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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칼빼든 MBC, '정년이' 제작사 가압류…법원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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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N·앤피오·엠엠엠 상대로 제기

부정경쟁방지법 위반·계약교섭 부당파기

법원 '모두 이유있다' 판단…전부 인용

MBC 1년여간 기획·개발…인력 유출

정지인 PD, 사전제작 중 퇴사 이례적

방송·제작업계 악영향 우려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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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결국 MBC가 칼을 빼들었다. 지난해 말께 김태리(34) 주연 '정년이'가 MBC에서 CJ ENM 채널 tvN으로 편성이 바뀌면서 잡음이 불거졌다. MBC는 제작사 스튜디오N 등과 함께 1년 여간 기획·개발했고, 당시 자사 소속인 정지인 PD가 연출을 맡는 등 인력이 투입 돼 피해가 컸다. 제작사와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최근 법원에 가압류 신청한 끝에 인용 결정이 났다. 업계에선 이러한 행태가 반복되면 '방송사와 제작업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0일 MBC가 스튜디오N과 앤피오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mmm을 상대로 제기한 가압류 신청을 전부 인용했다. MBC는 '업무상 성과물 도용으로 인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및 계약교섭의 부당파기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근거로 제작사 재산 가압류를 신청했고, 법원은 모두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끝내 합의하지 못하고 본안소송으로 가면,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2~3년이 걸릴 전망이다. 방송금지 가처분 인용이 아닌 만큼, 정년이는 다음 달 12일 오후 9시20분 예정대로 전파를 탄다.

MBC와 스튜디오N 등은 제작비를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드라마는 소리 천재 '윤정년'(김태리)이 국극 배우에 도전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1950년대 한국전쟁 후를 배경, 국극을 소재로 해 제작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었다. 긴 협상 끝에 MBC는 회당 제작비 20억원 이상을 제안했으나,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스튜디오N 등은 CJ ENM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의 회당 28억원, 총 12부작 336억원 제안을 수락, 정년이는 tvN 편성으로 바뀌었다.

애초 김태리가 정년이 연출자로 정 PD를 원했고, 자연스레 MBC와 편성이 논의됐다. 정 PD는 '옷소매 붉은 끝동'(2021)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스타 감독으로 발돋움한 상태였다. MBC 역시 '제2의 옷소매' 신화를 기대하며 인력을 투입했으나, 1년 여간 공들인 작품이 한 순간에 사라져 허무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편성 변경 후 정 PD를 포함해 조연출 등 스태프들이 대거 이탈해 인력 유출 피해도 컸다.

MBC는 캐스팅을 비롯해 자료조사, 장소섭외, 미술, 소리, 콘티, 컴퓨터그래픽(CG), 홍보·마케팅 등 사전제작 준비를 함께 했다. 본 촬영만 남긴 상태였는데, 정년이 편성 불발로 인해 라인업을 수정할 수밖에 업었다. 지난해 말 '연인'을 시작으로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밤에 피는 꽃' '수사반장 1958' 등이 흥행하면서 상승세를 탔으나, 최고 기대작인 정년이를 놓치면서 제동이 걸린 셈이다. 스튜디오N 등은 MBC 인력·시설이 상당 부분 투입된 자료를 활용, 지난해 10월20일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올해 초 신현창 MBC 드라마국장은 "안타깝다. 제작사와 법적으로 잘 정리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지만, 인력비 등과 관련 입장 차가 커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이미 2022년 말께 MBC에서 정년이를 방영하기로 (구두로) 합의했다"며 "안형준 사장 역시 정년이를 언급하는 등 기대가 컸고, MBC 내부에선 편성을 당연 시 여겼다. 도장만 찍지 않았을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몇몇 배우들과 MBC에서 극본 리딩을 진행했고, 원작 웹툰이 GL(Girl Love) 소재라서 민감해 캐릭터 수정도 함께 논의했다"며 "상도의 문제다. 제작사는 단 한 번도 사과하거나, 협상을 타진하지 않았다. 배신·허탈감이 크지 않겠느냐"고 했다.

물론 제작사 역시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 스튜디오N과 앤피오엔터는 오랫동안 이 드라마를 기획·개발했고, 김태리가 캐스팅되면서 소속사 mmm이 공동제작사로 이름을 올렸다. 극본 작업 과정에서 몇 차례 작가가 바뀌었고, GL 소재가 녹아있어 여러 번 수정 작업을 거쳤다. 무엇보다 MBC와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구체적인 제작비가 결정되지 않아 부담이 컸다. 정 PD 역시 누구보다 안타까워 했으며, '퇴사만큼은 하고 싶지 않아 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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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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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PD가 사전제작 과정에서 이탈, 타사 방송을 위한 드라마를 제작하는 경우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행태가 지속될 시 드라마 제작 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방송사들은 편성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세계 시장에서 'K-드라마' 위상이 높아졌는데, 국내 드라마의 산업 경쟁력이 악화될 우려도 있다. 일각에선 편성 변경은 흔한 일이라며 '빅마우스'(2022)와 비교했지만, 정년이와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빅마우스는 tvN에서 편성을 논의했으나, MBC로 바뀌어 전파를 탔다. 당시 MBC는 빅마우스 기획·개발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방영권만 구매해 내보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밝혔으나, 도의적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상도의를 어기고 무리하게 정년이 편성을 추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올해 5월 홍기성 CJ ENM 미디어사업본부장은 'tvN 미디어톡' 이후 가진 자리에서 "정년이 편성을 고심했다. 자칫 잘못하면 '서편제'(1993)가 될 수 있지 않느냐"면서도 "국극 장면은 김태리씨 주연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펜싱을 다룬 정도만 나온다고 하더라. 김태리씨가 워낙 연기를 잘해 기대가 높다"고 귀띔했다.

정년이는 CJ 내부 시사에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앞으로 드라마는 정년이 만큼만 만들면 된다'는 찬사가 쏟아졌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원작 팬들의 우려가 적지 않다. 원작 주요 캐릭터인 '부용'을 없애면서 정년과 러브라인이 사라져 원성을 샀다. '김태리를 원톱으로 하기 위해 부용 캐릭터를 없앤거냐'는 반응도 나왔다.

공동 제작사인 앤피오엔터 소속 배우 신예은(26)이 정년 라이벌 '허영서'를 맡았는데, 김태리와 나이 차가 클 뿐 아니라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이 많다. 애초 김히어라(35)가 여성국극단원 '문옥경'에 캐스팅됐으나, 학교폭력 의혹으로 물러났다. 정은채(37)가 대타로 투입된 상태다. 정은채는 데뷔 후 처음으로 단발머리로 변신했지만, 그동안 연기력 논란이 끊이지 않았기에 걱정 어린 시선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년이는 '오징어게임2'와 함께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힌다"며 "CJ에서 '엄마친구아들'도 내부 평이 좋았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지 않느냐. 결국 정년이도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웹툰과 창극은 평이 좋았지만, 드라마까지 흥행이 이어질 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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