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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 (화)

대권 후보 찾아온 마지막 퍼즐 ‘꽃감독’… 제 손으로 떨친 ‘초보’ 꼬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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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KIA 이범호 감독이 17일 KBO리그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짓고 서울 세빛섬 마리나파크에서 열린 축승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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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역사에 남을 감독이 떴다.

프로야구 KIA가 2024시즌 KBO리그 페넌트레이스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보름달이 하늘을 밝힌 한가위에 매직넘버를 소멸시키면서 샴페인을 원 없이 터뜨렸다. 전신 해태 시절 포함 7번째(단일리그 기준) 정규리그 우승으로 한국시리즈(KS)로 직행해 7년간 기다린 ‘V12’를 바라본다.

◆최고의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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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선수단이 17일 서울 세빛섬 마리나파크에서 열린 2024시즌 KBO리그 정규리그 우승 축승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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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11대 사령탑, 이범호 감독이 취임 첫 시즌부터 일을 냈다. 2005년 선동열(삼성), 2011년 류중일(삼성) 감독만 빚어낸 기록이다. 2005년의 선 감독이 세운 감독 최연소 정규리그 우승 기록(42세8개월12일)을 이어 2번째로 젊은 나이(42세9개월23일)에 일군 우승이기도 하다.

끝이 아니다. 타이거즈 최초로 선수 그리고 감독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모두 이룩한 역사적인 인물이 됐다. ‘순혈 감독’을 우선시해온 구단 기풍을 떠올려보면 더욱 대단하게 느껴지는 업적이다. 리그 전체로도 김태형(당시 두산), 김원형(당시 SSG) 감독의 뒤를 잇는 역대 3호 기록이다.

‘초짜 감독’ 꼬리표는 온데간데없다. 이 감독은 이를 두고 “누구나 한번은 겪어야 하는 그리고 떨쳐내야 할 타이틀이라 생각한다. 내가 절대 초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매 경기 이길 수 있을지만 떠올렸다”며 “누구라도 처음에는 실패할 수 있는 법이다. 물론 나는 성공으로 출발하지만, 앞으로의 감독 인생에서 방심하지 않고 지금 모습 그대로 좋은 성적 내는 팀을 만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준비된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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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범호 감독이 승리를 거둔 선수단을 박수로 반기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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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KIA가 사령탑으로 점찍었던 지도자다. 선수로 2011년부터 KIA와 연을 맺었다. 2019년 은퇴 후에도 해외 코치 연수를 거쳐 2군 총괄 코치, 1군 타격 코치 등을 역임하며 꾸준한 ‘호랑이’로 남았다.

사령탑 데뷔는 생각보다 빨랐다. 김종국 전임 감독의 비위 행위로 인한 혼돈 때문이었다. KIA 수뇌부는 ‘이범호 카드’를 당겨쓰는 고육지책을 택했다.

‘준비된 지도자’ 이범호 감독은 보란 듯이 이겨냈다. 2017시즌 캡틴으로서 후배들을 끌어당긴 그의 인력(引力)은 이미 정평이 나 있었다. 코치로서도 따뜻한 ‘형님’ 면모를 유지하며 제자들의 능력을 발현시키는 탁월함을 선보였다. 모든 요소가 어우러지며 최고의 ‘감독’ 이범호가 탄생했다.

선수단도 쌍수를 들었다. 양현종은 “감독님이 오시면서 선수들이 똘똘 뭉쳤다. 감독 첫해이신데, 우리가 잘해야 감독님이 웃는 날이 많을 거라고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동고동락했던 이 감독이었기에 만들어진 ‘원팀‘ 타이거즈였다.

◆성장하는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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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범호 감독이 승리를 거둔 후 양현종과 함께 승리의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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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자신의 위치를 “선수들이 더 좋은 활약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자리“라고 말하는 이 감독이다. 최고참 최형우와 2살밖에 차이 나지 않는 형님답게 모든 초점을 ‘선수 퍼스트’에 맞춘다.

양현종도 “그간 모든 감독님이 존경스럽고 배울 게 많다. 이범호 감독님도 그렇다. 어수선한 시작 속에서도 항상 편하게 훈련하게 해주시고, 그라운드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주문해주셨다. 그게 시즌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성장통은 있었다. 경험이 전무했던 투수 파트, 부상 등 돌발 변수 대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따뜻한 리더십에 대해서도 때로는 따끔한 기강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눈부신 성장으로 이겨냈다. 젊은 감독으로서 나이, 경험이 많은 코치진과의 소통에 팔을 걷어붙였다. 또 베테랑이든, 주전이든 기본을 망각한 플레이가 나올 때면 냉철한 교체를 지시하기도 했다. 팀을 위한 결단도 서슴지 않는 강단도 생겼다. ‘대투수’ 양현종을 승리요건 직전에 강판시킨 7월17일은 아직도 회자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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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범호 감독(가운데)이 최원준(왼쪽), 김선빈과 함께 17일 열린 2024시즌 KBO리그 정규리그 우승 축승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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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그 순간들에 선수들을 불러들이는 게 제일 힘들었다. 선수들과 감정이 오가는 순간들을 메우고 관계의 틀을 벗어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며 “항상 대화로 (간극을) 좁히려 했다. 실수했더라도 다음 경기를 꼭 출전 시켜주기도 했다. 유대관계를 잘 만들려 한 게 주효하지 않았나 싶다”고 웃었다.

양현종을 내린 그날, 아끼는 동생을 뒤에서 꼭 안아주는 ‘백허그’가 그의 리더십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부드러움과 카리스마의 조화, 성장을 마친 이범호 리더십이 바라보는 곳은 단 하나, KIA의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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