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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안세영 "해결해줄 어른 계시길" 작심 발언…협회는 답 없다, 6일 기자회견서 입 열까 [파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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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프랑스 파리, 김지수 기자) 대한민국 배드민턴이 16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 수확 직후 '환희'가 아닌 '패닉' 상태에 빠졌다.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 정상에 오른 안세영이 협회와 갈등의 골이 깊다는 걸 스스로 드러내고 국가대표 은퇴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자세한 내막이 밝혀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분명한 건 한국 스포츠 역사상 초유의 사태라는 점에서 시선을 모으고 있다.

안세영은 자신의 발언 이후 SNS로 장문의 글을 다시 게재하면서 정확한 진심을 알리려 하고 있다.

그는 6일 새벽(한국시간) "오늘 하루 낭만 있게 마무리하고 싶은 상상과는 다르게 저의 인터뷰에 다들 놀라셨죠?"라며 말문을 열더니 "일단은 숙제를 끝낸 기분에 좀 즐기고 싶었는데 그럴 시간도 없이 제 인터뷰가 또 다른 기사로 확대되고 있다. 참 제 서사는 고비고비가 쉬운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먼저 저의 올림픽을 응원해 주시고 기다려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안세영은 꽤 장문의 글을 올리면서 "그 끝에 (대한배드민턴협회의)선수 관리에 대한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떠넘기는 협회나 감독님의 기사들에 또 한 번 상처를 받게 된다"고 했다. 그는 "제가 잘나서도 아니고 선수들이 보호되고 관리되어야 하는 부분, 권력보다는 소통에 대해 이야기드리고 싶었다"며 "자극적인 기사로 재생되는 부분이 안타깝다"고 했다. "누군가와 전쟁하듯 이야기하는 부분이 아니라 선수들의 보호에 대한 이야기임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안세영은 자신의 쓴소리가 나온 뒤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안세영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식의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들이 나오자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 안세영은 대표팀에서 들어가지 않고도 올림픽에 갈 수 있는 길이 있기를 바랐을 뿐 은퇴 초강수를 둔 적은 없다.

이를 알리기 위해 안세영은 "은퇴라는 표현으로 곡해하지 말아 달라"면서 "제가 하고픈 이야기들에 대해 한번은 고민 해주시고, 해결해 주시는 어른이 계시기를 빌어본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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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9위 허빙자오를 게임 스코어 2-0(21-13 21-16)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따냈다.

안세영은 이날 승리로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방수현이 여자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이 종목에서 28년 동안 끊겼던 한국의 금맥을 다시 캐냈다.

한국 배드민턴은 지난 1996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여자 단식 우승 이후 이 종목에서는 금메달은 물론 메달리스트조차 배출되지 않았다. 2000 시드니, 2004 아테네, 2008 베이징, 2012 런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2020 도쿄까지 포디움에 오른 선수가 없었지만 안세영이 길고 긴 암흑기를 청산시켰다.

안세영 스스로도 커리어 첫 올림픽 출전이었던 2020 도쿄(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인한 2021년 개최) 대회 때 8강에서 탈락했던 아픔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한국이 하계 올림픽 배드민턴 종목에서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한 것도 2008 베이징 올림픽 혼성복식 이용대-이효정 이후 무려 16년 만의 쾌거다.

한국 배드민턴은 ▲1992 바르셀로나 대회 여자 복식 정소영-황예영, 남자 복식 김문수-박주봉 ▲1996 애틀랜타 대회 여자 단식 방수현, 혼성 복식 김동문-길영아 ▲2004 아테네 대회 남자 복식 하태권-김동문 ▲2008 베이징 대회 혼성 복식 이용대-이효정 등이 올림픽 무대를 정복했다. 여기에 안세영의 이름도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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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은 시상식을 마친 뒤 빛나는 금메달을 목에 걸고 믹스트존(공동 취재 구역)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행복하다. 이제야 숨이 쉬어지는 것 같다"며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부상 때문에 트레이너 선생님과 로니 코치님과 함께 싸우고 울고 했던 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게 너무 실감이 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내 무릎에게는 '너 때문에 많은 사람들한테 미움을 살 뻔했다'라고 말해줬다"며 "매 순간이 두려웠고 걱정이었다. 힘든 순간을 참고 이겨내니까 이렇게 숨통이 트이고 환호할 수 있는 순간이 왔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고 이 순간을 위해 참았던 것 같다"고 감격했다.

안세영은 지난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여자 단식 우승을 차지하면서 '월드 클래스'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이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단식과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고 2관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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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결승전은 한국 배드민턴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로 꼽힌다. 안세영은 자신의 '천적' 세계랭킹 3위 중국의 천위페이를 혈투 끝에 제압했다. 한국 선수가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건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방수현 이후 29년 만이었다.

하지만 안세영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결승전 당시 심각한 무릎 통증을 안고 뛰었다. 귀국 후 자기공명영상(MRI) 정밀 검진을 실시한 결과 오른 무릎 근처 힘줄 일부 파열 진단을 받았다.

안세영은 재활 기간 최소 2주, 최대 5주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은 뒤 회복에 전념했지만 이후 출전한 3개 대회에서 모두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정상 경기력을 되찾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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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은 자신의 무릎 부상이 악화된 배경에는 최초 검사에서 오진, 완전한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각종 국제대회 출전 강행을 지시한 협회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안세영은 이 때문에 "나의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협회가 내 부상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고 대표팀에게 많은 실망을 했다"며 "트레이너 선생님이 내 꿈을 이뤄주기 위해서 너무 눈치도 많이 보시고 힘든 순간을 보내신 것 같아 너무 미안하다. 나는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는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강조했다.

또 "이 부분은 나중에 자세하게 설명하는 날이 있으면 좋겠다. 내 다음 목표는 최대한 많은 (우승) 기록을 써내려가는 것이다"라며 "금메달을 따고 짧은 순간이었지만 충분히 낭만을 느낄 수 있었다. 참아왔던 걸 표출할 수 있었는데 이런 낭만을 또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고 일단 너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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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은 믹스트존 인터뷰 종료 후 이어진 여자 단식 메달리스트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자신의 주장을 이어갔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부상 직후 정밀 검사 과정에서 오진이 있었고 통증을 안고 대회를 소화했다는 입장이다.

안세영은 "대표팀에서 부상을 겪는 상황과 순간에 너무 많은 실망을 했다.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며 "우리 배드민턴이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이 하나 밖에 나오지 않은 걸 돌아봐야 하지 않는 시점인 것 같다"고 또 한 번의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한국의 역대 올림픽, 모든 종목을 뒤돌아봐도 금메달을 딴 선수가 협회를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놓은 건 안세영이 처음이다. 만 22세의 나이에 올림픽 무대를 제패한 세계 최고의 선수가 스스로 국가대표팀을 떠나겠다고 말하는 것도 일반적이지 않다.

안세영은 파리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한 불신이 크게 쌓였고 갈등과 의견 차이가 전혀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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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은 "난 배드민턴 발전과 내 기록을 위해 계속해 나가고 싶지만, (대한배드민턴)협회에서 어떻게 해주실지 모르겠다. 저는 배드민턴만 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이든 다 견딜 수 있을 것 같다"며 "대표팀을 떠난다고 해서 올림픽을 못 뛰는 것은 선수에게 야박하지 않나 싶다. 단식과 복식은 엄연히 다른데 선수 자격을 박탈하면 안 된다. 협회는 모든 것을 다 막고, 그러면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한다"고 직격했다.

안세영은 공식 기자회견 종료 후 더는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자신을 격려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방수현 MBC 해설위원과 만나 짧은 대화를 나눈 뒤 경기장을 떠났다.

안세영은 일단 대한체육회가 현지 시간으로 8월 6일 프랑스 파리 시내에 한 장소에 마련한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을 불참을 결정했다. 이번 대회 혼성 복식 은메달을 따낸 김원호, 정나은만 참석해 파리 올림픽을 마친 소감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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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의 '폭탄 발언' 이후 어떤 공식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는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김원호, 정나은의 메달리스트 기자회견 때 협회 관계자도 동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6일 오전에는 어떤 식으로든 안세영과 관련된 메시지가 나올 것이 유력하다.

물론 대한배드민턴협회가 대한체육회 주최 기자회견에 협회 관계자의 동행 없이 김원호, 정나은 두 선수만 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경우는 매우 일반적이지 못하다. 선수 관리에 책임이 있는 협회로서는 안세영의 '폭탄 발언'과는 별개로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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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코칭스태프의 경우 안세영과 큰 갈등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안세영은 금메달 확정 후 김학균 대표팀 감독과 인도네시아 출신 로니 아구스티누스 코치와 포옹하면서 기쁨을 함께 나누기도 했다.

방수현 해설위원도 안세영을 격려한 직후 취재진과의 짧은 인터뷰에서 "배드민턴협회도 사실 조금 더 새롭게 (일을) 할 필요가 있다"며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서승재, 채유정은 살인적인 경기 일정을 소화했다. 선수 보호 차원에서라도 이제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소신 발언을 내놨다.

안세영은 한국시간으로 8월 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한국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한 추가적인 의견 표명과 향후 계획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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