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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뒤늦게 보도자료만 보낸 협회·침묵한 안세영, 사태 풀 생각 있나 [ST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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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안세영 / 사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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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한국 체육계는 지금 축제 분위기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벌써 금메달 12개와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 등 총 27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당초 48년 만의 최소 규모 선수단 파견과 파리의 무더위, 판정 변수 등으로 인해 쉽지 않은 대회가 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벌써 목표했던 금메달 5개를 두 배 이상 뛰어 넘었다. 지금 분위기라면 역대 올림픽 최다 금메달(13개, 2008 베이징, 2012 런던) 기록도 뛰어 넘을 기세다.

금메달 획득 종목들의 분위기도 밝다. 사격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를 수확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달성했고, 양궁은 사상 첫 5종목 석권에 성공했다. 펜싱에서도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따며 12년 만에 2개 이상의 금메달을 가져왔고, 태권도는 8년 만에 다시 금맥을 뚫었다.

다만 금메달을 땄음에도 웃지 못하는 종목이 있다. 바로 배드민턴이다.

한국 배드민턴은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를 수확했다. 여자 단식에서 안세영이 금메달을 안겼고, 혼합복식에서는 김원호-정나은이 은메달을 보탰다. 한국 배드민턴이 올림픽 금메달을 딴 것은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 혼합복식 이용대-이효정 조 이후 16년 만이었다. 특히 여자 단식 금메달은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방수현 이후 28년 만이다.

그러나 안세영은 금메달 획득 이후 대한배드민턴협회를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결승전에서 부상을 당했었던 안세영은 "부상은 생각보다 심했고,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 조금 많이 실망했다"며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는 계속 가기가 힘들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안세영은 대표팀의 부상 관리와 복식 위주의 운영, 훈련 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또한 안세영이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불참한 것을 두고도 양 측의 주장이 엇갈리기도 했다. 이러한 사태는 큰 파장을 일으켰고,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등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

논란이 커진 가운데 7일 귀국한 안세영은 "싸우려는 의도로 말한 것이 아니"라며 "조금 더 상의해 말씀드리겠다. 말을 아끼겠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던 대한배드민턴협회는 7일 오후에서야 보도자료를 배포해 해명에 나섰다. 협회는 "선수의 대회 참가 여부 의사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국제대회에 참가시킨 대회는 없다" "선수 본인의 강한 의지로 첫 복귀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안세영이 지명한 한의사를 서울에서 섭외해 신속하게 파리로 파견했다" "기자회견에 불참하도록 의사를 전달하거나 지시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양 측의 이야기가 크게 엇갈리면서 이제 사태는 진실공방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양 측 주장의 사실 여부는 이제 확인해 봐야겠지만, 현 상황의 가장 큰 책임은 협회에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태를 보며 분명한 것은 협회와 선수 간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안세영의 불만은 지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직후인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약 10개월 동안 부상 진단, 재활, 대회 참가, 훈련 시스템 등 여러 가지 사안을 두고 쌓인 것으로 보인다. 만약 협회가 이를 미리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면 애초에 지금과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태 발생 후 대응도 미흡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협회는 안세영의 비판 이후, 7일 오후 보도자료를 배포할 때까지 사실상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고 사태를 방치하기만 했다. 협회장을 비롯한 수뇌부가 비행기편을 변경해 미리 귀국하고, 그 이유를 '보도자료'로 든 것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굳이 한국에 오지 않더라도 프랑스 현지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협회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 피해자도 발생했다. 혼합복식 은메달을 딴 김원호-정나은은 축하를 받아야 할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질문을 받아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또한 다른 종목 메달리스트들이 환영 속에 귀국하며 국민들에게 소감을 전한 것과 달리, 김원호-정나은의 귀국 때는 별다른 환영 행사도, 인터뷰도 없었다.

협회는 선수단이 모두 귀국한 이후에야 보도자료를 통해 대응을 시작했다. 다만 모두를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앞으로 보다 많은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안세영도 자신의 주장에 대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안세영은 귀국 전 "한국에서 모든 것을 말하겠다"고 했지만, 귀국 인터뷰에서는 "말을 아끼겠다"고만 말하고 갑작스럽게 자리를 떴다. 물론 올림픽 준비하는 동안 쌓인 피로, 장거리 비행 등으로 인해 힘든 상황이겠지만, 이미 자신의 발언으로 인한 여파가 너무 커진 상황이다.

만약 협회의 주장에 거짓이 있다면 정확한 사실을 밝혀야 하고, 오해한 점이 있다면 오해를 풀어야 한다. 그래야 사태가 빨리 해결될 수 있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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