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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이슈 손흥민으로 바라보는 축구세상

황희찬 '인종차별 반대'→손흥민 폭풍 지지…"항상 네 곁에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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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두 프리미어리거의 용기와 의리가 대단하다.

한국 축구팬들이 속상한 마음 속에서도 둘을 보며 미소 짓고 있다. 손흥민이 황희찬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그를 위로했다. 역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캡틴이다.

토트넘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같은 팀 동료 손흥민에 대해 인종차별 발언을 해서 축구계가 몸살을 앓은 가운데 손흥민과 같은 한국인 공격수 황희찬도 비슷한 발언을 상대팀 선수에게 들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손흥민이 재빨리 반응했다. 손흥민이 황희찬에 대한 위로와 지지를 보냈다.

황희찬은 지난 16일(한국시간) 소속팀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울버햄프턴 원더러스의 프리시즌 첫 친선 경기에서 후반전에 출격해 45분을 소화했다. 그런데 황희찬은 이날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

상대 선수와 신경전 도중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들은 것이다. 황희찬은 당황스런 순간에도 이성을 잃지 않았다. 의연하게 남은 시간을 그라운드에서 보냈다. 울브스도 가만 있지 않았다. 포르투갈 공격수 다니엘 포덴세가 황희찬에 인종차별 발언 한 선수를 레드카드 감수하면서까지 때리며 황희찬에 힘을 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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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이 인종차별 피해자가 됐다는 소식은 영국 '익스프레스 앤드 스타' 등에 울버햄프턴 소식을 전문적으로 전하는 리암 킨 기자에 의해 밝혀졌다.

울버햄프턴의 스페인 마르베야 전지훈련에 동행 취재하고 있는 킨은 16일 자신의 SNS와 보도를 통해 가장 먼저 황희찬 소식을 알렸다.

울브스는 이날 2024-2025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에 승격한 코모와 친선 경기를 했다. 코모는 과거 세계적인 미드필더였던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사실상 지휘를 하고 있는 팀이다. 아직 정식 감독 자격이 없어 다른 코치를 내세울 뿐이다. 투자도 빠르게 늘리고 있는 팀으로 유명하다. 조만간 이탈리아 세리에A 상위권으로 치솟을 것으로 여겨지는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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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에 따르면 황희찬을 모욕하는 발언이 나오자마자 동료 선수 포덴세가 해당 발언한 코모 선수를 때리고는 그대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후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 좁은 곳에 몰려 신경전을 벌였다. 포덴세는 레드카드를 받았다. 울브스를 이끄는 개리 오닐 감독도 이를 확인하면서 "우리 선수들이 황희찬에 대한 상대 선수 발언 때문에 화가 났다"고 했다.

오닐 감독은 "모두가 모여 엉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황희찬은 격분했고 동료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며 "많은 사람들이 황희찬에게 다가가 좋은 말을 건네고 그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오닐 감독은 이어 "이 경기를 즉시 중단할 수도 있었지만 황희찬은 계속 이어가고자 했다"며 황희찬의 멘털리티까지 극찬했다.

울버햄프턴은 구단 자체적으로 황희찬을 위로했다. 구단은 경기 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닐 감독은 코모와의 프리시즌 경기에서 인종차별을 당한 황희찬을 동료 선수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오닐 감독은 황희찬에게 경기를 포기할 것을 제안했지만 황희찬은 경기를 계속해 90분을 뛰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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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것은 코모 구단이 깔끔한 사과를 하지 않고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사실상 소속팀 선수의 인종차별 발언을 부정했다는 것이다.

코모는 같은 날 밤 공식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인종차별을 용납하지 않고, 모든 인종차별을 강력하게 비난한다"며 원칙론을 확인한 뒤 "문제의 수비수가 어떤 말을 했는지 알아내기 위해 대화했다. 그는 사건 직후 동료 수비수에게 '그냥 무시해, 그는(황희찬은) 스스로 재키 찬이라고 생각해'라고 말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를 들은 황희찬과 울버햄프턴 선수들이 격분한 것이다.

벤탄쿠르가 손흥민과 그의 사촌이 닮았다고 발언한 것처럼 아시아 선수 앞에서 다른 아시아인을 거론한 것 자체가 큰 실례이고 인종차별 발언의 대표적인 사례인데 코모 구단은 이를 모른 척 했다.

코모는 이어 "우리 선수와 긴 대화를 나눈 결과, 우리는 이번 일이 황희찬의 이름과 그의 동료들이 황희찬을 '차니(Channy)'로 부른 것과 관계가 있었다고 확신한다"라고 덧붙였다. '차니'를 차용해서 홍콩 액션 스타 재키 찬(성룡)이라고 불렀을 뿐 인종차별과 관련된 악의는 없었다는 주장으로 분석된다.

여기서 코모 구단은 한 발 더 나아가 황희찬을 대신해 인종차별 발언을 한 포덴세, 그리고 울브스 동료들을 혼내는 몰상식한 일을 저질렀다.

코모는 "우리는 일부 울버햄프턴 선수들의 반응으로 인해 이 사건이 지나치게 과장된 점에 대해 실망했다"라며 주먹질을 한 포덴세를 저격하는 듯한 내용까지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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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EFA의 미온적인 태도도 충격적이었다.

엄연히 심판까지 등장한 경기의 하나였고, UEFA 소속 국가 중 하나인 스페인에서 열렸음에도 친선경기까지 관여하고 싶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영국 유력지 가디언에 따르면 UEFA 대변인은 "축구에서 인종차별, 차별, 혐오를 없애기 위한 투쟁은 우리의 우선순위다"라면서도 "징계위원회는 UEFA 대회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만 조치를 취할 수 있다"라며 황희찬 인종차별에 관여할 생각이 없음을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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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프리미어리그에서 황희찬과 뛰는 '유이한' 한국 선수로, 2015년 축구종가에 입성한 뒤 인종차별에 수차례 시달린 손흥민이 황희찬을 응원했다.

황희찬은 17일 자신의 SNS에 "인종차별은 스포츠와 삶의 모든 측면에서 참을 수 없다"며 "사건 이후 코칭스태프와 팀원들이 필요하면 바로 현장을 떠나겠다면서 내 안부를 계속 확인했다. 다시 한 번 팀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난 계속하고 싶었고 우리는 운동장에서 해야 할 일을 했다"며 "마지막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인종차별을 위한 공간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손흥민이 등장했다. 폭풍 지지를 보냈다. 그는 인종차별 관련 황희찬 SNS 글에 영어로 "너의 곁에 있다"는 말과 함께 '좋아요'를 꾹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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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황희찬의 인종차별 피해에 누구보다 공감하는 이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달 15일 소속팀 미드필더 벤탄쿠르에게 비슷한 발언을 들었기 때문이다. 벤탄쿠르는 우루과이의 방송 프로그램 '포르 라 카미세타(Por la Camiseta)에 출연해 손흥민과 아시아인을 향한 인종차별 발언을 해 많은 비난을 받았다.

당시 방송 진행자는 벤탄쿠르에게 한국 선수 유니폼을 가져다줄 수 있냐고 부탁했고 벤탄쿠르는 "쏘니?"라고 물었다. 진행자는 세계 챔피언의 것도 괜찮다고 하자 벤탄쿠르는 웃으며 "아니면 쏘니 사촌 거는 어떤가. 어차피 걔네 다 똑같이 생겼다"고 말했다. 아시아인은 똑같이 생겼다는, 명백한 인종차별적 발언이었다.

벤탄쿠르는 우루과이 대표팀 소속으로 2024 코파 아메리카에 참가하는 와중에 두 차례 사과를 올렸으나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토트넘 구단이 소속팀 선수들끼리의 대화에서 일어난 발언이어서 오히려 벤탄쿠르를 감쌌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런 우여곡절 속에서 황희찬도 인종차별의 피해자가 됐다. 손흥민이 그를 위로하고 든든하게 지켜주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울버햄프턴, SNS, 익스프레스 앤드 스타, 코모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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