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안정 속 변화를 시도했다. 이제는 증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홍 감독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1·2차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지난 7월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뒤 처음으로 뽑은 명단이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황희찬 등 주축 선수들이 고스란히 포진한 가운데, 양민혁, 황문기, 최우진, 이한범까지 4명의 선수들이 생애 처음으로 대표팀에 뽑히는 영광을 누렸다.
특히 2006년생의 '괴물 고교생' 양민혁의 합류가 눈길을 끈다. 양민혁은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에서 28경기 8득점 5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하고 있다. 다음 시즌부터는 토트넘 홋스퍼 합류가 결정돼 '대표팀 주장' 손흥민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빌 예정이다.
홍 감독은 양민혁 발탁에 대해 "그동안 충분히 대표팀에 들어올 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면서 "어린 선수에게 언제 기회를 줄지 타이밍이 중요하다. 지금은 양민혁에게 기회를 주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양민혁은 이미 국제 무대에서 통할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지난 7월 31일 열린 2024 쿠팡플레이 시리즈 1차전에서 팀 K리그 소속으로 토트넘을 상대하면서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휘저었다. 토트넘 선수들도 양민혁의 기량에 감탄할 정도로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이뿐 아니라 현재 대표팀 선수들 중 꽤 많은 선수가 홍 감독이 울산 HD 감독 시절 지도해 본 선수들이라 호흡에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잘 아는 선수들에 대표팀 주축 선수들까지 기조를 유지한 가운데 약간의 변화를 꾀했을 뿐이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도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시절 자신이 직접 지도해 본 경험이 플러스가 될 수 있다.
다만 홍 감독은 넘어야 할 산이 존재한다. 바로 자신의 취임 과정에서 불거진 공정성 논란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외국인 감독을 물색하는 것처럼 모션을 취하다가 갑자기 홍 감독으로 선회했다. 축구 팬들은 홍 감독의 선임 과정이 공정치 못했다며, 비판을 가하고 있다. 박주호, 이천수, 박지성, 이영표 등 전직 축구 선수들도 홍 감독의 선임에 문제가 있었다고 공개적으로 표명할 정도였다.
홍 감독이 이러한 논란을 타파할 방법은 오로지 실력으로 증명하는 것만이 유일하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실패를 바탕으로 자신이 한층 더 성장했다고 보여줘야 한다. 만약 홍 감독이 과거의 실패와 똑같은 전술만 보여준다면 축구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할 전망이다.
한편 이번에 홍 감독이 뽑은 대표팀은 다음 달 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3차 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다음 달 10일 오후 11시에는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에 위치한 술탄 카부스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오만과 원정 경기를 벌인다. 대표팀은 3차 예선에서 '아시아의 강호' 이라크와 지난 2월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대표팀에 '유효슈팅 0개'의 좌절을 안긴 요르단과 함께 B조에 속한 만큼, 상대적으로 약체로 평가받는 팔레스타인과 오만을 반드시 잡아야 월드컵 본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아주경제=이건희 기자 topkeontop12@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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