇴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5.1.1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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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하며 미련이 남는 순간이 있다면?
▶물론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이다. 아픔, 속죄, 아쉬움을 지금까지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 당시 최연소 월드컵 주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전혀 자랑스럽지 않다. 월드컵에 나서는 선수에게는 사회적 책임이 따르는데, 그땐 너무 어렸고 그런 점이 부족했다. 내 부족함 때문에 국민들에게 아쉬움을 남겼고 월드컵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거나 덕을 볼 수 있던 분들에게 너무 무책임한 결과를 줬다. 여전히 미안하다.

-선수 시절 함께한 이청용·기성용 친구들보다 먼저 은퇴를 결정했다
▶큰 힘이 되는 친구들이다. 함께 대화를 나누는 채팅방에서 두 선수가 아쉽다는 말과 고생했다는 말을 해줬다. 이것저것 많은 제안을 받았다고 말하니 '하나만 하라'는 조언도 해줬다. 먼저 은퇴하는 내가 길을 잘 닦아놓으라고 하더라. 그들에게 부끄러움이 없게, 잘하고 있겠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을 이 자리에서 하고 싶다.

-세 선수가 은퇴 후 함께 어떤 일을 할지에 대해서도 논의했나.
▶우선 욕심내서 서두르다가 일을 그르치지 말자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우리 세대에서는 한국 축구가 변화하는 데 있어서 자기 역할을 꼭 해내자고도 했다. 만약 나 혼자라면 독단적으로 하다가 일을 그르칠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이청용·기성용과 같은 한국 축구를 위해 큰일을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 함께 열심히 해보겠다.

-유소년 어드바이저로서 제주에 어떤 노하우를 전수하고 싶나.
▶급하게 바꿔나갈 생각은 없다. 기존에 일하던 분들에 대한 존중과 존경심이 있다. 우선 올해 1년은 옆에서 지켜보면서 어려움을 겪었을 때 도움을 청하는 역할을 하겠다. 유소년 시스템이 더 긍정적으로 변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확고하다. 포기하지 않고 최대한 지혜롭게 잘해보겠다.

-과거의 K리그와 현재 K리그의 차이는?
▶수준은 전반적으로 많이 높아졌다. 하지만 왔던 길보다 가야 할 길이 아직 더 많다. 짧게 요약하자면, 훌륭한 인프라를 갖췄지만 변해야 할 건 더 많다.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건 잔디다. 잔디가 안 좋으면 선수들이 피해 보고, 보러 온 팬들이 피해를 본다. 날이 너무 더워서 관리가 안 된다는 건 맞는 말이지만 핑계다. 잔디는 제도적 개선을 해서라도 바꿔야 한다.

러시아월드컵 축구대표팀 구자철이 29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018러시아월드컵에서 F조 3위로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세계랭킹 1위 독일을 완파하고 유종의 미를 거뒀다. 2018.6.2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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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주장이었던 구자철의 리더십과 현 주장 손흥민의 리더십 차이는?
▶흥민이가 주장으로 어떻게 하는지는 직접 보지 못해서 코멘트하기 어렵다. 내가 주장이던 시절은 워낙 예전이다. 주장 시절에는 선수들이 부담과 압박에서 벗어나 최대한 자유롭게 경기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집중했다.

-은퇴를 결정한 결정적 이유는?
▶근육이 버텨주질 못한다. 무릎도 발목도 그렇다. 예전엔 운동하다가 다쳐도 '이 정도면 됐으니까 해보자'가 됐는데, 이젠 안 된다. 그런 힘든 시간이 반복되니 미련 없이 축구화를 벗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은퇴 후의 꿈은 마음속에 갖고는 있지만 아직 입 밖으로는 꺼내고 싶지 않다.

-은퇴하는 스스로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나보나는 내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도록 만들어준 아버지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외국에서 혼자 아이들을 키우느라 고생한 아내에게도 고맙다. 모든 건 가족의 힘 덕분이다. 이제 나보다는 가족들이 더 돋보였으면 좋겠다.

-제2의 구자철을 꿈꾸는 유스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목표를 확실하게 정해야 한다. 중2 때 U20 월드컵에 나가는 게 목표였다. 그때 (백)지훈 형이 공항에서 인터뷰하는 것을 보면서 '청소년 대표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훈련했다. 목표를 정하는 게 첫 번째다. 목표가 있어야 동기부여가 생기고, 그래야 행동의 차이가 생긴다.

제주 유나이티드 구자철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축구회관에서 열린 현역 은퇴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5.1.1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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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유소년 어드바이저로서 목표는?
▶제주 선수 구성을 탄탄하게 하고, 재정적으로도 선수들을 잘 키워내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좋은 선수를 잘 발굴하고, 그 선수들이 잘 성장해 1군에 잘 정착하고 한국 축구의 대들보가 되도록 돕는 게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목표다.

-지금의 양민혁과 어린 시절 구자철을 비교한다면.
▶고민할 것도 없다. 양민혁이 더 낫다.

-해외 진출을 꿈꾸는 후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명확하게 생각을 잘 정리해서 목표를 이뤄내야 한다. 얼마나 설레느냐와, 이후 이를 어떻게 이뤄내느냐가 중요하다. 미친 듯이 하고 싶으면, 몸이 움직이고 하게 되더라. 주변 선수들을 보고 동기부여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나 역시 (기)성용이가 해외에 가는 걸 보면서 '가고 싶다'에서 '가야 해'로 동기가 더 강해졌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한국 축구선수 최초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낼 때 함께했던 멤버로 기억되고 싶다. 2014년에는 아쉬움도 많이 드렸지만, 그래도 기쁨을 드렸던 선수로 남고 싶다.

제주 유나이티드 구자철(오른쪽)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축구회관에서 열린 현역 은퇴 기자회견에서 제주SK FC 유스 어드바이저 명함을 받고 있다. 2025.1.1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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