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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목숨 걸고 연기합니다"…손현주가 걷는 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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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현주, 지니TV '유어 아너' 인터뷰
데뷔 34년차 연기 임하는 마음가짐
"목숨 걸고 연기, 김명민은 소중한 인연"
한국일보

최근 손현주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누리꿈스퀘어에서 본지와 만나 지니TV '유어 아너'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유어 아너'는 아들의 살인을 은폐하는 판사와 아들의 살인범을 쫓는 무자비한 권력자, 자식을 위해 괴물이 되기로 한 두 아버지의 부성 본능 대치극이다. 스튜디오 지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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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현주가 '유어 아너'를 통해 그가 왜 '명배우'인지 다시금 입증했다. 일부러 충혈된 눈, 인물 그 자체가 된 손현주는 잘못된 길을 선택한 판사의 마음을 하나도 빠짐없이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최근 손현주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누리꿈스퀘어에서 본지와 만나 지니TV '유어 아너'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유어 아너'는 아들의 살인을 은폐하는 판사와 아들의 살인범을 쫓는 무자비한 권력자, 자식을 위해 괴물이 되기로 한 두 아버지의 부성 본능 대치극이다.

이날 기자가 만난 손현주에겐 '유어 아너'에 대한 애정이 가득 넘쳤다. 손현주가 '유어 아너'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재환 작가의 대본을 읽은 후 매력을 느꼈던 데다가 10년지기인 매니저의 한 마디도 선택에 보탬이 됐다. "제 매니저가 '선배는 고생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10년 전 '추적자'라는 드라마에서 고생을 많이 했었죠. 당시 얼마나 고생스럽겠냐는 마음에 '유어 아너'를 선택했는데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이어 매니저는 배우의 동반자라고 표현하면서 인터뷰 도중 기자들에게 매니저를 소개하기도 했다. 자신에게 어려운 숙명을 주어지지만 받아들이겠다며 너스레를 떤 손현주는 힘들었던 만큼 보람도 컸단다. 손현주는 현장에서 만난 여러 배우들을 언급하면서 그들의 신선한 매력과 진정성을 짚었다. 이를 두고 손현주는 "조단역이라는 표현을 쓰기 싫다. 한 사람도 버릴 사람이 없다. 다들 성실하게 자기의 역할을 했다. 똑같이 최선을 다했다. 선택하길 잘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특히 투톱으로 맞선 김명민에 대한 언급도 들을 수 있었다. 손현주는 1991년 KBS 14기 공채 탤런트, 김명민은 1996년 SBS 6기 공채 탤런트다. 이처럼 수십년이 흘렀지만 두 사람의 호흡은 이번이 처음이다. 손현주는 "김명민과는 처음 만났다. 김명민을 꼭 만나고 싶었다. 과거 내가 하고 싶었던 '이순신'을 김명민이 했다. 당시 인지도가 없어서 이순신을 뺏겼다. 다음에는 제가 이순신, 김명민이 원균을 했으면 좋겠다. 친구처럼 동료처럼, 소중한 인연이 한 명 더 늘었다. 굉장히 진중한 사람이다. 다시 한번 만나게 될 것이다. 좋아하는 동생이다"라고 전했다.
한국일보

최근 손현주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누리꿈스퀘어에서 본지와 만나 지니TV '유어 아너'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유어 아너'는 아들의 살인을 은폐하는 판사와 아들의 살인범을 쫓는 무자비한 권력자, 자식을 위해 괴물이 되기로 한 두 아버지의 부성 본능 대치극이다. 스튜디오 지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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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유어 아너'는 지난해 촬영이 예정됐으나 여러 사정으로 인해 연기됐다. 재작년 대본을 받고 일정을 조율했지만 거듭 연기되면서 기약 없는 기다림이 이어졌다. 그 사이에 손현주는 드라마 '세작' 카메오 출연 등을 하면서 '유어 아너'를 기다렸다. 이를 두고 손현주는 "우리 작품이 참 어렵게 나온 드라마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제가 하는 드라마는 늘 '할 수 있을까'라는 반복적인 느낌을 받았다. 이번에도 못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결과물이 나오는 것을 보니 안도가 되고 안심이 된다"라고 돌아봤다.

원작 이스라엘 드라마 속 송판호가 부드러운 이미지의 아버지로 묘사했다면 손현주는 국내 정서를 고려해 매정한 아버지를 만들었다. 자신의 방식대로의 연기를 표현해보고자 하는 욕심도 얹혀졌다. 손현주는 자신의 고민을 두고 "전형적인 클리셰를 만드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라고 표현했다.

촬영 도중 세상을 떠난 형을 떠올리며 먹먹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손현주의 형인 故 손홍주씨는 매거진 씨네21 사진부장을 맡았으며 지난 6월 사망했다. 손현주는 "연천에서 힘들고 고통스러운 장면을 촬영하고 있었다. 일정상 끝내지 못하고 발인까지 하고 다시 촬영에 합류했다. 제맘대로 하는 것이 아니기에. 마음이 중복되고 교차가 됐다. 저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요즘 형 생각이 많이 난다"라고 씁쓸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우리 형은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 유달랐다. 제 손발이 오글거릴 때도 있었다. 그 형이 갔다. 형 앞에서 이 작품을 어떻게 봤냐고 묻고 싶다. 또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있다. 올라가면 또 같이 사진 찍고 재밌게 보낼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그의 연기관은 왜 손현주가 '명배우'라는 호칭을 듣게 됐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인물의 마음에 깊게 이입해 이미 무섭고 죽을 것 같은 마음으로 현장에 임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가지 말아야 할 길을 선택한 판사가 된 손현주는 권총을 받아 덜덜 떨면서 인물 그 자체가 됐단다. 드라마나 영화 속 손현주의 눈은 유난히 붉게 충혈돼 있다. '유어 아너' 뿐만 아니라 그가 출연한 작품들 속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는 손현주가 고의적으로 만든 버릇 중 하나다. "습관적으로 눈을 깜박이려고 하지 않게 됐습니다. 내 스스로가 감정을 자꾸 흐트린다고 생각이 됐고 되도록이면 눈을 깜박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충혈되고 눈이 아프지만, 울 것 같은 표정은 진짜로 울고 싶은 마음에서 나와요."

인터뷰 말미 손현주는 자신의 배우 인생을 찬찬히 돌아봤다. '장밋빛 인생' '추적자' '은밀하게 위대하게' '숨바꼭질' 등 많은 작품들과 인물들이 손현주를 스쳐갔다. 그럼에도 손현주에겐 여전히 하고 싶은 장르와 이야기가 남았단다. 손현주는 "'추적자' 이후로 장르물만 들어오더라. 배우의 주기가 그렇게 흘러가게 됐다. 한때는 기타 치고 노래 부르는 역할이 계속 들어오기도 했다. 제가 2집 가수다(웃음). 다시 편한 역할을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MZ세대는 제가 코미디를 했던 것을 잘 모를 수 있다. 코미디를 하고 싶다. 대중에게 웃음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드리고 싶다. 제가 잘생긴 얼굴이 아니다. 그래서 고난과 고통이 따르는 배역을 주시는 것 같다. 목숨을 걸지 않으면 우리같은 배우는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다. 저도 잘생기고 싶다"라고 밝혔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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