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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 (화)

"니퍼트 등판 못해 아쉽다" 국민타자 어쩔수 없는 선택…니느님도 이해했다 "멋진 경기 펼친 선수들에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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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윤욱재 기자] 하늘은 끝내 '니느님'의 마지막 등판을 허락하지 않았다.

'니느님' 더스틴 니퍼트(43)의 은퇴식이 열린 14일 서울 잠실구장. 이날 두산은 KT와의 경기에 앞서 니퍼트를 특별 엔트리에 등록, 니퍼트에게 은퇴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 했다.

니퍼트는 2018시즌을 끝으로 마운드를 떠났다. 거의 6년 가까운 시간 동안 실전에 등판하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최근 JTBC 야구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에서 최강 몬스터즈의 일원으로 활약, 최고 구속 152km에 달하는 빠른 공을 구사하며 화제를 모았다. 때문에 만약 니퍼트가 은퇴 경기에 등판한다면 어떤 투구를 보여줄지 기대를 모으는 팬들이 적지 않았다.

마침 니퍼트 본인도 은퇴 경기 등판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니퍼트는 경기 전에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어떻게 경기가 흘러갈지 모르겠지만 경기에 꼭 던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요즘 '최강야구'에 출연하면서 경기에 나가고 있고 선수 때와 똑같이 몸 관리를 하면서 불펜 피칭도 가져가는 루틴을 가져가고 있다"는 니퍼트는 "물론 나도 43살이다. 현역 전성기와 비교할 수는 없다. 힘은 떨어졌지만 영리하게 상대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산도 무턱대고 니퍼트의 등판을 '약속'할 수는 없었다. 벌써 정규시즌이 막판으로 치닫고 있지만 두산의 순위 싸움이 워낙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 마침 최근 하향세로 5위까지 추락한 두산이기에 어떻게든 4위 KT와의 격차를 좁혀야 하는 입장이었다.

경기 전 이승엽 두산 감독은 "니퍼트가 은퇴를 하고 늦게나마 은퇴식을 하게 됐는데 나도 오랜만에 니퍼트를 볼 수 있어서 의미 있는 하루가 될 것 같다. 니퍼트의 팀에 대한 충성심이 우리 선수들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란다. 우리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해서 니퍼트가 등판할 기회가 꼭 있었으면 좋겠다"라면서 "일단 상황을 봐야 한다. 우리가 많은 점수로 이기고 있는 상태였으면 좋겠다"고 니퍼트가 등판할 수 있는 상황이 주어지기를 바랐다.

경기 결과부터 말하자면 두산의 2-1 신승이었다. 니퍼트는 끝내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하필 '니느님 오신 날'에 초접전을 펼친 것이다. 두산은 선발투수 곽빈이 5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았음에도 6회초 볼넷 2개를 허용하면서 흔들리자 과감하게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두산이 2-1로 리드할 때였다. 우완투수 이영하에게 1⅔이닝을 맡긴 두산은 7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멜 로하스 주니어가 타석에 들어서자 좌완투수 이병헌을 마운드에 올렸고 이병헌은 로하스를 삼진 아웃으로 잡으면서 이닝 종료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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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초에는 이병헌이 1사 후 장성우를 볼넷으로 내보내자 이번엔 우완투수 홍건희를 투입했다. 홍건희는 문상철의 땅볼 타구를 직접 잡아 1루로 던져 아웃카운트를 수확했다. 두산은 2사 2루 위기가 이어지자 마무리투수 김택연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김택연은 시속 153km에 달하는 강속구로 황재균을 헛스윙 삼진 아웃으로 잡으면서 이닝을 끝냈다. 9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김택연은 선두타자 김상수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는 등 1사 2루 위기에 놓였으나 강백호를 삼진 아웃으로 잡은데 이어 오재일을 유격수 플라이 아웃으로 요리, 1점차 리드를 지키는데 성공했다.

두산의 2-1 승리. 도무지 니퍼트가 등판할 수 있는 '공간'이 보이지 않는 경기 내용이었다. 니퍼트는 등판 불발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두산 구단에서 마련한 은퇴식 행사를 통해 은퇴사를 낭독하며 선수로서 팬들과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니퍼트의 마지막 실전 등판이 이뤄지지 않아 아쉽지만 니퍼트가 얼마나 훌륭한 선수인지는 모든 팬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라고 니퍼트의 등판이 불발된 것을 아쉬워하면서 "멋진 현역 생활 고생 많았고, 제 2의 인생도 진심으로 응원한다"라는 응원의 메시지도 남겼다.

니퍼트는 자신의 등판이 불발된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 경기를 치른 양팀 선수들과 잠실야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에게 인사를 남기는 것이 먼저였다. "양팀 모두 승패를 떠나 멋진 경기를 했다. 덕아웃에 앉으니 그때 그 시절이 떠올랐다. 멋진 경기를 펼친 양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는 니퍼트는 "잠실야구장을 가득 채워주신 두산 베어스 팬분들과 KT 위즈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1번타자로 나와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맹활약한 정수빈은 "'퍼트 형'이 왔는데 다행히 이겼다. 좋은 분위기 속에서 은퇴식을 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 은퇴 후 몇 년이 지나 두산 유니폼을 입었는데 여전히 두산 유니폼이 잘 어울렸다. 은퇴식을 정말 축하하고 앞으로도 니퍼트 형이 하는 모든 일을 응원하겠다"며 니퍼트의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기를 바랐다.

비록 니퍼트의 은퇴 경기 등판은 현실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경기 후 성대한 은퇴식이 펼쳐져 니퍼트가 떠나는 길을 외롭지 않게 했다. 니퍼트는 '영혼의 배터리'인 양의지를 비롯해 김재호, 허경민, 유희관, 정수빈, 김재환 등 영광의 순간을 함께 했던 동료들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았고 그 자리에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니퍼트가 남긴 마지막 말은 다음과 같다. "팬이 없는 나는 없습니다. 팀원이 없는 나는 없습니다. 가족이 없는 나는 없습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모든 것을 빚지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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