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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인터뷰] "힘든 것도, 나의 영광"…손현주, 몰락의 서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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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atch=이명주기자] "저는 고생하는 역을 해야 한다고…"

2022년 어느 날, 매니저가 책(대본)을 건네며 말했다. "고생하시라"고. 아들을 지키기 위해 사건을 조작하는 판사. 그릇된 부성애의 몰락을 다루는 작품이었다.

지니TV '유어 아너' 대본을 펼쳤다.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손현주는 "책이 정말 재미있었다. 표민수 감독, 유종선 감독과 작업하는 것도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고생해 봤자) 얼마나 고생하겠나' 했는데 심정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그런데 힘든 만큼 보람도 있더군요. 선택하길 잘한 것 같습니다."

'디스패치'가 손현주를 만났다. '유어 아너'를 향한 진심과 시즌2의 열망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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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지연, 어렵게 나왔다"

'유어 아너'는 스릴러 드라마다. 아들의 살인을 은폐하는 판사와 아들의 살인범을 쫓는 범죄조직 보스가 대치하는 이야기다.

햇수로 3년이 걸렸다. 손현주는 "사실 작년에 촬영됐어야 했다. 재작년 말 대본을 받았는데 여러 요인들 때문에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하마터면 손현주-김명민 조합을 못 볼 뻔했다. '유어 아너' 제작 지연으로 인해 고민이 깊어진 것. 드라마 촬영을 예상해 1년 스케줄도 빼놓은 상태였다.

손현주는 "어렵게 나온 드라마"라고 덧붙였다. 김명민과 수차례 전화 통화를 하며 버텼다.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과 "기다려야지" 답변을 거듭했다.

"김명민도 1년 넘게 기다렸을 거예요. (웃음) '할 수 있을까', '못하지 않을까' 반복되는 게 많았는데 다음 주면 본 방송이 끝이 나네요. 결과물을 보니 안심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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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과는, 전혀 달랐다"

'유어 아너' 원작은 이스라엘 시리즈 '크보도'(Kvodo)다. 미국 리메이크 버전도 나왔다. '존경하는 재판장님'(Your Honor)이라는 제목으로 인기리에 방영됐다.

캐릭터 설정에 있어 이들 작품을 참고하진 않았을까. 손현주는 "원작과 미국 리메이크 버전 모두 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매니저가 딱 한 장의 스틸 사진만 보여줬어요. 노숙자 차림인 주인공이 있었죠.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만큼 강렬했어요."

다만 전혀 다른 작품이라고 여겼다. "표민수 감독 등에게 '원작 보는 게 낫냐'고 물어봤다. 안 봐도 된다더라. (아예) 다른 드라마로 접근했다"고 전했다.

"원작에서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살갑게 대한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대한민국 정서상 그렇지 않잖아요. 아들을 감추고자 매달릴 수밖에 없으니 아들이 밉기도 하고 그러지 않았을까, 내 방식대로 표현해보자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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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 범죄, 어떻게 숨길까"

손현주는 우완지방법원 부장판사 송판호 역을 맡았다. 평생 법과 원칙을 지키며 살아온 인물이다. 아내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도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아들에겐 흔들렸다. 송호영(김도훈 분)이 뺑소니 사고를 일으킨 것. 피해자는 권력자 김강헌(김명민 분)의 둘째 아들이었다. 보복을 피할 길이 없자 자수 대신 은폐를 택했다.

여러모로 고통스러운 작업이었다. 손현주는 "심리적으로 힘들면 육체는 따라 간다"며 "(촬영 기간 동안) 집에 못 들어갔다. 연천 세트에서 살았는데 송판호에 어떻게 접근할까, 어떤 식으로 숨겨야 할까 고민했다"고 돌아봤다.

개인사로 인해 더욱 복잡한 심경이었다고 고백했다. "더 힘들었던 게 연천에 있을 때 제 형이 (하늘나라로) 갔다. 지병도 없었는데 갑자기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손현주는 지난 6월 형님상을 당했다. 손홍주 전 씨네21 사진부장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유어 아너' 촬영 중 비보를 접했다. 발인 참석 후 세트장에 복귀했다.

그는 "발인 끝나자마자 (다시) 촬영이 시작됐다. 여러 마음으로 혼란스러웠다"면서 "(종영을 앞두니) 형 생각이 많이 난다. 관심이 많았던 '유어 아너' 어땠나 물어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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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리도록, 겁이 났다"

'유어 아너'의 최대 강점은 손현주와 김명민의 연기다. (사람을 차로 치어) 죽인 아들과 죽은 아들을 위해 숨기고, 또 찾아낸다.

특히 손현주의 충혈된 눈은 송판호 서사의 완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갈수록 피폐해지는 외양과 더불어 시청자의 몰입을 더욱 자극한다.

"복잡한 감정인 거죠. 울 것 같은 심정인 거예요. 연기적인 호흡을 맞추다 보면 (극중에 맞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김명민과는 이번 작품에서 처음 호흡을 맞췄다. 그는 첫 대면 장면에 대해 "(김명민이) 실제로 무서웠다. 무서워서 죽을 것 같은 마음이었다"고 돌아봤다.

두려움을 안고 연기에 임했다는 것. "미리 뭔가를 정하진 않지만 (김명민을 보고) 질리도록 겁이 나는 걸 바닥에 깔고 갔다"고 첨언했다.

"(내 연기는) '견뎌보자'예요. 지금까지도 (상대 배우에) 대비를 해야겠다거나 합을 맞추듯 짜본 적이 없어요. (대신) 이야기를 많이 나눴죠. 소중한 인연이 한 명 더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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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제 몫을 했다"

후배 연기자들도 제 몫을 해냈다. 김도훈과 허남준은 두 사람의 아들로 분했다. 대선배와 맞붙는 신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연기 차력쇼'라는 호평까지 나왔다.

그 비결 중 하나가 손현주의 배려였다. 현장 분위기를 극중 상황과 비슷하게 만든 것. 손현주는 "도훈이와 의도적으로 대화를 안 했다. 사건에 연루된 아들이지 않나. 5부까지 대본 봤을 때 별로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고 했다.

"메이킹 카메라가 24시간 따라다니는데 저와 도훈이가 장난하는 걸 찾아볼 수 없을 거예요. 8회 때 돼서야 진심으로 안아준 적이 있어요. 나도 모르게 뜨거움이 왔고 그 친구도 받았죠."

허남준에 대해선 "보통 프레임 안에 시선을 두지 않나. 남준이는 시선이 벗어날 때가 많다. 기존에 해왔던 연기가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하는 친구"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부두파 보스가 된 백주희, 김강헌 아내 역을 소화한 정애연, 김강헌 딸로 분한 박세현을 향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너무 신선했다. 성실하게, 자기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줬다고 생각한다"고 추켜세웠다.

"시즌2요? 쉽지 않겠지만 진행된다면 최선을 다해야죠. 개런티도 낮출 수 있어요. '모범형사'도 억지로 이야기해서 제작됐는데요. (웃음) 이번에도 좋은 드라마로 또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진제공=지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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