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의 에이스 류현진. [사진 한화 이글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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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37·한화 이글스)이 겨울 바다에서 2025년 가을을 기약했다.
프로야구 한화 소속 투수 류현진·장시환(37)·장민재(34)·이태양(34), 포수 이재원(36)·최재훈(35), 내야수 채은성(34)·안치홍(34) 등 베테랑 선수 8명은 11일 대전 인근 바닷가를 찾아 외투를 벗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류현진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해당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올리면서 “팬 여러분과의 약속을 지키러 겨울 바다에 다녀왔다. 내년에 제대로, 더 잘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날 오전 대전 지역 기온은 최저 영하 1도까지 떨어졌다. 류현진과 동료 선수들이 찾은 바닷가는 강한 바람으로 인해 체감온도가 더 낮았다. 그런데도 30대 중반을 넘어선 한화 선수들은 얇은 상·하의 한 벌씩만 걸치고 일제히 바닷물에 몸을 담갔다. 시즌 개막 전 팬들과 했던 ‘입수’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다.
한화 주장 채은성은 지난 3월 KBO 미디어데이에서 “우리 팀의 올해 목표는 4위다.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5위 안에 들지 못하면 고참 선수들이 12월 태안 앞바다에 입수하겠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선수단 안에서 이 아이디어를 낸 주인공이 바로 류현진이다. 채은성은 “현진이 형이 ‘왜 공약은 성공했을 때만 걸어야 하는 거냐. 우리 팀은 5강 실패 시 공약을 한 번 내보자’고 제안해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귀띔했다. 그만큼 한화에게 ‘가을 야구’는 간절하고 절실한 목표였다.
다만 한화는 올해도 포스트시즌을 경험하지 못했다. 시즌 초반 반짝 돌풍을 일으켰지만, 5월 이후 다시 하위권으로 처졌다. 결국 6월 중순 사장과 감독이 모두 바뀌는 격변을 겪었다. 후반기에도 깜짝 상승세를 타면서 마지막 희망을 살리는 듯했지만, 뒷심 부족으로 끝내 5강 경쟁권에서 이탈했다. 올 시즌 한화의 최종 성적은 8위(66승 2무 76패·승률 0.465)였다.
류현진을 비롯한 한화의 베테랑 선수 8명이 11일 차가운 겨울 바다에 들어갔다. 류현진은 “내년에 제대로, 더 잘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SNS에 남겼다. [사진 류현진 인스타그램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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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한화 팬들의 성원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한화는 올 시즌 대전 홈 경기에서 47차례 매진을 달성해 KBO리그 역대 최다 기록을 새로 썼다. 또 시즌 총 관중 80만4204명을 기록해 1986년 창단 이후 최초로 80만 관중을 돌파했다. 이런 팬들에 대한 미안함을 온몸으로 표현하기 위해 한화의 베테랑 선수들이 공약 이행에 나섰다. 에이스 류현진의 주도 아래 12월의 차디찬 바닷물 속으로 자진해 걸어 들어갔다. 채은성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그렇게 선언하고선 실행하지 않으면 다 거짓말이 된다”며 “우리가 다짐한 목표를 이루지 못했으니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했다.
최근 17시즌 동안 한화가 가을 잔치 초대장을 받은 건 단 한 번(2018년)뿐이다. ‘만년 하위권’ 꼬리표를 떼지 못해 설움도 많이 겪었다. 그러나 내년 시즌엔 큰 폭의 변화를 앞두고 있다. 창단 당시부터 사용한 홈구장 한화생명이글스파크(한밭종합운동장 야구장)와 작별하고 신축 구장인 ‘베이스볼 드림파크(가칭)’에서 첫 시즌을 치른다. 이번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선발투수 엄상백(4년 최대 78억원)과 내야수 심우준(4년 최대 50억원)을 잇달아 영입해 전력을 확실히 보강했다. 시즌 도중 사령탑에 오른 ‘백전노장’ 김경문 감독은 내년 스프링캠프부터 풀 타임으로 팀을 지휘한다. 한화 선수단의 사기와 의욕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한화의 우승은 ‘돌아온 에이스’ 류현진의 오랜 꿈이다. 그는 11년에 걸친 메이저리그 생활을 접고 올해 친정팀으로 복귀하면서 “힘이 남아 있을 때 돌아와 한화의 우승에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올 시즌 10승 8패, 평균자책점 3.87로 분전해 선발진의 기둥 역할을 했다. 류현진은 “내년엔 야구장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동료 선수들과 함께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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