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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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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도 고우석도 ‘버저비터’였다… 김혜성도 따라가나, 최종 결정 곧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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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12년 시즌이 끝난 뒤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한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던 류현진(38·한화)은 마지막까지 진땀나는 개인 협상을 벌이며 말 그대로 드라마를 썼다. 지금이야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사례가 제법 많이 쌓였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말 그대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더 극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

당초 포스팅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아 보였다. KBO리그 최고 투수이자, 국제 무대에서도 검증이 된 선수라고 하지만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어떻게 바라볼지는 알 수 없었다. 일각에서는 “포스팅 금액 1000만 달러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류현진에 대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은 진짜였다. 결국 다저스가 2573만7737달러33센트라는 기념비적인 금액을 적어 넣으며 류현진의 우선 협상권을 가지고 왔다. 다저스만 그렇게 부른 게 아니라, 2000만 달러 이상을 입찰한 팀이 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저스가 그런 금액을 부를 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지금과 달리 당시는 포스팅 입찰에서 승리한 팀이 단독 협상권을 갖는 구조였다. 선수에게는 구단 선택의 자유가 사실상 없었다. 개인 협상에서 틀어지면 포스팅은 실패였다. 그런 류현진, 류현진의 에이전시인 스캇 보라스, 그리고 다저스는 마지막까지 숨 막히는 협상을 벌였다. 개인 협상 데드라인 직전까지 소식이 나오지 않아 많은 이들이 “협상이 엎어졌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실제 당시를 기억하는 관계자들은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마감 몇 시간 전까지 타결되지 않다가 정말 마지막 순간 합의해 팩스를 넣었다고 회상한다. 나름대로 자신의 요구 조건을 상당 부분 관철시킨 류현진은 이후 다저스에서 꾸준히 활약하며 메이저리그 정상급 좌완으로 거듭났고, 2019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2위에 오르는 등 혁혁한 경력을 쌓은 뒤 2024년 시즌을 앞두고 친정팀 한화로 돌아왔다.

이후 포스팅시스템이 사실상 자유계약선수(FA) 협상처럼 바뀌긴 했지만, 마감시한이 있다는 것은 다르지 않다. 현재 규약상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공시한 뒤 30일의 시간이 주어진다. 일본은 45일인데 우리가 유독 짧다는 아쉬움이 나오기도 한다. 어쨌든 30일 안에 모든 것을 처리해야 하니 협상이 급박하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20일 이상 아무 말도 없다가 갑자기 마감 며칠을 앞두고 연락이 올 수도 있다.

2024년 시즌을 앞두고 역시 포스팅 자격을 얻어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한 고우석(27·마이애미)도 포스팅 중반까지는 시장 자체가 잠잠하다 막판에 급물살을 탄 케이스다. 그렇게 샌디에이고와 2년 보장 450만 달러, 2+1년 보장 700만 달러에 계약했다. 한국에 있던 고우석이 마감시한을 앞두고 부랴부랴 미국으로 출국했을 정도로 극적이었다. 이 계약 또한 마감시한을 맞추는 게 빠듯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우석에 앞서 일찌감치 샌프란시스코와 계약을 한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의 사례도 있지만, 이정후는 워낙 가지고 있는 패가 많았고 샌프란시스코의 제안(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 또한 충분히 만족할 만했기에 굳이 시간을 끌 필요는 없었다. 2021년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하성(30)의 경우는 여러 구단의 오퍼를 마감시한 직전까지 고민을 했고,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계약을 확정했다. 어차피 기한 내에만 협상을 마무리하면 되기 때문에 빠른 계약이 성공을, 늦은 계약이 실패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2024년 시즌 뒤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한 김혜성(26)도 이제 포스팅 마감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오랜 기간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받은 김혜성은 2024년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해 소속팀 키움의 허락을 받았다. 이후 오타니 쇼헤이를 비롯한 스포츠 스타는 물론 대형 아티스트들을 대리하는 CAA와 계약을 해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CAA 정도 규모가 되는 에이전시에서 김혜성과 계약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을 대단히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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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김혜성은 12월 5일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에 포스팅이 공시됐고, 우리 시간으로 1월 4일 오전 7시까지 협상을 마쳐야 한다. 일각에서는 김혜성의 계약이 늦어짐에 따라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이 싸늘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기도 한다. 심지어 11월 말 출국한 김혜성이 계약 없이 귀국하면서 “메이저리그 진출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오해까지 나왔다. 다만 김혜성의 귀국은 병역특례요원의 여건상 체류 기간을 더 늘리기 어려워 이미 예정된 것이었고, 에이전시도 복수 구단과 협상을 이어 가고 있다.

아마도 김혜성 측이 원하는 조건을 단번에 제시하는 팀이 있었다면 지금쯤이면 계약에 이르렀을 수도 있다. 그런 조건은 없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복수 구단이 김혜성에게 다년 계약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그렇다면 총액도 1000만 달러는 훌쩍 넘기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온다. 결국 현재까지 받은 오퍼를 바탕으로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하려는 노력이 막판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혜성은 출국 전 “계약 기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첫 머리를 뽑은 만큼 이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주전 가능성과 경기장 안팎의 환경 등도 고려 대상이 될 전망이다. 무조건 연 평균 금액을 따라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미국은 12월 중순 이후 연말에서 연초로 이어지는 기간 동안 휴가를 즐기는 직장인들이 많다. 야구단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계약을 위한 직원들은 다 남아있다. 미국 크리스마스 시즌 휴가가 김혜성의 계약에 그렇게 큰 영향을 줄 사안은 아니다. 이제 마감시한까지 만으로 30시간 정도가 남은 만큼 서서히 최종적인 결론을 낼 때다. 계약서상의 ‘밀당’이 있을 수 있고, 무엇보다 최종 결정권자인 김혜성이 고개를 끄덕여야 한다.

애당초부터 이정후만한 대형 계약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진출 당시의 평가를 비교하면 김혜성보다는 그래도 김하성이 더 나았다. 김하성은 장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김혜성도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한 기량을 갖췄다. 장타는 부족한 게 사실이고, 이것이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획기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반대로 콘택트와 수비력은 리그 평균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주력은 리그 정상급이라는 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미국 야구 전문 매체인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미국 아마추어 야구계에서 가장 큰 공신력을 자랑한다. 실제 현장에서 뛰는 스카우트들의 평가를 인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김혜성의 20/80 스케일에서 콘택트 55, 장타력 30, 주루 70, 수비 55, 송구 능력 40을 매겼다. 보통 50이 메이저리그 평균이라고 보는데 콘택트와 수비는 평균, 혹은 그보다는 조금 나은 능력으로 평가한 것이다. 주력은 70인데,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 중에서도 어린 시절 ‘주력 70’을 인정받은 선수는 극히 드물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김혜성은 간결한 스윙을 하며, 민첩한 움직임을 가졌다. 선구안과 콘택트 능력을 갖춰 안타성 타구를 꾸준하게 생산한다”면서 “홈런을 치기는 어려운 스타일이지만 강한 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매년 30개 이상의 도루를 할 수 있고 (메이저리그에서) 더 공격적인 주루를 보여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송구 능력이 아쉬워 유격수는 어렵겠지만 평균 이상의 안타와 도루 개수를 만드는 주전 2루수급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비교적 후한 평가를 내렸다.

모든 팀들이 이런 평가를 믿을 필요는 없다. 한 팀만 그렇게 믿고 있다면, 그리고 그 팀의 2루가 고민이라면 계약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팀들은 모두 2루 포지션이 비어 있는데, 시장에서 많은 돈을 쓰기는 어려운 팀들이다. 김혜성의 연 평균 금액이 1000만 달러를 넘을 가능성은 희박해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는 내야수로 김혜성을 지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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