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A 노조는 9월 12일 성명서를 통해 “축구 팬과 언론의 성난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회장의 4선 고지만 맹목적으로 쫓는 정몽규 집행부의 행태는 무지를 넘어 무능 그 자체”라며 “정 회장은 불출마를 선언하고 위기의 KFA를 수습하는 데 남은 임기를 보내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정 회장의 불출마 선언이 한국 축구의 위기를 수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
KFA 노조는 또 “정몽규 집행부의 연속된 헛발질을 보면서도 ‘상식의 수준에서 수습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지켜봤다. 그 기대엔 KFA 구성원이란 일말의 책임 의식도 있어 사측을 비판하기 전 우리 스스로 문제는 없었는지 자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먼저 가진 것”이라고 했다.
정몽규 회장. 사진=천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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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사진 왼쪽), 정몽규 회장. 사진=MK스포츠 DB |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 사진=천정환 기자 |
KFA 노조는 그동안 침묵을 지켜왔다. 2025년 1월 축구협회장 선거에 개입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KFA 노조는 “내년 1월 축구협회장 선거에 노조가 개입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 침묵이 길었던 게 사실”이라며 “노조도 축구 팬들과 마찬가지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어 “정몽규 집행부는 이번 임기까지만 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란다. 정 회장은 논란과 우여곡절 속 새로 꾸려진 대표팀 감독과 스태프들이 자리 잡을 수 있게 하는 것을 끝으로 한국 축구와의 인연은 여기서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나머지 산적한 개혁 과제는 차기 집행부의 몫으로 남기고 미련 없이 떠나길 바란다”고 했다.
다음은 KFA 노조 입장문이다.
연속적 헛발질, 한국축구의 참사요즘 A매치 경기장에서 흔히 보는 풍경 중에 하나는 ‘정몽규 나가’, ‘정몽규 OUT’이라는 축구팬들의 성난 외침이다. 지난해 3월 28일 ‘승부조작/비리축구인 사면 파동’ 이후 클린스만 선임 및 경질, 백억 위약금 논란,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과 절차 등 축구팬들의 공분을 사는 일련의 사태가 결국 정몽규 회장 퇴진을 외치는 이유가 됐다. 정회장의 연속된 실정은 사상 초유의 문체부 감사, 오는 9월 24일 국회 문체위 긴급현안질의 출석, 10월 국정감사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대한축구협회 노동조합은 그동안 틈나는 대로 정몽규 집행부의 전횡에 대해 고발하고, 꾸준히 대안을 제시했다. 가령 지난해 5월 그린카드 156호 특별판 커버스토리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경영의 투명성과 신뢰회복을’ 촉구한 바 있다. ‘승부조작/비리축구인 사면’과 같은 대중의 정서와 동떨어진 결정은 정회장이 선임한 ‘밥값 못하는 임원’들과 거수기로 절락한 이사회가 그 원인으로, 언론과 축구팬의 목소리와 함께 축구행정의 한축을 담당하는 임직원의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담아내면 그와 같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게 그 기사의 골자다. 또한 그린카드 155호에는 애자일 조직 도입 대실패, 벤투 감독 임기 4년 동안 국가대표지원팀장이 4번 바뀌는 등 소모품 갈 듯 갈아버리는 이미지 쇄신용 인사 남발과 그로 인해 전문성이 쌓이지 않는 협회 행정의 난맥상에 대해서도 준열히 꾸짖고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 12년 동안 우리 조합은 때로는 공문으로 필요하면 노동조합 소식지로 비판하고 대안을 제안했지만 정몽규 집행부는 쇠귀에 경 읽기처럼 대부분 아무 반응이 없었고, 최근의 헛발질은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점점 더 심하게 됐다.
‘축구의 시대’, ‘절망의 시대’
지난 9월 3일 대한축구협회 사내 게시판에 ‘시도축구협회-전국연맹과 함께하는 2024 한마음 축구대회 개최 안내’ 공지 글이 떴다. 오는 9월 30일 천안 축구종합센터에서 17개 시도협회 및 산하 연맹 임직원과 친선 축구대회를 한다는 내용이다. 협회 산하 단체와 소통의 의미로 축구대회를 한다는 건 적극 권장하고 환영할 일이지만, 그 글을 본 대부분의 직원의 반응이 지금 이 상황, 이 시기에 축구대회라니 제정신인가 하는 반응이 주였다. 지난 8월 중순부터 상주하고 있는 문체부 감사관은 우리 협회가 일찍이 경험해보지 않는 수준으로 전방위적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각급 대표팀 감독 선임, 천안 축구센터 건립, 지도자 영역 등은 방대한 자료 요청으로 관련 부서 직원들이 주말과 휴일도 반납하고 감사에 응하고 있다. 자숙하고 자성하며 감사에 성실히 임해도 모자랄 판에 친선 축구대회를 연다니 자회자찬과 자기변명으로 가득한 정몽규 회장의 자서전 제목 ‘축구의 시대’가 ‘절망의 시대’로 읽힌다는 어느 직원의 하소연이 지금 임직원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또한 축구대회가 4선에 도전하는 정몽규 회장의 ‘사전 선거운동’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어 부적절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축구팬과 언론의 성난 여론에 아랑곳 하지 않고 오로지 회장의 4선 고지만 맹목적으로 쫓는 정몽규 집행부의 행태는 무지를 넘어 무능 그 자체다. 지난 7월 대표팀 감독 선임 이후 지금까지 이어진 문체부 감사, 국회 출석 등 외부로부터의 목소리에 회장과 협회 집행부는 너무나 둔감하다. 마치 딴 세상 사람 같다. ‘축구협회 일 잘 한다. 좋은 정책 펼친다.’는 소리 듣게 하고 싶어서 열심히 일한 직원들만 줄줄이 감사장으로 불려나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협회 집행부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솔직히 대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젊은 팀장 및 직원 몇 명만 희생양으로 내던져놓고 정작 중요 결정을 한 사람들은 뒤로 꼭꼭 숨는 형국이다. 이러니 누가 열심히 일할 것이며, 앞장서 뭔가 바꾸려할 것인가? 정회장이 그의 저서에서 직원들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 이유가 노조의 반대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아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만 생기면 꼬리자르기식 대응과 정작 책임져야할 사람은 뒤로 숨어버리는 악순환이 지난 12년간 되풀이된 결과가 아닐까 싶다.
또한 그는 그의 책을 통해 재정적 기여보다는 경영능력을 통해 축구협회를 이끌고 싶다고 수차례 밝혔다. 클린스만 위약금, 문체부 미승인 마이너스 통장 등의 재정적 손해는 결국 경영의 실패와 다름없다. 겉으로 드러난 경영실패에 따른 재정 손해뿐만 아니라 후원사 가치 하락 A매치 수입 하락 등 정회장 리스크로 인한 경영 참패 또한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
부끄러움은 이제 정몽규 회장의 몫!
우리 조합은 정몽규 집행부의 연속된 헛발질을 보면서도 그래도 ‘상식의 수준에서 수습을 하겠지’하는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그 기대에는 축구협회 구성원이라는 일말의 책임의식도 있어 사측을 비판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에게 문제는 없었는지 자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먼저 가진 것이다. 언론과 축구팬이 돌팔매를 던질 때 그 매를 함께 맞으며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이고 이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무엇인지 모색하는 인고의 시간이었다. 혹여나 내년 1월에 있을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조합이 개입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 침묵이 길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조합도 일반 축구팬과 마찬가지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몽규 집행부는 이번 임기까지만 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란다. 10월에 국내에서 개최되는 AFC 어워즈 행사만 성공적으로 치르고 더 이상 국민과 축구팬의 눈과 귀를 오염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논란과 우여곡절 속에 새로 꾸려진 대표팀 감독과 스태프들이 자리 잡을 수 있게 하는 것을 끝으로 한국축구와의 인연은 여기서 종지부를 찍어야한다. 나머지 산적한 한국축구 개혁과제는 차기 집행부의 몫으로 남기고 미련 없이 떠나길 바란다. 혹여 현재 건설 중인 천안축구센터를 핑계로 본인이 추진한 일의 마무리까지 짓겠다는 어설픈 책임의식은 갖지 않아도 된다. 그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12개 후원사중 하나의 회사로만 남아 한국축구의 앞날을 묵묵히 응원해주길 정말 간절히 원한다. 이제 더 이상 정몽규 집행부의 헛발질로 인한 부끄러움을 축구협회 구성원 모두가 끌어 안아야할 이유가 없다. 정몽규 회장은 조속히 4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위기의 축구협회를 수습하는데 남은 임기를 보내기를 바란다. 정회장의 불출마 선언이 한국축구 위기를 수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제10대 대한축구협회 노동조합 운영위원 일동
[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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