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9 (화)

또다시 조별리그 탈락... 한국야구 계속되는 국제무대 잔혹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 야구의 국제 무대 잔혹사가 또 한 번 반복됐다. 18일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대만 타이베이 티엔무 구장에서 열린 2024 프리미어12 B조 5차전에서 투런 홈런을 포함 4타수 3안타 4타점을 때려낸 김도영의 활약을 앞세워 호주에 5대2으로 승리, B조 3승 2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앞서 대한민국을 꺾은 일본과 대만이 지난 17일 경기에서 승리, 각각 4승과 3승을 챙기면서 한국은 일찌감치 수퍼라운드(4강) 진출이 무산됐다.

조선일보

18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 톈무야구장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4 B조 조별리그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5-2로 호주에 승리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 대표팀은 이번 프리미어12에서 수퍼라운드 진출이 목표였다. 작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만회한다는 각오였지만 메이저 국제 대회 2연속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뼈아픈 결과를 받았다.

2019년 프리미어12 2회 대회 준우승 이후 한국 야구는 국제 무대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긴 했다. 하지만 병역 혜택이 없는 WBC와 프리미어12에서는 번번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고 있다. WBC의 경우 2006년 1회 대회 4강, 2009년 2회 대회 준우승 이후 2013, 2017, 2023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초대 대회 우승, 2회 대회 준우승에 오른 프리미어12에서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이번 대표팀엔 원태인, 문동주, 손주영, 구자욱, 노시환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이나 군사훈련 등을 이유로 빠졌지만 다른 대표팀도 대부분 1.5~2군을 보낸 만큼 변명이 되긴 어렵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1차전 대만과의 경기에서 패한 것. 최근 세 번의 WBC에서 모두 네덜란드, 이스라엘, 호주에 1차전을 내주며 탈락한 걸 감안하면 이번 대회 1차전 대만전은 사실상 결승이나 다름없는 경기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타산지석을 활용하지 못했다. ‘대만 타자는 언더핸드에 약하다’는 막연한 분석으로 고영표를 선발로 내세웠고, 수비력이 강점인 김휘집을 지명타자로 내세우는 장타 없는 선발 라인업으로 대만과 맞서다 일찌감치 경기를 내줬다. 투수 교체 타이밍도 한 박자씩 늦었고 타격감이 나쁜 타자들을 빠르게 교체하지도 않았다.

2차전 쿠바전부터 선발 라인업을 크게 바꾸고 투수 교체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가며 반전을 꾀했지만 3차전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그야말로 실력 차이에서 밀려 패했다. 선발 최승용이 2이닝도 채우지 못했고 대표팀 타자들은 일본 투수에게 찬스마다 삼진을 당했다. 이번 대표팀 최고 강점인 불펜진도 경기 후반 결국 일본 타자들에게 공략당하며 무너졌다.

1차전 대만전도 대만의 홈 이점에 우리 대표팀의 선수 기용에 아쉬움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도 대만이 한국보다 더 세련된 실력과 야구를 선보인 경기였다. 올해 KBO(한국야구위원회)리그 평균 연봉이 약 1억5500만원, 대만 야구 선수 평균 연봉은 그 절반 수준인걸 감안하면 한국 프로야구의 전반적 기량이 정체 또는 도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희망적인 면도 있었다. 대만과 일본에 패했지만 올 시즌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한 쿠바 에이스 리반 모이넬로를 완전히 무너뜨린 쿠바전 승리와 0-6으로 끌려가다 9대6 대역전승을 거둔 도미나카공화국전은 젊은 선수 중심인 이번 대표팀이 근성과 투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특히 올 시즌 KBO리그에서 38홈런-40도루 등 역대급 활약을 펼친 김도영이 생애 첫 국가대표로 출전한 이번 프리미어12에서도 홈런 3개를 포함, 맹활약하며 향후 대표팀의 주축 타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포수난에 시달린 대표팀에 처음으로 승선한 포수 박동원의 맹활약과 유격수 박성한이 공수에서 대표팀의 주력 역할을 한 것도 고무적인 부분이다.

선발투수들은 대체로 부진했지만 마무리 박영현을 중심으로 유영찬, 김서현, 곽도규, 김택연 등 젊은 불펜은 향후 국제 무대에서도 맹활약할 잠재력을 보였다. 이번 대회에 가능성을 보인 젊은 선수들과 원태인, 문동주, 이의리 등 국내 리그 에이스급 선발 선수, 또 메이저리거 이정후, 김하성과 올해 LA 다저스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이었던 토미 현수 에드먼, 다저스 산하에서 성장 중인 장현석 등이 합류할 2년 뒤 WBC에서는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2022년부터 이어진 류중일 감독 체제를 계속 이어갈지가 최대 고민이다. 올해 초 KBO 전력강화위원회에서 류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재선임했지만 임기는 사실상 이번 프리미어12까지다. 류 감독의 경기 운영 방식이 단기전 중심의 국제 무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새 감독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조선일보

[배준용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