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 자이언츠 90주년 행사에 참석한 장훈과 오 사다하루. 요미우리 자이언츠 구단 홈페이지 |
[OSEN=백종인 객원기자] 지난 주말이다. 일본 도쿄돔에 인파가 몰린다. ‘자이언츠 팬 페스타 2024’라는 행사 때문이다. 이맘 때면 늘 하는 이벤트다. 그런데 올해는 유난히 많은 팬들이 찾는다. 이유가 있다. 90주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손님이 초대됐다. 예전의 대스타 수십 명 모였다. 대부분은 외야 그라운드를 통해 단체로 입장한다. VIP 중의 VIP는 따로 소개된다. 아베 신노스케, 다카하시 요시노부, 하라 다쓰노리, 호리우치 쓰네오…. 전현직 감독이 차례로 인사한다.
그리고 마지막 3명이 남았다. 장내 아나운서가 톤을 높인다. “3085 안타의 하리모토 이사오 상(장훈의 일본 이름, 84세)” “868 홈런의 오 사다하루(왕정치, 84세) 상” ”미스터 자이언츠, 나가시마 시게오(88세) 종신 명예감독”.
소개가 이어질 때마다 엄청난 환호와 갈채가 터져 나온다.
일본 프로야구의 역사는 곧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역사다. 때문에 90주년의 의미는 각별하다. 행사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회자된다.
그 중 하나가 장훈 씨에 대한 얘기다. 한마디로 하면 “몰라보게 건강해졌다”는 반응이다. 몇 달 전에는 상당히 기력이 쇠한 모습으로 나타나,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런데 이날은 달랐다. 지팡이를 짚기는 했지만, 걸음걸이에 힘이 있다. 10분 남짓 진행된 세리모니도 꿋꿋하게 버텼다.
무엇보다 큰 호응을 이끌어낸 순간이 있다. 축하와 격려의 한마디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다. 쩌렁쩌렁한 음성으로 “요미우리 교징군, 훌륭하다!”를 외쳤다. 23년간 고정 패널로 출연한 TV 프로그램(TBS ‘선데이 모닝’)에서 했던 자신의 유행어다.
요미우리 출신의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맨 앞줄에 장훈 씨의 모습도 보인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구단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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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후 그의 건강에 관한 뉴스가 이어진다. 함께 참석했던 구와타 마스미 요미우리 2군 투수코치는 “가까이서 직접 뵀는데, 훨씬 더 건강해 보였다. 대단하시다”라고 밝혔다.
요미우리 출신 우에하라 고지 역시 마찬가지다. 후임 패널로 TBS ‘선데이 모닝’에 출연하고 있는 그는 “오랜만에 만났다. 많이 좋아지셨더라. 나야말로 장훈 씨에게 ‘훌륭하시다!’라고 외친다”라며 웃는다.
장훈 씨는 지난 5월에도 도쿄돔을 찾았다. 오 사다하루 데이를 맞아 시구자로 초청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시 모습에 사람들이 많이 놀랐다. 유난히 수척하고, 병색이 완연해 보인 탓이다. 지팡이를 짚었지만, 왠지 걸음도 불안정해 보였다. 시구한 공은 얼마 날아가지도 않았다. 일부에서는 중병설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특유의 강골이다. 두어 달이 지나니, 외부 활동이 활발해진다.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는 건강에 대한 우려에 벌컥 화를 내기도 한다.
“허리를 다쳐서 수술한 탓이야. 그래서 살이 좀 빠지기는 했지. 내가 많이 아프다는 건 바보 녀석들이 하는 소리야. 잘 지내고 있다고 전해줘(웃음). 지금은 지팡이 짚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어. 술도 꿀꺽꿀꺽 잘 마시고 있고. 기사에 생생하다고 써줘.”
병색이 짙었던 5월 시구식 때 모습. 요미우리 자이언츠 유튜브 채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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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자이언츠로 불리는 나가시마 시게오 종신 명예감독이 9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2004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불편한 상태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구단 홈페이지 |
이날 장훈 씨의 모습에 일본 언론은 호평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선수단과 함께 팬들 앞에 도열할 때는 지팡이를 뒤로 감추는 모습을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았다.
매체 데일리는 ‘거인 장훈 씨의 늠름한 모습에 팬들은 ‘훌륭하고, 대단하다’라고….’ 하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일부를 인용하면 이렇다.
‘특히 팬들이 놀란 것은 장훈 씨다. (중략) 기념 촬영 등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지팡이를 몸 뒤로 숨기며 세리머니에 참여했다.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긍지를 보여주는 듯한 늠름한 자세에 팬들이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 기사에는 야후 재팬에 노출돼 8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지팡이를 눈에 띄지 않도록 하는 배려가 훌륭하다’ ‘지팡이 없이도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니 대단하다’ ‘힘찬 목소리를 들으니, 선수 때 파이팅 넘친 모습이 생각난다’ 등의 반응이다.
장훈 씨는 최근 야구 외에도, 반전(反戰)과 반핵(反核)에 관련된 이슈에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자신이 히로시마에 거주하던 5세 때 원폭 피해를 입었던 탓이다. 그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원폭 피해자 단체협의회의 메시지에 공감하며 언론 인터뷰, 방송 출연 등으로 활동의 폭을 넓혀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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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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