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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일)

‘입장 수익 41%·상품 판매 224% ↑’ 김병지 대표는 성과로 말한다···“다양한 사업 경험 구단 운영에 큰 도움” [MK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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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지(54·강원 FC 대표이사)는 1992년 프로에 데뷔해 2015년까지 선수 생활을 했다. 김병지는 K리그 통산 706경기에 출전했다. 1983년 출범한 K리그에서 김병지보다 출전 경기 수가 많은 이는 없다.

김병지는 선수로 뛴 24년 동안 몸무게가 78kg으로 변함이 없었다. 그는 선수 시절 저녁 8시 이후엔 약속을 잡지 않았다. 술, 담배 등 몸 관리에 악영향을 끼치는 건 쳐다도 보지 않았다. K리그 최다 출전 기록 보유자. 김병지는 엄청난 자기관리로 한국 축구의 전설이 됐다.

김병지는 은퇴 후 행정가의 길을 걷고 있다. 2023시즌부턴 강원 대표이사로 축구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강원은 2024시즌 입장 수익 41%, MD 상품 판매량 224% 증가 등의 성과를 냈다. 눈여겨봐야 할 건 강원의 가치가 강등 위기를 겪었던 2023시즌부터 눈에 띄게 커졌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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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FC 김병지 대표이사. 김 대표는 다양한 사업체를 운영해 온 이다. 김 대표의 사업 경험은 강원을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사진=이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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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지는 사업 경험이 풍부한 축구인이다.

축구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레전드 출신에 ‘사업 경험’이 더해지면서 큰 시너지를 내고 있다. 김병지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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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FC 김병지 대표이사. 김 대표는 2024시즌을 “기적의 연속이었던 한 해”로 표현했다. 사진=이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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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FC 홈경기 관중 변화. 김병지 대표가 팀을 맡은 2023시즌부터 강원 홈구장을 찾는 팬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표=이근승 기자


Q. 강원이 창단 후 최고의 한 해를 보냈습니다.

기적의 연속이었죠. 함께했던 모든 분의 도움과 성원 덕분에 기대 이상의 한 해를 보냈습니다. 특히나 김진태 구단주께 진심으로 감사해요. 제가 선수 생활만 24년 했습니다. 은퇴 후에도 K리그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죠. 30년 이상 프로에 몸담는 거예요. 저는 김진태 구단주 같은 분을 본 적이 없습니다. 구단주님은 축구에 큰 관심을 보일 뿐 아니라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으세요.

구단주님의 큰 관심이 여러 기관, 시·군수님들, 강원도민에게 전달됐어요. 코칭스태프, 선수들, 프런트 등 강원 구성원도 구단주님의 변함없는 축구 사랑에 큰 힘을 받았죠. 그 덕에 화끈한 경기력으로 창단 후 최고의 성적을 냈습니다. 구단주님의 관심과 사랑에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Q. 강원이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한 해이기도 합니다.

올 시즌 확인한 게 있습니다. 강원도민은 전국 어디에나 계시다는 거예요. 우리가 어디서 경기하든 강원도민이란 자부심을 느낀 한 해였습니다. 홈경기는 설명이 필요할까요. 원정 팀들은 강원 홈팬들의 엄청난 성원에 힘을 쓰기 어려웠습니다. ‘원정 팀엔 지옥’이란 말이 딱 맞지 않았나 싶어요.

Q. 2024년 강원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습니다. 양민혁입니다.

강원에서 프로에 데뷔한 선수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로 향했습니다. 그것도 유럽에서 빅클럽으로 꼽히는 토트넘 홋스퍼로요. 양민혁은 올 시즌 강원의 재미난 축구 중심에 있었습니다. 강원 최고의 스타였죠. 그 덕분일까요. MD 상품 판매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강원이 계속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Q. 강원은 2023시즌 강등 위기를 겪었습니다. 승강 플레이오프로 향해 김포 FC를 극적으로 따돌리고 K리그1 잔류에 성공했죠. 그랬던 팀이 1년 만에 K리그1 우승 경쟁을 벌였습니다. 극과 극이잖아요. 이런 성과 예상했습니까.

2023시즌을 돌아보면 선수단은 어려움을 겪었던 게 사실입니다. 마지막까지 K리그1에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으니까. 다만 사무국은 달랐어요. 변화의 조짐이 조금씩 보였습니다. 2023시즌 성적은 저조했지만 홈경기 관중 증가 폭이 엄청났어요. 직전 시즌은 물론 코로나19 전과 비교해도 눈에 띄게 늘었죠. MD 상품 판매량도 대폭 상승했고요.

Q. 2023시즌을 마치고 선수단 운영에 변화를 준 게 있습니까.

선수단 체질을 바꿨어요. 연봉이 높은 선수들,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해줘야 하는 선수들에 대한 정책에 변화를 줬죠. 또 양민혁처럼 훈련장에서 증명한 선수들은 나이와 관계없이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육성의 비중을 더 높인 거예요. 우린 2034년까지 10년 간의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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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FC 김병지 대표이사. 김 대표는 한국 프로축구단이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선 4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수단, 입장료, 스폰서, 중계권 수익이다. 김 대표는 이 4가지 가운데 가장 발전이 더딘 것이 중계권 수익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이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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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K리그를 비롯한 한국 프로스포츠 현실에선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나아가기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당장 성적을 내지 못하면 잘릴 수 있잖아요. 계약 기간은 큰 의미가 없는 게 현실입니다.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기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축구 클럽을 비롯한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느낀 건 ‘잃어버릴 수 있는 카드’를 빨리 정리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제가 축구 클럽이 한창 잘될 때였습니다. 2020년 당시 8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7개를 늘렸죠. 그런데 2020년 2월 코로나19가 들이닥친 겁니다.

코로나19가 1, 2년 만에 종식된 게 아니잖아요. 당시 축구 클럽 다수를 2년 계약했었습니다. 사업체를 수익은커녕 손해만 본 채 넘겨준 게 한둘 아니었죠. 저는 여기서 주저앉지 않았습니다. 포기하는 순간 모든 게 끝나는 거니까. 정리할 건 빠르게 정리하고 수익이 날 수 있는 걸 더 살렸어요.

위기의 순간엔 과감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죠. 선택은 명확하고 빠를수록 좋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2023시즌을 마치고 구단의 체질 개선 과정에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Q. 김병지 대표는 축구 클럽만 운영하는 게 아닙니다. 선수로도 대단한 업적을 세웠지만 사업가로도 큰 성공과 경험을 쌓았잖아요. ‘꽁병지 tv’를 운영하면서 상품을 홍보하는 ‘꽁쇼핑’을 론칭하기도 했습니다. ‘스포츠 비어 펍’을 콘셉트로 치킨 사업(꽁치킨)을 운영하기도 했고요.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이 카페도 김병지 대표가 운영하는 곳입니다. 다 자기 돈을 써서 사업하는 거잖아요. 큰 비용을 투자하는 사업에서 손해를 감수한다는 게 쉽지 않을 듯합니다.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게 ‘아쉬움’이에요. 포기할 건 빠르게 포기하지 않으면 더 큰 손해를 봅니다. 그래서 판단이 빨라야 한다는 거예요. 제가 또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건 사업의 성패는 사장 한 명이 결정하는 게 아니란 겁니다. 함께 땀 흘리는 직원들이 정말 중요해요.

저는 강원 사무국 직원들에게 확실한 성과급을 약속했어요. 우리가 2024시즌 엄청난 성과를 냈잖아요. 코칭스태프, 선수들만의 힘으로 일군 게 아니거든. 이럴 땐 선수들뿐 아니라 직원들도 보너스를 받아야 해요. 우리가 관중 수, 상품 판매 증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수익도 늘어났습니다. 성과급은 당연한 거죠.

다만 직원들에게 얘기해요. ‘성과가 좋지 않을 땐 성과급, 연봉 인상 등은 어려울 수 있다’고. 우리가 열심히 땀 흘려 낸 성과만큼 보상이 따르는 건 당연한 겁니다. 경영자는 직원들이 구단의 일을 내 일처럼 하길 바란다면, 땀 흘린 만큼의 성과를 보장해야 합니다. 정당한 보상이 구단의 밝은 미래를 보장할 거예요.

Q. 지금껏 코칭스태프, 선수들에 대한 성과를 언급한 경영자, 행정가는 여럿 있었는데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단의 발전을 위해 땀 흘리는 직원들의 성과를 언급한 건 김병지 대표가 처음인 듯합니다.

좋지 않은 시선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성과를 냈으니 급여를 올려주는 건 이해하겠는데 왜 이렇게 많이 주느냐’는 거예요. 저는 그럴 때 우리의 장기 계획을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이러한 계획이 있고, 이와 같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해요. 2년 동안 우리의 성과를 보여주면서 말이죠. 그럼 말이 없어집니다. 직원들이 동기부여를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프로축구단이 발전하는 데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봅니다. ‘프로’축구잖아요. 프로축구 팀은 코칭스태프나 선수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Q. 다양한 사업 경험이 구단 대표이사로 일하는 데 정말 큰 영향을 끼치는 듯합니다.

저는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홍보, 마케팅, 스폰서십 등을 배웠어요. 상품을 하나 만들잖아요. 가격 책정을 하는 데만 고민을 거듭합니다. ‘가격은 이 정도가 적당한가’, ‘얼마를 팔아야 목표 수익을 달성할 수 있을까’ 등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죠. 그렇다고 100% 성과가 나는 게 아니에요. 뼈아픈 실패를 경험했을 땐 다음번엔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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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FC 김병지 대표이사. 김 대표는 2024시즌을 마치고 강원과 재계약을 체결했다. 김 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건 ‘현장’이었다. 현장에서 일할 때 확실한 동기부여와 서로에 대한 존중만 보장된다면 강원 만한 선택지가 없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사진=이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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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K리그에서 ‘흥행은 성적이 보장한다’고들 합니다. 유럽을 보면 성적과 관계없이 축구장이 가득 차잖아요. K리그도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요.

가능합니다. 우리의 2023시즌이 한 예가 될 수 있죠. 2022시즌이나 코로나19가 찾아들기 전 시즌과 비교했을 때 관중 수가 엄청나게 늘었어요. 물론 성적이 좋으면 더 많은 관중을 불러들일 수 있죠. 그게 전부는 아니란 겁니다. 축구란 산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요즘 팬들은 ‘축구만을 위해서’ 축구장을 찾지 않아요.

Q.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줄 수 있습니까.

팬들이 주말 축구장을 찾는 게 당연하도록 만들려면, 구단은 문화를 창조해야 합니다. 가족, 연인, 친구들과 축구장에 왔을 때 경기장 밖에서부터 ‘재미’가 있어야 해요. 경기장으로 향할수록 두근거림이 커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어떤 팬이든 축구장에 와서 추억거리를 남기고 돌아간다면, 재방문율이 대단히 높아집니다.

경기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맡겨놓고, 우린 우리가 해야 할 역할에 충실히 해야 하는 이유예요. 우린 홈경기 날 어떤 행사,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인지 논의를 거듭합니다. 요즘엔 먹거리도 중요하잖아요. 내년엔 먹거리를 더욱 강화할 예정입니다. 떡볶이, 오뎅, 옥수수, 감자, 고기 등 다양한 음식을 선보일 거예요.

목표는 전국에서 제일 맛있는 업체들을 불러들이는 겁니다. 우리가 팬들에게 ‘K리그에서 가장 맛난 떡볶이를 맛볼 수 있는 구장’, ‘강원 홈구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옥수수 감자빵’ 등의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면, 관중은 더 늘어날 것입니다. 우린 ‘팬들의 하루를 책임진다’는 각오로 더 힘쓸 거예요.

Q. K리그엔 지자체나 모기업에서 내려주는 예산에만 의존하는 팀이 여럿입니다. 구단 경영자는 어차피 떠날 팀이기에 한 시즌을 사건, 사고 없이 치르는 걸 목표로 하는 것도 봅니다. 경기인 출신 행정가들도 눈앞의 성적에만 신경 쓰지, 안정적인 예산이 있기에 수익화는 크게 고민하지 않거든요. 김병지 대표는 프로축구단의 수익화, 자생력을 키우는 데 열중하고 있습니다. 프로축구단이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건 무엇이라고 봅니까.

여러 가지가 있겠죠. 우리의 장기 계획에 들어가 있는 내용이기도 하고요. 크게 보면 4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선수단, 입장료, 스폰서, 중계권 수익입니다. 계속해서 이야기하지만 축구는 산업입니다. 특히나 우리 같은 팀은 선수를 잘 키워서 비싸게 파는 것도 중요해요. 이적료 수익이 구단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

홈경기 수익도 중요합니다. 단순히 티켓 수익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에요. 홈경기 수익이 얼마나 되느냐, 홈구장이 얼마만큼 차느냐에 따라서 더 많은 스폰서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구단의 브랜드 가치, 상품 판매량도 늘어날 수 있고요.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이 얘길 꼭 하고 싶어요.

Q. 어떤 이야기입니까.

앞서 말한 4가지 가운데 구단의 힘만으론 할 수 없는 게 있어요. 중계권입니다. 중계권 수익은 강원이 아무리 노력해도 올리는 것이 불가능해요. 저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팀을 비롯한 K리그 관중이 몰라보게 증가하고 있어요. 시청률, 영상 조회수 등도 이전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계권료는 왜 큰 변화가 없는 걸까요. K리그 구단이 1년에 중계권료로 얻는 수익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매우 적어요. 위의 4가지 요소 중 가장 적습니다. 이 부분은 연맹이 해줘야 하는 거예요. 연맹만의 힘으로 어렵다면 K리그 모든 구단이 머리를 맞대야죠. 저는 중계권료가 ‘지금보다 10배는 올라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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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FC 김병지 대표이사. 김 대표는 “K리그 중계권료가 지금보단 10배 이상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이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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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국 프로스포츠 산업 구조에서 가능한 일일까요.

충분히 가능해요. 예를 들어볼게요. 쿠팡플레이가 K리그 중계를 책임지고 있잖아요. 쿠팡은 OTT와 유통을 연계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쿠팡이 일을 아주 영리하게 잘하는 거예요. 쿠팡은 일정한 금액을 지급한 축구 팬들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또 다른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연맹은 자선단체가 아니잖아요. 매년 많게는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구단들이 더 좋은 팀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죠. K리그가 2시즌 연속 300만 관중을 돌파했습니다. 300만 명이란 건 쿠팡에 대단히 매력적인 숫자잖아요. 연맹이 일을 잘한다면 3년 내 10배 이상은 더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만큼의 중계권 수익이 구단들에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고요.

유럽의 사례를 봐도 프로축구단이 자생력을 키우려면 중계권 수익이 정말 중요해요. 그런데 한국에선 중계권 수익이 가장 미진합니다. 제가 이런 얘길 하면 ‘시청률이 적은데 어떻게 그 정도의 수익을 올리냐’고 합니다. 글쎄요. 요즘 사람들이 티브이 중계로만 K리그를 시청합니까. K리그 1경기로 수많은 콘텐츠가 탄생합니다. 그 콘텐츠를 통해서 또 다른 수익 창출이 가능하고요. 제가 조금 강하게 말한 부분이 있지만 반드시 바뀌어야 하는 게 분명합니다.

Q. 프로축구단의 수익화를 논의하다 보면 프로야구 얘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프로야구는 올해 1천만 관중 시대를 열었습니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의 큰 차이 중 하나는 경기 수입니다. 프로야구는 1주일에 6일 경기합니다. 프로축구는 컵대회 포함 많아야 2번이에요. 구단별 홈경기로 치면 프로야구는 144경기 중 72경기를 홈에서 치릅니다. K리그1은 38경기 중 19경기를 홈에서 치러요. K리그는 경기가 없는 날 팬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가 상당히 중요한데요. 좋은 방안이 있습니까.

어렵죠(웃음). 야구는 경기 수가 많다 보니 대중들에게 친숙합니다. 텔레비전을 틀면 항상 경기가 진행되고 있죠. 매일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나오고요. 축구는 보통 1주일에 한 번 경기합니다. 이 부분은 미디어 쪽에서 조금 더 신경을 써주셔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유럽은 주중에 유럽클럽대항전을 치릅니다. 금~일요일엔 보통 리그 경기를 소화하죠.

경기가 없는 날 팬들이 즐길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야 해요. 유럽의 경우엔 경기가 없는 월요일이면 주말 있었던 경기의 하이라이트가 끊임없이 나옵니다. 유명 패널들이 모여서 해당 라운드 핵심 이슈 등을 설명하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기도 하죠. 직장인들이 퇴근 후 프로야구를 챙겨보듯이 프로축구 하이라이트, 분석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물론 유럽과 K리그를 비교하는 건 어렵습니다. 유럽은 100년이 넘는 역사와 문화가 있어요. 하루아침에 만들 수 없습니다. K리그는 1983년 출범했잖아요. 유럽의 절반도 안 됩니다. 차차 만들어가야죠. 미디어에서 어떤 콘텐츠가 축구에 대한 흥미를 더할지 고민하고, 대중에게 전달한다면 지금보다 많은 팬을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구단들도 자체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 팬들과 꾸준한 소통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축구계에 종사하는 모든 분이 힘을 합쳐서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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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FC 김병지 대표이사. 김 대표는 2023시즌부터 강원 대표로 재직 중이다. 김 대표는 2024시즌을 마친 뒤 강원과의 재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이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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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김병지 대표도 경기인 출신이지만 솔직하게 여쭤볼게요. 경기인 출신 지도자들은 경기 외적인 활동에 대단히 부정적입니다.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결정적인 이유죠. 이전보다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축구계는 여전히 보수적입니다. 미디어는 물론 구단 프런트도 팬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지도자들이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지도자들은 “K리그 경기 수가 너무 많다”고 입을 모읍니다.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저는 구단 대표잖아요. 경제적인 부분을 우선합니다. 제가 카페를 운영하는데 직원들의 컨디션을 위해 3일만 일한다고 하면 바로 망할 거예요. 돈을 어떻게 법니까.

힘든 거 압니다. 제가 K리그 역사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한 사람인데 왜 모르겠어요. 하지만, K리그가 지금보다 더 성장해야 하잖아요. 지도자들, 선수들 모두가 더 좋은 대우 받으면서 뛰고 싶잖아요.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입니다. 축구 산업이 커져야 해요. 축구가 돈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프로축구단이 더 많은 스폰서를 유치하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요. 경기 수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늘어나야 합니다.

경기 수가 늘어나면, 양민혁과 같은 스타 선수가 증가할 수도 있어요. K리그 모든 팀이 유소년 팀을 운영하고 있잖아요. 경기 수 증가는 그 선수들이 지금보다 큰 관심을 받으면서 뛸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기회는 한국 축구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고요. 경쟁력 있는 선수의 증가는 구단의 발전, 팬 증가, 수익 창출 등으로 이어질 겁니다.

말씀 주신 콘텐츠 제작 부분에서도 인식이 바뀌어야죠. 모든 축구인이 “팬들이 있어서 존재한다”고 말하잖아요. 팬들이 오기만 기다려선 안 됩니다. 우리가 먼저 팬들에게 다가가야 해요. 앞서서도 말했지만 지금 축구장을 찾으시는 분들은 경기만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팬들에게 더 많은 추억을 남겨드릴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합니다.

[구리=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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