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스파이크를 때리는 쪽이 이기는 게 아니다. 볼을 떨어뜨린 쪽이 진다. |
하이큐 그러니까 배구(排球)는 공을 코트에 떨어뜨린 팀이 지는 스포츠입니다.
여오현 IBK기업은행 코치가 현대캐피탈 선수 시절 디그 중인 모습.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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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국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경기에서 여오현 IBK기업은행 코치(46)보다 ‘떨어지는 공’을 많이 받아낸 선수는 없습니다.
여 코치는 V리그 정규리그 경기에서 디그 5219개를 남긴 뒤 2023~2024시즌을 마지막으로 유니폼을 벗었습니다.
이 부문 2위(3891개)인 최부식 대한항공 코치(46)와 비교해도 1328개가 많은 기록입니다.
물론 디그에 실패해 상대 팀에 점수를 내줄 때도 있습니다.
디그 실패(998개)를 제외하면 여 코치는 4221점을 막아낸 셈이 됩니다.
삼성화재 선수 시절 여오현 IBK기업은행 코치와 박철우 KBSN 해설위원.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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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통산 공격 득점 1위 박철우 KBSN 해설위원(39)은 5603점을 올리는 동안 상대 블로킹에 1252번 당했고 공격 범실도 817번을 남겼습니다.
결국 박 위원이 스파이크를 때려 얻은 점수는 3534점으로 여 코치가 막아낸 점수보다 687점이 적습니다.
스파이크로 팀에 점수를 가장 많이 선물한 선수는 사실 박 위원이 아니라 레오(34·현대캐피탈)입니다.
레오 역시 공격 득점 5261점, 상대 블로킹 680개, 공격 범실 785개로 3835점을 보태 여 코치가 막아낸 점수에 미치지 못합니다.
여오현 IBK기업은행 코치가 현대캐피탈 선수 시절 상대 서브를 받는 장면. 현대캐피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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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코치는 통산 서브 리시브 효율도 66.1%로 현재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기록을 남겼습니다.
또 여 코치가 출전한 정규리그 625경기에서 팀은 425승(200패)을 거뒀습니다.
이 역시 V리그 역사상 선수 개인 최다승 기록입니다.
유광우(39·대한항공)가 지난 시즌 10회로 기록을 새로 쓰기 전까지 여 코치는 V리그에서 가장 많이 우승한 선수이기도 했습니다.
요컨대 누군가 ‘V리그 남자부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누구인가?’라고 물으면 ‘여오현’이라는 세 글자가 정답에 가장 가까웠던 것.
여오현 IBK기업은행 코치가 현대캐피탈 선수 시절 600경기 출전 기념 행사에서 헹가래를 받고 있는 모습.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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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직전 소속팀 현대캐피탈이 ‘코칭스태프 + 프런트 개편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 코치는 ’버려진 존재‘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 바람에 팬들에게 작별 인사도 못하고 코트를 떠나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현대캐피탈이 여 코치를 아주 잊은 건 아니었습니다.
현대캐피탈은 27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리는 2024~2025시즌 안방 개막전에서 여 코치의 은퇴식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V리그 역사상 최고 선수에서 초보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여 코치의 앞날에 행운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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