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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이슈 손흥민으로 바라보는 축구세상

'인종차별' 벤탄쿠르 옹호한 포스텍, "상상 못할 힘든 생활" 손흥민의 상처 몰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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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박윤서 기자 =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인종차별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로드리고 벤탄쿠르는 지난 6월 손흥민에게 가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인해 큰 비판을 받았다. 벤탄쿠르는 우루과이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진행자에게 손흥민의 유니폼을 줄 수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벤탄쿠르는 "아니면 손흥민의 사촌 유니폼이라도. 그들(아시아인)은 거의 다 똑같이 생겼잖아"라고 말한 바 있다.

이로 인해 큰 비판을 받았고, 벤탄쿠르는 두 차례 사과문을 남기면서 경솔했다는 뜻을 전했다. 피해자인 손흥민도 벤탄쿠르와 대화했고, 그가 그럴 의도가 아니었음을 인지했다며 입장문을 발표했다. 토트넘도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입장문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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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싶더니, 최근 영국축구협회(FA)가 벤탄쿠르를 기소했다. FA는 "벤탄쿠르는 FA 규정 E3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벤탄쿠르는 미디어 인터뷰와 관련하여 부정한 행위로 규정 E3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적 및 인종에 대한 언급이 포함되며 E3.2의 중대한 위반에 해당한다"라고 전했다.

FA의 기소에 따라 벤탄쿠르는 19일까지 이에 대해 답변을 해야 하고, 구체적인 징계 수위도 논의되고 있다. 영국 '풋볼 런던'에 따르면 최소 6경기에서 최대 12경기 출전 정지 징계가 내려질 수도 있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등 인종차별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축구 선수들이 많은 만큼, 벤탄쿠르의 징계 여부와 양형 정도는 전 세계 축구 팬들과 언론의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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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테코글루 감독도 벤탄쿠르에 대한 질문을 피할 수 없었다. 15일 오후 10시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를 앞둔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사전 기자회견에서 벤탄쿠르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우리는 그 일이 리그가 살펴봐야 할 일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저 그 과정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하면서 "손흥민과 벤탄쿠르는 사건에 대해 이야기했다.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고 이해했다. 벤탄쿠르는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사과했고, 손흥민도 받아들였다"라며 당사자들이 다 푼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벤탄쿠르에게도 용서받을 기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인간으로서 우리는 항상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항상 그렇지 않다. 처벌만이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이해심과 관용심이 있는 사회를 원한다면, 실수를 범한 사람에게도 이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는 큰 실수를 했지만, 속죄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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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인종차별에 대해 무감각한 태도를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도 벤탄쿠르의 인종차별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 적이 있다. 그는 프리시즌 친선 경기 하츠전을 앞두고 "그 전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손흥민이다. 그의 반응과 결정대로 따를 것이다. 후속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나 가장 중요한 건 손흥민이기에 그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라고 말했었다.

손흥민의 과거 발언을 보면 그가 인종차별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 수 있다. 손흥민은 과거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독일전으로 뽑은 적이 있다. 그는 그 이유를 "다른 친구들은 '우리가 세계 랭킹 1위라는 독일을 이겨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라고 말했구나'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는 어릴 때 독일에 갔잖아요. 상상하지도 못하는 정말 힘든 생활을 많이 했거든요. 인종차별도 많이 당하고"라며 밝혔었다. 어린 시절부터 독일에서 들은 인종차별을 그대로 갚아줬다는 점을 이유로 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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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를 몰랐던 것일까. 피해자인 손흥민을 감싸지 않고 오히려 가해자 벤탄쿠르를 옹호했다. 감독부터 인종차별에 무감각하니 토트넘도 그럴 수밖에 없다.

토트넘은 지난 6월 벤탄쿠르의 발언 이후 단순 교육만을 주장하는 형편없는 입장문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첼시는 비슷한 사례였던 엔조 페르난데스의 인종차별 사건 때 구단 내부 징계를 내렸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같은 런던 연고 팀인데 대처가 이렇게 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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