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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KT, 두산 꺾고 첫 5위팀 준플레이오프행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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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카드 2차전 1대0 승리

KT가 0%의 확률을 뚫는 ‘강철 마법’을 부리며 준플레이오프로 도약했다.

조선일보

무슨 주문을 걸었길래… ‐ 3일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서 두산을 꺾고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KT 선수들이 환호하며 더그아웃을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쿠에바스, 강백호, 박경수, 천성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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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두산에 1대0으로 승리, 1·2차전 2연승으로 가을 무대 마법 동화를 이어갔다. KT는 4위와 5위가 맞붙는 와일드카드 제도가 2015년 도입된 이후 5위로 준플레이오프 티켓을 거머쥔 첫 팀이 됐다.

4위 팀은 한 번만 이기거나 비겨도 되는 반면 5위 팀은 무조건 두 번을 이겨야 하는데, 그 불리함을 이겨낸 팀이 지난해까지는 없었다. KT는 하루 휴식 후 5일부터 3위 LG와 5전 3선승 준플레이오프 승부를 펼친다. 이날 경기 전 잠실야구장에 들어서면서 “잠실에서 대구 찍고, 광주까지 가겠다”며 ‘도장 깨기’를 선언했던 이강철 KT 감독은 “체력 문제는 전혀 없다. 분위기가 너무 올라오고 있다. 5위가 만들어내는 최초의 기록에 팬들과 함께 계속 도전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조선일보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KT에 승리를 안긴 ‘대표 마법사’는 좌완 선발투수 웨스 벤자민(31)이었다. 그는 올 정규 리그에선 11승 8패, 평균자책점 4.63으로 좋지 못했다. 한국시리즈 무대에 섰던 지난해(15승 6패, 평균자책 3.54)에 크게 못 미쳤다. 9월 한 달 동안은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8.34나 될 정도로 부진했다.

하지만 팀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순간, 존재감을 발휘했다. 그는 직구와 슬라이더, 커터,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으로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를 꽁꽁 묶었다. 7이닝 동안 88개만 던지는 효율적인 투구 속에서 3안타만 내줬다. 주자를 2루 이상 내보낸 것은 5회 단 한 번뿐이었다. KT는 벤자민의 7이닝 무실점 역투에 이어 고영표가 8회, 박영현이 9회 각각 1이닝을 퍼펙트로 책임졌다.

이날 경기 MVP로 선정된 벤자민은 “최근 한 달 동안 투구 자세와 리듬을 교정하려고 노력한 게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며 “정규 시즌 두산이 내게 강했는데, 그걸 신경 쓰지 않고 한 이닝 한 이닝 막으려고 집중한 게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고 했다.

공격과 수비에선 멜 로하스 주니어의 활약이 돋보였다. 그는 0-0이던 5회말 수비 1사 2루 상황, 상대 허경민의 안타 때 완벽한 송구로 두산 2루 주자 양석환을 홈에서 아웃시켰다. 경기 시작 땐 우익수였다가 5회말 좌익수로 옮겼는데, 강한 어깨로 상대의 득점을 막아냈다.

로하스는 그 기분을 호쾌한 스윙으로 이어갔다. 6회초 선두 타자로 나서 두산 세 번째 투수인 이병헌의 2구째 변화구를 잡아당겨 좌익수 쪽 2루타를 뽑아냈다. 로하스는 장성우의 우익수 플라이 때 3루, 강백호의 안타 때 홈을 밟았다. 장타력이 좋은 강백호가 욕심부리지 않고 방망이를 짧게 잡고 밀어치는 팀 배팅으로 로하스의 결승 득점을 이끌어낸 게 인상적이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벤자민이 요즘 안 좋아 한 번은 잘 던져주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며 “무엇보다 사사구를 한 개도 내주지 않은 게 7회까지 버틴 힘이 됐다”고 했다.

KT는 지난 1일 정규 시즌 5위 결정전에서 멜 로하스 주니어의 8회 역전 결승 3점 홈런으로 4대3 승리를 거둔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단 한 점도 내주지 않는 철벽 피칭으로 포스트 시즌 2연승을 거뒀다. KT는 올해 18이닝을 포함해 와일드카드 22이닝 무실점 행진 중이다. KIA의 종전 14이닝 무실점 기록을 3일 깨뜨렸다.

비기기만 해도 가을 야구 스토리를 이어갈 수 있었던 두산은 타선의 침묵이 뼈아팠다. 1차전에서 KT 쿠에바스와 불펜진의 역투에 휘말렸고, 2차전에서도 3안타 빈공에 그치면서 홈플레이트를 밟는 데 실패했다. 총 29차례 타석에서 외야로 타구를 보낸 게 3안타 포함해 5차례뿐이었다. 삼진 8개 중 7개를 2사 후 당했다. 타자들이 나쁜 공에 손을 대면서 상대 투수들을 쉽게 해줬다. 유일한 찬스였던 5회 양석환의 홈 질주도 사실상 무리한 주루였다.

조선일보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이승엽 두산 감독은 “우리 팀 장점 중 하나인 장타가 터지지 않아 2경기 연속 힘도 못 쓰고 져 마음이 아프다”며 “고생한 선수들과 팬들에게 죄송스럽다. 선수들이 이기려는 모습을 보면서 감독으로서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내가 좀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해 두산 지휘봉을 잡은 이후 치른 포스트 시즌에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만 3전 전패했다. 이날 경기 후 흥분한 두산 팬들이 경기장 밖에서 “이승엽 나가!”를 외치기도 했다.

[강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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