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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화)

이슈 프로야구와 KBO

KBO 투수들의 팔꿈치가 위험하다? MLB는 선수 반발, 5년 뒤 결과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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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BO리그는 올해 또 하나의 큰 변화를 맞이한다. 2024년 시즌을 앞두고 도입한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이 큰 호응을 얻은 가운데, 2025년부터는 ‘피치클락’이 도입된다. 시범 운영을 거쳐 메이저리그보다는 완화된 규정으로 2025년을 맞이한다.

피치클락은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한 회심의 카드다. 야구는 타 스포츠에 비해 경기 시간이 길다. 요즘 트렌드, 특히 젊은 세대의 성향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피치클락 도입으로 투구 사이의 시간을 줄이면서 경기 시간을 줄이고, 조금 더 박진감 넘치는 야구를 만들고자 하는 목적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도입한 이래 경기 시간이 확실하게 줄었다. 효과는 있었다.

KBO도 올해부터 1군에 정식 도입한다. 2025년부터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 20초 이내에 공을 던져야 하고, 주자가 있을 때는 25초 안에 던져야 한다. 타자는 33초 이내에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 타석 당 타임 아웃은 두 번까지만 허용된다. 메이저리그는 주자가 없을 때 15초 이내, 주자가 있을 때는 18초 이내에 던져야 한다. 어기는 투수는 볼이 하나 올라간다. 반대로 타자가 어기면 스트라이크가 올라간다.

당초 KBO는 메이저리그와 유사한 방식 도입을 추진했으나 작전이 많은 KBO리그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현장의 지적 속에 조금은 느슨한 피치클락을 도입했다. 일단 강제적 규정이 생긴 만큼 경기 시간 단축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에서는 “주자가 없을 때 20초 이내에 공을 던지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작전과 사인이 많아지는 유주자시에는 조금 더 서두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하나의 이슈는 투수들의 팔에 과부하가 걸릴 것이라는 우려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그랬다. 아무래도 투수들은 짧은 시간에 공을 집중적으로 더 많이 던져야 한다. 수비라도 하고 마운드에 서면 호흡 또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2군에서 시범 운영 당시 이 제도를 경험한 한 투수는 "평소에는 문제가 없는데 수비를 하고 들어오면 시간에 쫓겨 완벽한 밸런스에서 공을 던지지 못한 경우가 가끔 있었다. 적응해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심지어 메이저리그 선수 노조는 피치클락이 투수들의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피치클락의 ‘위력’을 확인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024년 시즌을 앞두고 유주자시 제한을 기존 20초에서 18초로 더 줄이자 노조가 발끈하고 나섰다. 당시 토니 클락 노조 위원장은 “선수들의 만장일치 반대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피치클락 시간을 지난해보다 더 줄였다. 그에 따라 선수 건강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연구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큰 변화를 단행하는 것은 선수들에게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실제 메이저리그는 최근 에이스급 선수들이 팔꿈치 수술을 줄줄이 받으며 리그 흥행 동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공교롭게도 피치클락이 도입된 2023년 시즌 이후 에이스들의 수술이 급증했다. 이것이 우연인지, 혹은 피치클락으로 인한 투수들의 팔꿈치 피로도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선수노조는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진행된 뒤 천천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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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사무국은 피치클락과 팔꿈치 수술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고 반박한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2024년 시즌 뒤 발표한 방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투수들의 팔꿈치 수술 급증한 피치클락 때문이 아닌, 점점 더 빨라지는 구속과 커지는 스핀이 투수들의 팔꿈치에 영향을 준 탓이라고 지적한다. 아직 어느 쪽이 옳은지는 확실하지 않다.

어쨌든 피치클락은 투수들의 피로도를 가중할 수 있는 이론적인 가능성이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선발 투수들의 투구 수 제한을 예전보다 더 빡빡하게 가져가고 있다. “100개 미만으로 투구하게 한다”는 전략은 이미 옛날 것이 됐다. 이제는 5이닝 85개에도 투수를 교체하는 등 더 빠른 투수 교체가 대세로 자리했다. 예전보다 더 강한 공을 던지는 만큼, 예전에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선발 100구 또한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발 투수들의 투구 이닝은 더 짧아지고 있고, 반대로 그만큼 불펜 투수들의 소화 이닝은 더 늘어났다.

KBO에서 어떤 결과가 일어날지는 모르지만, KBO 또한 구속 혁명을 통해 선수들의 신체 한계를 테스트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그만큼 수술대로 갈 확률도 커진다. 한 구단 트레이너는 "여러 변화구가 선수들의 팔꿈치를 위협한다고 하지만, 가장 팔꿈치에 부하가 많이 걸리는 구종은 가장 큰 힘을 쓰는 패스트볼이다. 패스트볼 구속이 올라갈수록 팔꿈치는 더 많은 충격을 받게 되어 있다. 선수들은 구속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만큼, 앞으로 수술 사례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선수 보호를 위해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구단 감독은 “메이저리그 사례를 따라간다고 보면 결국 더 많은 불펜 투수들이 필요해질 것이고, 그 불펜 투수들의 피로도 또한 가중될 것”이라면서 “엔트리를 늘려 더 많은 투수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메이저리그는 26명으로도 한다고 하지만, 우리 현실에 맞게 조정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이야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벤치가 늘어난 엔트리를 십분 활용하지 못하고 특정 선수의 부하만 계속 될 것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오히려 잦은 투수 교체로 경기 시간 단축이라는 피치클락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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