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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승리 선언되자 매트서 오열한 ‘번개맨’…생애 첫 올림픽서 세계1위 제압, 값진 동메달 따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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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올림픽서 값진 동매달

준결승서 ‘숙적’에 졌지만
마티아스 카스 제압해 3위

경기 종료 후 매트서 오열
“목표한 金 못따 아쉬워”

시니어 첫 대회부터 우승


◆ 2024 파리올림픽 ◆

매일경제

2024파리올림픽 유도남자 -81kg급에 출전한 이준환이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벨기에 마티아스 카세와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를 차지했다. [파리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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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가 선언되자 스물두살 청년 이준환(세계랭킹 3위·용인대)은 상대에게 목례를 한 뒤 경기장을 나오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황희태 유도 남자 대표팀 감독은 매트에 앉아 우는 그를 말없이 바라봤다. 그가 올림픽을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지도자로서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생애 처음 올림픽에 출전한 이준환은 3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남자 81㎏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계랭킹 1위 마티아스 카스(벨기에)에게 안뒤축후리기 절반승을 따냈다. 전날 허미미(21·경북체육회)의 여자 57㎏급 은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 유도에서 나온 두 번째 메달이었다.

메달을 따고 오열한 순간을 돌아본 이준환은 그때의 눈물이 ‘아쉬움의 눈물’이었다고 밝혔다. 이준환은 “금메달을 목표로 평생 열심히 훈련했다”며 “선수촌에서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이날만을 위해서 열심히 훈련했고, 그런 과정들이 떠올라서 울컥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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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환이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 열린 2024파리올림픽 유도남자 -81kg급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태극기를 바라보고 있다. [파리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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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이준환은 앞서 진행된 준결승전에서 ‘숙적’ 타토 그리갈라쉬빌리(2위·조지아)에게 정규시간(4분)의 두 배가 넘는 8분 7초 동안 싸운 끝에 석패했다. 이준환은 상대 체력을 갉아먹으며 우위를 점하려 했지만 그리갈라쉬빌리가 기습적인 안오금띄기로 그를 왼쪽 등뒤로 넘기며 승리를 가져갔다. 올해와 작년 세계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도 그리갈라쉬빌리에게 패해 2년 연속 동메달에 그쳤던 이준환은 이번에도 그에게 발목을 잡혔다.

준결승전 패배 후 취재진에게 “동메달 결정전이 끝나면 인터뷰하겠다”고 선언한 이준환은 독기를 품은 채 동메달 결정전에 나섰다. 카스가 뒤로 넘어지면서 상대를 던지는 배대뒤치기를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잘 막아냈고, 점수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업어치기로 카스의 두 발을 공중에 띄우기도 했다. 연장전이 시작하자마자 카스의 기습 공격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한 차례 실점 위기를 겪은 이준환은 연장전 48초에 들어온 카스의 빗당겨치기 공격을 되치기로 받으며 절반을 따냈다. 무리한 공격으로 카스가 중심을 잃은 순간을 번개처럼 공략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 나타난 이준환은 준결승 패배 때보다 밝아진 모습이었다. 그는 “동메달리스트가 되는 것과, 해이해지고 방심해서 4위가 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아 동메달을 따고 나서 인터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패배의 충격을 벗어나서 남은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는 것이다. 그는 “금메달만을 목표로 삼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졌을 때 멘털이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하도록 평소 많이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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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파리올림픽 유도남자 -81kg급에 출전한 이준환이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벨기에 마티아스 카세와 동메달 결정전에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파리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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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때 유도를 시작한 이준환은 2년 전 시니어 무대에 등장해 파란을 일으켰다. 첫 시니어 국제대회였던 2022년 6월 트빌리시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했고, 20여일 뒤 울란바토르 그랜드슬램에서는 2020 도쿄올림픽 금·동메달리스트를 차례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2023년 1월 포르투갈 그랑프리, 12월 도쿄 그랜드슬램, 올해 4월 아시아개인선수권대회도 차례로 제패했다. 혜성처럼 등장한 이준환을 국제유도연맹(IJF)은 ‘번개맨’이라고 칭하며 “선수 소개가 끝나기도 전에 한판승을 따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빠르다”라고 극찬했다. 작년과 재작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선 동메달을 획득했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탄탄대로만 걸었을 거 같은 ‘번개맨’ 이준환에게도 고난은 있었다. 남자 73㎏급 국가대표 이은결(23·세종유도회)과 고등학교 때 같은 체급에서 경쟁했는데 2년 동안 내리 5번을 졌다. “그땐 정말 유도를 그만두고 싶었다”고 회고할 만큼 마음 고생을 했다.

어려웠던 시기는 이준환을 오히려 성장시켰다. 절치부심해 주특기인 소매들어업어치기 기술을 완성시켰고, 시니어 무대를 밟자마자 세계 톱랭커들이 경계하는 선수가 됐다.

첫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거머쥔 이준환의 다음 목표는 ‘숙적’ 그리갈라쉬빌리다. 이준환은 데뷔전이었던 트빌리시 그랜드슬램 결승전에서 그리갈라쉬빌리를 꺾은 뒤 이번 대회까지 3연패를 당했다. 이준환은 “세계선수권 때 두 번 만났고 두번 다 져서 많이 대비하고 연구했는데 운이나 전략적인 부분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한국에 돌아가서 더 준비하겠다. (2008) LA올림픽 때는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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