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KPGA 투어 비즈플레이·원더클럽 오픈에서 짜릿한 역전 우승을 거둔 허인회(가운데). 경기를 마친 뒤 아들 이수를 안고 아내 육은채(왼쪽)씨와 함께 기쁨을 나눴다. 허인회는 “골프는 장갑 벗을 때까지 모른다”고 했다. [사진 KPGA] |
‘필드의 풍운아’ 허인회(37)가 30일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비즈플레이·원더클럽 오픈에서 다시 한번 파란을 일으켰다. 프로 16년 차의 허인회는 5타 차의 열세를 뒤집고 연장 두 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역전 우승했다. 우승도 우승이지만, 역전승을 거두기까지 과정이 드라마틱했다. 우승 이튿날인 1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우승 소감과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골프는 장갑 벗을 때까지 모른다고 하잖아요. 진짜 그렇더군요. 이 평범한 격언이 주는 교훈을 새삼 다시 깨달았습니다.”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쾌활하기 짝이 없었다. 전날 22세의 신예 장유빈을 연장전 끝에 제압하고 역전 우승을 차지한 허인회는 “(정규 라운드) 경기가 끝난 뒤, 차 시동을 걸어놓은 상태였다. 저녁으로 뭘 먹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빨리 코스로 돌아오라’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돌아가 연장전을 준비했다”면서 “마음을 비운 상태여서 그런지 홀가분하게 승부를 즐겼다. 우승은 정말 기뻤지만, 팬들이 대회장을 많이 찾지 않았던 점은 유일하게 아쉬웠다”고 했다.
허인회는 이 대회 3라운드까지 11언더파 공동 9위를 달렸다. 16언더파 단독선두 장유빈과는 5타 차였다. 우승은 생각지도 않았고, ‘톱10에만 들자’는 마음으로 최종 라운드를 준비했다. 허인회는 “주위에선 5타 차라고 하는데 사실 타수 차는 더 컸다. 내가 3번 홀에서 보기를 하는 순간, 챔피언 조의 (장)유빈이가 1번 홀에서 버디를 잡더라. 그때는 7타 차였다. 속으로 ‘아, 유빈이가 우승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허인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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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회는 마지막 날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타를 줄여 합계 17언더파로 경기를 마쳤다. 그는 “경기를 끝내고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유빈이와 타수 차이가 있어서 퇴근하려고 했는데 KPGA에서 급하게 나를 찾더라. 급하게 연장전을 준비했는데 우승할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18번 홀(파5)에서 열린 1차 연장전. 허인회는 세컨드 샷 지점에서 페어웨이 우드가 아닌 ‘미니 드라이버’라는 생소한 클럽을 휘둘렀다. 자칫하면 그린 앞 해저드에 공을 빠뜨릴 수도 있었지만,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미니 드라이버로 샷을 했다. 그리고는 가볍게 워터 해저드를 넘겨 그린 앞에 공을 떨어뜨렸다. TV 중계를 하던 해설자는 “연장전에 미니 드라이버를 사용하다니 정말 놀랍다. 결과에 상관없이 이 시도를 리스펙(존경)한다”고 했다.
허인회는 “골프를 하면서 가끔은 3번 우드보다 더 멀리 보내고 싶을 때가 있었다. 드라이버보다 헤드가 조금 작은 미니 드라이버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내 클럽을 만들어주는 용품회사(캘러웨이)에는 없는 줄 알았다”면서 “그런데 얼마 전 후원사에서 미니 드라이버를 제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바로 주문해 이번 대회부터 처음 쓰기 시작했다. 마침 클럽72 하늘코스는 세컨드 샷 지점에서 거리를 많이 내야 하는 경우가 잦아서 정말 요긴하게 사용했다. 평소 쓰던 페어웨이 우드는 가져오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허인회는 거리를 많이 내기 위해 로프트 6도의 드라이버를 쓴다. 서른일곱의 나이에도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가 300.54야드(전체 23위)나 된다. 그래도 허인회는 “거리 욕심은 끝이 없다”면서 6도 로프트를 고집한다. 이날은 미니 드라이버라는 또 다른 무기를 들고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개성이 강한 허인회는 별명도 많다. 금발로 물들인 장발의 헤어스타일이 인상적이어서 ‘노랑머리’ 또는 ‘야생마’라고 불린다. 그런데 이날 우승한 뒤엔 진지하게 KPGA 투어 발전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허인회는 “2008년 데뷔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면 KPGA가 정말 많이 발전했다. 과거에는 총상금 3~5억원 짜리 작은 대회가 있었지만, 지금은 총상금이 최소 7억원이다. 다른 여건도 많이 좋아졌다”면서도 “코스 컨디션이 조금만 더 좋아진다면 멋진 장면이 자주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플라이어가 적게 나도록 페어웨이 잔디를 조금 더 짧게 다듬고, 백스핀이 많이 걸리도록 그린 경도를 낮추는 대신 그린 스피드를 바짝 올린다면 갤러리가 박수칠 만한 샷이 많이 나올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 허인회는 …
◦ 생년월일: 1987년 7월 24일
◦ 신장·체중: 1m80㎝·80㎏
◦ 출신교: 서라벌고-한국체대
◦ 프로 데뷔: 2008년
◦ 통산 우승: KPGA 투어 6승, JGTO 1승
◦ 평균 비거리: 300.54야드
◦ 클럽 스펙: 드라이버(로프트 6도·샤프트 40g X)
미니 드라이버(로프트 11도·샤프트 60g X)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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