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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리그 최강 돌직구 후보 KIA에도 있다… 갚아나가는 마음의 빚, 이제 이자까지 쳐 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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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KIA 핵심 필승조인 전상현(28)은 8월 28일 광주 SSG전에서 6-3으로 앞선 7회 등판했다. 하지만 등판 초반 제구가 말을 듣지 않았다. 박성한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고, 에레디아에게도 8구 승부 끝에 역시 좌전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최정에게도 몸에 맞는 공을 내주며 무사 만루에 몰렸다.

하지만 이범호 KIA 감독은 전상현에게 그 위기를 맡겼다. 어쩌면 지금 KIA 불펜에서 전상현보다 더 좋은 구위를 가진 선수는 없었기 때문이고, 무사 만루는 그 전상현의 구위가 가장 절실한 순간이었을지 모른다. 전상현은 그 기대에 부응했다. 한유섬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고 한숨을 돌린 전상현은 더 맹렬하게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며 스스로의 감을 끌어올렸다.

이날 타격감이 좋았던 하재훈과 거침없는 패스트볼 승부를 벌인 끝에 결국 1루수 파울플라이를 유도한 전상현은 이지영을 유격수 땅볼로 정리하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SSG의 추격 흐름에 김이 빠지는 순간이었고, KIA가 승기를 잡는 순간이자, 최근 전상현의 구위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리그 최고의 패스트볼 경연장이 있다면, 분명 KIA 대표는 전상현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공이 미트 속에서 빨려 들어갔다. 그 강력함은 누구나 느낄 수 있었다.

전상현이 이날 자신감을 얻은 부분은 또 있었다. 구속이었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의 전광판에는 150㎞라는 상징적인 숫자가 찍혔다. 전상현은 리그 최고의 패스트볼 수직무브먼트를 보유한 선수 중 하나다. 수직무브먼트가 좋은 선수들이 즐비한 KIA에서도 항상 넘버원을 다툰다. 그런데 구속 자체가 그렇게 빠른 선수는 아니다. 보통은 시속 140㎞대 중반에서 컨디션이 좋으면 후반이 나온다. 하지만 이날 150㎞를 찍으면서 자신도 몰랐던 능력을 스스로 확인했다.

전상현은 “솔직히 150㎞를 한 번도 던져본 적이 없다. 나도 의아했다”면서 “그래도 구속이 잘 나오니 자신감이 생기는 부분이 있다”고 웃어 보였다. 그 자신감은 8월 31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확인됐다. 15-13, 양팀 합쳐 28점이 나온 이 난타전에서 거의 모든 투수들이 포염 속에 쓰러져 갈 때, 전상현은 살아남았다. 2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티면서 이날 승리의 결정적인 원동력을 제공했다.

KIA가 6회 5득점하며 경기를 14-12로 뒤집기는 했지만 사실 이 경기 양상에서 2점이 안전하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전상현도 경기 후 “형우 선배님이 이런 날은 클레이튼 커쇼가 와도 맞는 날이라고 하시더라. 이런 경기를 본 적이 없다”며 불펜에서도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여기서 KIA는 5회 마운드에 오른 곽도규가 6회까지 책임지며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7회 곽도규의 실책으로 주자가 나가면서 다시 위기감이 감돌았다.

KIA 벤치는 망설이지 않고 뽑아들 수 있는 최고의 카드였던 전상현을 호출했다. 전상현은 김지찬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으나 이재현에게 볼넷을 허용하고 1사 1,2루에 몰렸다. 그리고 상대 타자는 삼성 최고의 타자인 구자욱이었다. 그러나 전상현은 돌아가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히기로 마음먹었다. 자신의 구위를 믿고, 또 뒤에 서 있는 수비수들을 믿었다. 전상현은 “한번 붙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말했다. 바깥쪽 제구에 신경을 썼는데 결국 구자욱을 병살타로 요리하며 이날 삼성의 추격 흐름을 완전히 꺾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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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힘든 기색은 없었다. 어차피 경기가 난타전으로 흐르는 것을 보고 빨리 준비했고, 멀티이닝도 각오한 터였다. 전상현은 “올라갈 때부터 7·8회를 모두 생각하고 있었다. 2이닝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부담이 되거나 힘든 건 없었다”고 했다. 난타전 양상이었지만 점수차가 없다고 생각하고, 평소 등판하던 상황처럼 생각하고 던진 게 주효했다는 게 전상현의 이야기였다.

사실 전상현의 마음에는 빚이 있다. 시즌 초반에 너무 부진했다. 전상현은 3~4월 1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65, 5월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00, 6월 11경기에서도 평균자책점 5.23으로 부진했다. 전상현은 “초반에 너무 많이 맞았다. 나도 잊지 못할 것 같다. 너무 많이 맞았고, 리드를 날린 적이 많았다”고 자책했다. 그래서 8월 13경기 평균자책점 0.57의 호성적에 만족하기보다는 더 잘해야 한다고 채찍질한다. 그래야 팀에 보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전상현은 “부상 없이 시즌을 끝내고, 꼭 한국시리즈에 직행을 해서 한국시리즈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있게 준비를 잘하겠다. 좋은 모습으로 초반에 안 좋았던 것을 만회하고 싶은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시즌 초반 부진 탓에 올해 평균자책점(3.94)이 좋은 건 아니지만, 정재훈 투수코치는 “불펜 투수는 평균자책점으로 보면 안 된다. WHIP나 승계주자 득점 허용률과 같은 것을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7월 이후 전상현의 승계주자 득점 허용률은 18.8%, WHIP는 0.97에 불과하다. 이 페이스가 이어진다면 대권을 향한 KIA의 발걸음은 더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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