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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이슈 MLB 메이저리그

LG팬 앞에서 펑펑 울었는데… 켈리 인생 역전 기쁨의 눈물, “MLB 복귀, 나를 의심했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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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19년 LG와 계약하며 KBO리그에 발을 내딛은 케이시 켈리(35·신시내티)는 오랜 기간 리그를 대표하는 정상급 외국인 투수로 활약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뛰어난 기량은 물론, 팀에 헌신하는 모습에 많은 관계자들과 팬들이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중간 중간 메이저리그 복귀의 기회가 있기도 했지만, 켈리는 LG에 남아 5년 반을 뛰었다.

첫 시즌이었던 2019년 29경기에서 14승12패 평균자책점 2.55를 기록하며 화려한 KBO리그 경력의 시작을 알린 켈리는 2020년 15승7패 평균자책점 3.32, 2021년 13승8패 평균자책점 3.15, 2022년 16승4패 평균자책점 2.54을 기록하며 LG 프랜차이즈에 길이 남을 만한 선수로 기록됐다. 매 시즌 10승을 거뒀고, 매 시즌 166~180이닝을 소화하며 든든한 이닝이터로 LG 마운드를 지켰다.

그런 켈리에 이상징후가 드러난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구위에 힘이 빠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오히려 팀의 외국인 에이스는 아담 플럿코로 넘어가는 양상도 있었다. 분명 트래킹 데이터는 켈리의 구속과 회전 수, 그리고 수직무브먼트가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난해 30경기에서 178⅔이닝을 던졌지만 10승7패 평균자책점 3.83으로 성적은 좋지 못했다.

한국시리즈에서 좋은 활약을 했고, 플럿코의 이탈로 켈리라는 보험을 남기길 원한 LG의 사정상 재계약은 이르렀지만 좀처럼 구위를 되찾지 못했다. 올해도 투구 내용이 들쭉날쭉했다. 시즌 19경기에서 113⅔이닝을 비교적 건강하게 던졌지만 5승8패 평균자책점 4.51에 그쳤다. LG도 켈리의 교체를 놓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간 팀에 공헌한 것은 인정했지만, 이제 30대 중반의 나이에 구위가 예전만 못했다.

여기에 그간 노렸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시장에 나오자 LG는 결국 켈리를 포기한다. 켈리는 7월 14일 잠실 한화전을 앞두고 방출 소식을 들었다. 그럼에도 예정된 등판을 끝까지 소화하기로 했다. 이날 6이닝 동안 8피안타 2실점(1자책점)으로 활약하며 승리투수가 되며 한국에서의 마지막 등판을 마쳤다. 경기 후 성대한 작별 행사가 이어졌고, 빗속에서 진행된 이 행사에서 켈리도 울었고, 동료들도 울었고, 그리고 팬들도 울었다.

당시 켈리는 “5년 반 동안 여기 있는 모든 분들뿐만 아니라 내게도 특별한 시간이었다. 고별식이 열리는 것은 전혀 생각 못 했다. 울지 않으려고 잘 참았는데, 고별식이 시작되니까 눈물이 그치질 않더라. 날씨가 비도 많이 왔는데 팬들께서 기다리고 남아주셔서 그 순간은 내 마음 한구석에 남을 것 같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하지만 현역 은퇴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 다시 돌아가기는 다소 많은 나이라 현역을 마무리하고 제2의 인생을 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켈리는 고개를 저었다. 켈리는 “다음 주까지 생각할 시간이 있을 텐데 여러 옵션이 있다. 미국일지 대만일지 정해진 것은 없지만, 난 여전히 마운드에서 던지고 싶고 야구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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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웨이버가 된 켈리에 관심을 보이는 KBO리그 팀들은 없었다. 그러자 켈리는 대만 대신 신시내티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해 메이저리그 복귀에 나섰다. 35세의 선수의 미래는 불확실했지만, 켈리는 마지막 도전을 선택했다. 지난 8월 8일 신시내티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고, 그리고 25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다시 서겠다는 그 뜻을 이뤘다.

신시내티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해 트리플A에서 두 차례 선발 등판을 한 켈리는 이날 신시내티 메이저리그 팀으로부터 콜업 통보를 받았다. 최근 선발 투수들의 줄부상에 고전하고 있는 신시내티가 켈리를 올려 롱릴리프로 쓰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켈리는 팀의 40인 로스터에 등록되는 것은 물론 즉시 26인 현역 로스터에 등록돼 신시내티로 이동했다.

사실 예상하지 못한 콜업이었다. 언젠가는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해도, 당장은 아니라고 여겼다. 이는 켈리 또한 마찬가지였다. 켈리는 25일 AP통신 등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버지(팻 켈리)로부터 ‘메이저리그에 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신시내티 구단 산하 트리플A팀인 루이빌 베츠의 감독은 켈리의 아버지인 팻 켈리다. 아버지와 아들이 한 팀에서 같이 뛴다는 것으로 화제를 모았는데, 아버지는 아들의 콜업 소식을 먼저 들었다. 아버지의 벅찬 감정 또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아버지는 “너 토요일에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었고, 아들은 “(트리플A에서) 선발 등판을 할 건데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콜업 소식을 전해줘야 했던 아버지는 “빨리 준비하고 피츠버그로 가라”고 했다. 켈리도 팀이 피츠버그 원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말이 콜업을 의미한다는 것을 대번에 알아차렸다.

켈리는 “우리는 미소도 없이 서로를 몇 초 동안 응시했다.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나도 울었다”고 콜업 통보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경기가 바로 있어 감상의 젖어 있을 시간이 별로 없었다. 켈리는 곧바로 짐을 사 메이저리그 팀에 합류했다. 그리고 예상보다 빨리 메이저리그 복귀전을 가졌다.

켈리는 25일 미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와 원정 경기에 팀이 10-2로 앞선 7회 등판했다. 넉넉하게 앞서 있는 상황이고 피츠버그가 사실상 백기를 든 상황에서 신시내티는 불펜 소모를 최소화하며 경기를 마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켈리의 메이저리그 복귀전이 치러졌다. 남은 3이닝을 모두 책임져야 했고, 켈리는 그 몫을 완벽하게 해냈다. 3이닝을 막아내 세이브도 올라갔다. 켈리의 메이저리그 통산 첫 세이브였다.

켈리는 이날 3이닝 동안 단 한 타자에게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 피칭을 벌이며 메이저리그 복귀전을 마쳤다. 켈리의 마지막 메이저리그 등판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소속이었던 2018년 9월 27일 이후 무려 2159일 만이었다. 이날 켈리는 38개의 공으로 3이닝을 깔끔하게 잡아내며 팀의 기대치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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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볼·슬라이더·체인지업·커터·싱커까지 자신이 던질 수 있는 공을 고루 던지며 활약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92.3마일(약 148.5㎞), 평균은 91마일(약 146.5㎞)로 그렇게 빠른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피츠버그 타자들을 봉쇄하기에는 충분했다. 이날 포심 14구(37%), 슬라이더 10구(26%), 체인지업 6구(16%), 커브 6구(16%), 싱커 2구(5%)를 던졌다.

켈리는 이날 경기 후 감격에 찬 모습이었다. 켈리는 “스스로도 내가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다시 설 수 있을까는 의심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30대 중반의 나이라 불러주는 팀이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기에 아무래도 구단들의 시선과 멀리 떨어진 KBO리그에서 오래 뛰었기 때문에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켈리는 그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로부터 꾸준히 관심을 받고 있었고, 방출된 뒤 비교적 빠르게 마이너리그 계약에 이를 수 있었다. 공백기를 최소화한 끝에 결국 메이저리그 복귀를 이뤘고, 이날 좋은 활약을 하면서 앞으로의 전망도 밝혔다.

“(LG로부터 방출된 이후) 지난 한 달 동안 내 삶에는 회오비바람이 몰아쳤다”고 회고한 켈리는 “내가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있었다. 지금껏 해왔던 것 중 최고의 투구를 했다고 생각한다. 메이저리그는 정말 살아남기 어려운 리그고, 내 공이 통하지 않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나의 투구에 자신이 있다.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된다”고 웃어보였다.

AP통신은 ‘(이전의) 켈리는 직구와 커브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투수였다. 그러나 KBO리그에서 스스로 자신감을 가질 정도로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연마할 수 있었다. (한 경기에) 같은 타자를 3~4번 상대하는 법도 익혔다’면서 KBO리그에서의 경험이 켈리의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데이비드 벨 신시내티 감독은 또한 “켈리가 자신의 몫을 확실히 해냈다. 켈리는 (현 상황에서) 우리 팀에 딱 맞는다”고 앞으로의 활약도 기대했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려워진 상황에 이른 신시내티는 선발 투수들의 줄부상으로 고전하고 있기도 하다. 신시내티는 현재 우완 에이스인 헌터 그린, 좌완 에이스인 앤드류 애보트가 모두 부상으로 빠져 있다. 그레엄 애시크래프트, 브랜든 윌리엄스는 진작에 이탈했다. 닉 로돌로, 닉 마르티네스 등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짜고 있지만 선발의 수가 현격하게 부족하고, 그러다보니 불펜 소모도 큰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KBO리그에서 꾸준히 선발로 뛰어 빌드업 과정이 딱히 필요없고, 경기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는 켈리는 신시내티가 활용할 수 있는 다용도 자원이다. 이날은 3이닝을 소화했으나 추후 선발 로테이션 상황에 따라 대체 선발로 나설 수 있을 가능성도 있다. 어차피 포스트시즌 진출 전망이 어두워졌기에 신시내티도 켈리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좋으면 내년도 같이 갈 수 있다. 켈리의 인생 역전극이 계속 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켈리는 이날 경기를 포함해 메이저리그 통산 27경기(선발 12경기)에서 2승11패 평균자책점 5.28을 기록 중이다. 마지막 승리는 샌디에이고 소속이었던 2012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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