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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몸·폼 바꿔… 오타니, 사상 첫 50홈런·50도루 새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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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타·도루 다 되는 ‘삼도류’ 탄생

조선일보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19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마이애미 말린스와 방문 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0홈런-50도루'를 달성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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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문센이 남극점을 정복한 것, 린드버그가 대서양을 횡단한 것, 그리고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착륙한 것과 같다.”(미 스포츠 매체 ESPN)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30)가 120여 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역사에 신기원을 열었다. 한 시즌에 홈런 50개-도루 50개를 넘어서는 ‘50-50′을 달성했다. 오타니는 19일(현지 시각)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 원정 경기에서 1번 지명타자로 나와 3연타석 홈런과 도루 2개를 추가했다. 전날까지 48(홈런)-49(도루)였는데 이를 51-51까지 늘렸다.

오타니는 이날 첫 타석 2루타로 나간 뒤 시즌 50호 도루를 성공시켰고, 이어 2회 초 도루 숫자를 51개까지 늘렸다. 48-51. 50-50까지 홈런 2개만 남은 상황에서 그는 6회 2점 홈런으로 49-51 고지에 도달했고, 7회 2점 홈런을 다시 더해 50-51을 완성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9회 3점 홈런을 또 날려 한 경기 3연타석 홈런이란 진기록과 함께 51-51로 하루를 마감했다. 이날 경기에서만 6타석 6안타 3홈런 10타점 4득점 2도루. 엄청난 활약을 보였다. 다저스는 말린스를 20대4로 대파하며 남은 경기(9경기)와 상관없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지었다. 오타니 대기록 달성을 겹경사로 만든 셈이다. 이로써 오타니는 이날까지 올 시즌 타율 0.294, 176안타 51홈런 51도루 120타점 123득점을 질주했고, 출루율(0.376)과 장타율(0.629)을 합친 OPS(On-base Plus Slugging)에서 1.005를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 오타니 홈런 51개는 서로 다른 투수 50명에게서 뽑아냈다. 9개는 비거리 137m를 넘기는 대형 홈런이었다.

오타니 이전 MLB에서 한 시즌 50홈런 이상이 나온 건 49번. 하지만 이 선수들 시즌 도루 개수는 평균 7.4개(MLB 닷컴)에 불과했다. 50홈런 이상 친 선수 중 도루가 가장 많았던 건 24개가 최고였다. 야구에선 대체로 홈런 타자는 발이 느리고 발이 빠른 타자는 홈런을 많이 때리지 못한다는 통념이 있었다. 이를 뛰어넘는 선수들이 가끔 있었는데 30(홈런)-30(도루)과 40-40이었다. 30-30은 MLB 역사에 47명, 40-40은 6명이 도달한 바 있다. 그럼에도 50-50은 초인(超人)이나 가능한 업적으로 여겼는데 오타니가 이를 돌파했다.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미 언론들은 “현실에서 나올 수 없는 선수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냈다”면서 ‘초인적’ ‘다른 세계’ ‘믿을 수 없는’ ‘유일무이’ 등 갖가지 수식어로 찬사를 보냈다. 미 프로농구(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도 소셜미디어에 “비현실적(unreal)”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오타니는 이날 경기 후 소감을 묻자 “팀이 이겨서 가장 좋았다”면서 “기쁨과 안도감이 동시에 들고 기록을 만들어온 선배님들에 대한 존경심도 느낀다”고 말했다.

오타니는 올 시즌을 앞두고 10년 7억달러(약 9200억원)라는 MLB 사상 역대 최고 계약으로 LA 다저스로 이적했다. 그러나 작년 팔꿈치 수술을 받은 영향으로 올 시즌은 투수 휴업을 선언했다. 투타 겸업이란 그의 상징 ‘이도(二刀)류’를 포기한 셈. 여기에 시즌 개막 전 통역사가 계좌에서 수백억 원을 빼돌린 사실까지 밝혀져 출발은 다소 불안했다. 시즌 첫 홈런이 개막 후 9경기만에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이내 괴물 본색을 되찾았다. 되레 투수로서 뛰지 않아 아껴둔 힘을 타격과 주루에 전력투구하면서 마침내 전인미답 50-50 고지 등정에 성공했다. 이도류를 넘어 ‘삼도(三刀)류’로 진화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오타니가 50-50을 이루기 위해 부족한 건 도루였다. 이전까지 시즌 최다 도루가 26개(2021년). 홈런은 46개(2021년)를 날린 적이 있어 50-50을 위해선 도루를 늘려야 했다. 마침 지난해부터 MLB 사무국이 베이스 크기를 확대하고, 피치 클락(pitch clock·투구 시간 제한)을 도입하면서 도루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에 오타니는 도루에 적극 투자했다. 오타니 주력은 올 시즌 10회 이상 출전 선수 556명 중 154위에 그치지만 투수 습성을 분석하고 뛰는 순간을 포착하는 재능이 남다르다. 다저스 1루 코치 클레이턴 매컬러는 “상대 팀 투수들 비디오를 면밀하게 분석하면서 언제 뛰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연구한다”고 전했다. 올 시즌 도루 성공률을 92.7%까지 끌어올린 원동력이다.

이날 오타니가 친 50-50 홈런 공은 한 관중이 잡았다. 이 관중은 다저스 구단에 이 공을 기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 스포츠계에선 이 공이 경매에 나오면 1998년 마크 맥과이어 시즌 70호 홈런 공 300만5000달러(약 40억원)나 2022년 애런 저지 62호 홈런 공 150만달러(19억9000만원) 이상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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