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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스타와의 인터뷰

[내가 본 '지혜원'] 2024년 상반기 최고의 인터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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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하이라키', 러블리 빌런 지혜원 役으로 활약
'어쩌다 마주친, 그대'→'하이라키' 극과 극 캐릭터 완벽 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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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지혜원이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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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밝은 에너지로 쫑알쫑알 많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준다. 심지어 말도 잘한다. 준비해 온 기자의 질문보다 즉석 답변이 더 청산유수다. 홀린 듯이 듣고 있다 보면 어느새 답변을 받아적는 것도 잊은 채 그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하이라키' 속 윤헤라가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러블리 빌런'이었다면 배우 지혜원은 그냥 미워할 생각조차 하기 힘든 통통 튀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지혜원이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라키'(각본 추혜미, 연출 배현진)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윤헤라 역을 맡은 지혜원은 이날 작품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난해 인생 드라마를 꼽는다면 단연 빠지지 않고 말하는 작품이 '어쩌다 마주친, 그대'다. 지혜원이란 배우 또한 이 작품을 통해 제대로 각인됐다. 이후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이아름 역을 맡아 황폐하고 처절한 이미지를 보여줬던 배우라는 걸 알고 생각보다 어린 모습에 한 차례 놀라기도 했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에서는 고미숙 역을 맡아 조금 더 깊은 이미지와 절제된 감정 그리고 때때로 처연한 분위기까지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런 지혜원이 '하이라키' 속에서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등장해 또 한 번 반전을 안겼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실제로 만난 지혜원은 어떤 이미지에 더 가까운지 알고 싶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배우, 연기를 정말 잘하는 거였구나'라고 느낄 만큼 이아름도 고미숙도 윤헤라도 아닌 독보적인 지혜원이었다. 물론 모든 캐릭터가 배우의 어떤 한 면을 극대화시켜 표현되는 만큼 비슷한 부분은 분명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건 지혜원의 시원하고 털털한 모습은 아직까지 작품에서는 보여준 적 없는 모습이었다.

"저는 인터뷰를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에너지를 얻고 가는 것 같아요"라며 웃어 보일 정도로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즐길 줄도 알며 누구보다 긍정적으로 하루하루를 받아들이는 지혜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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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지혜원이 넷플릭스 시리즈 '하이라키'에서 윤헤라 역을 맡아 미워할 수 없는 매력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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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일 총 7부작이 전체 공개된 '하이라키'는 상위 0.01% 소수가 질서이자 법으로 군림하는 주신고등학교에 비밀을 품고 입성한 전학생이 그들의 견고한 세계에 균열을 일으키며 벌어지는 하이틴 스캔들 이야기를 그린다.

지혜원은 "'안나라수마나라'로 넷플릭스 공개를 이미 경험해 봤지만 그때와 이번은 또 다른 느낌이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하이라키' 때 책임감과 부담감이 좀 더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만큼 배운 것도 더 많은 작품"이라고 작품 공개 소감을 밝혔다.

"'안나라수마나라' 때는 한국 넷플릭스가 급부상하기 전이었어요. 당시에는 뮤지컬 드라마라는 장르가 독특하다 보니 찾아봐 주는 분들이 있었죠. 지금은 '오징어 게임'이 나오고 '지금 우리 학교는'도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하이라키'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해외 시청자들이 많이 찾아봐 주는 게 느껴졌어요. 실제로 SNS를 보면 각국의 언어가 보이니까 직접적인 체감이 더 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작품은 공개된 후 630만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톱10 비영어 TV 부문 1위(19일 기준)에 등극했다. 또한 총 72개 국가에서 10위 안에 들었으며 특히 한국 대만 인도네시아 홍콩 필리핀 등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아시아권에서 유독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

이에 지혜원은 "장르 특성상 외국에서 좋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1위까지 할 줄은 예상을 정말 못했다"며 "스코어로 증명이 됐을 때 기분이 정말 기쁘고 좋았다. 지난해의 촬영 기간을 보상받은 기분이었다"고 감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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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지혜원이 28일 오후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넷플릭스 '하이라키'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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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원은 극 중 주신고 퀸 정재이(노정의 분)를 누르고 자신이 퀸이 되고자 하는 윤헤라 역을 맡았다. 윤헤라는 사람도 물건도 가지고 싶은 건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질투의 화신이다. 유일하게 탐낼 수도 가질 수도 없는 김리안(김재원 분)의 여자친구 정재이에게 질투심과 열등감을 폭발시키며 극에 몰입감을 선사했다.

지혜원은 다른 출연진들과 마찬가지로 오디션을 통해 '하이라키'에 합류했다. 당시 대대적으로 열리고 있던 오디션에서 윤헤라의 대사를 받았고 누구보다 윤헤라가 되고 싶었던 지혜원은 연기뿐만 아니라 외적인 부분까지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로 오디션에 임했다.

"사실 대본으로 봤을 때 윤헤라라는 캐릭터를 한 마디로 정의하긴 힘들었어요. 때문에 오디션 보는 배우들도 다 다른 느낌으로 준비를 해왔을 거예요. 저도 마찬가지로 저만의 헤라를 분석해서 준비했고요. 감독님께서 느끼기에는 제가 준비한 모습이 헤라와 부합된다고 좋게 보신 것 같아요.(웃음)"

처음 '하이라키'의 시놉시스가 떴을 때 많은 사람들이 기시감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상류층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점, 장학생이 그들만의 세계로 들어가며 내용이 전개된다는 점이 '꽃보다 남자'나 '상속자들'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지혜원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촬영을 하며 '하이라키'만의 이야기와 감성을 느낀 뒤부터는 기시감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그는 "아무래도 소재 자체가 비슷하다 보니 당연히 앞선 작품들이 떠오르더라. 그러나 장르가 달랐고 내용 자체도 '하이라키'가 조금 더 무거운 면이 있었다. 관계성도 다르게 진행되다 보니 찍을수록 다르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확실히 스케일부터 다르긴 했다. '하이라키'는 카레이서, 미식축구, 리어리딩 등을 소재로 사용하며 한국보다는 해외 하이틴물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지혜원으로서는 현실적으로는 거리가 멀기도 한 배경들일 수도 있지만 지혜원으로서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하이라키'만의 세계관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었단다.

"학교를 다니면서 축구는 했어도 미식축구를 본 적은 없잖아요. 그래서 독특하다고 생각했죠.(웃음) 우리나라 일상에서 있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쉽게 접하긴 힘든 스포츠들이다 보니까 어떻게 보면 판타지적인 느낌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과연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라는 의문보다는 세계관이 존재하는 드라마라는 점이 와닿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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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지혜원이 넷플릭스 '하이라키'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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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키'는 지혜원부터 노정의 이채민 김재원 이원정까지 떠오르는 신예배우들로 라인업을 꾸렸다는 점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때문에 모두가 또래였던 현장이었다. 지혜원은 "또래만 오는 데서 오는 유연성과 편함이 확실히 있는 것 같다"며 "평소라면 많은 생각 끝에 안 하는 말이 있다면 반면 또래끼리는 어차피 우리끼리니까 의견을 나눌 때 조금 더 자유롭게 뱉을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특히 그중에서도 이원정과는 전작 '어쩌다 마주친, 그대' 이후 다시 한번 재회했고, 이번 작품에서는 차진 '케미'를 자랑했다. 특히 극 중 윤헤라와 이우진은 해외 팬들이 유독 애정하는 커플이기도 했다. 지혜원은 "전 작품에서는 한두 장면 정도 만나 지금처럼 친하진 않았다. 그러다 보니 서로 캐스팅 사실도 바로 알지 못했다. 뒤늦게 알게 됐는데 그 순간부터 내적 친밀감이 더 생겼다"며 웃어 보였다.

배우들과의 호흡을 이야기하던 중 지혜원은 개인적인 아쉬움을 고백하기도 했다. 출연진 중 맏언니였지만 리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지혜원은 "감독님께서 반장 역할을 부탁했었는데 역할을 다하진 못했던 것 같다. 오히려 원정이가 성향 자체가 '인싸'의 기질이 있다 보니 우리를 모으는 역할을 많이 해줬다. 정의도 성향은 그런 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모임을 만들기 위해 정말 노력해 줬다. 덕분에 고마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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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마주친, 그대'에 이어 '하이라키'까지 매번 다채로운 캐릭터를 보여준 배우 지혜원의 향후 활동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서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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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KBS2 드라마 '저스티스'로 데뷔한 지혜원은 '낭만닥터 김사부2' '사이코지만 괜찮아' '안나라수마나라' '어쩌다 마주친, 그대'까지 주로 장르적 특성이 강한 작품에 출연했다. 뿐만 아니라 극 중 맡은 캐릭터도 우울증 환자부터 빌런, 속내를 알 수 없는 악역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개성 강한 캐릭터를 연이어 해왔다는 건 어쩌면 지혜원이 가진 연기적 능력치를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반대로 배우로서는 조금은 일상적인 캐릭터에 대한 욕심도 날 법했다. 실제로 지혜원은 "그동안 너무 다이내믹한 캐릭터를 했었다. 오히려 일반적인 캐릭터를 해보지 못했다 보니 보통의 인물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장르도 로맨틱 코미디를 꼭 살려서 밝은 장르도 해보고 싶다. 다음 작품을 한다면 시청자들이 비교적 보기 쉬운 장르이면서 빌런보다는 조금 더 밝고 청량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바랐다.

윤헤라 역시 개성이 강한 캐릭터였다. 그리고 지혜원은 그런 헤라를 연기하며 오히려 많은 것을 내려놔야 했단다. 그렇기 때문에 '하이라키'는 지혜원에게 여러 의미로 기억될 예정이다.

"헤라는 저랑 정말 너무나도 반대인 인물이었어요. 절 내려놓고 바꾸지 않으면 이 캐릭터를 도저히 승화시킬 수 없었죠. 예를 들어 저는 항상 틀이 갖춰져 있는 사람인데 그 틀이 헤라를 연기하는 데 방해가 됐어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니 제 안의 여유로움을 찾을 수 있었고 이는 헤라가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덕분에 연기적으로 준비한 것 외에도 인간 지혜원 또한 여유를 갖게 됐어요. '하이라키'는 절 한 단계 성장시켜 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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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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