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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종말의 바보’ 감독 “안은진 ‘슬의생’ 보고 꽂혀...유아인 분량 이야기에 충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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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민 감독이 ‘종말의 바보’ 공개 후 반응에 대해 답했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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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민 감독(52)이 넷플릭스 ‘종말의 바보’의 공개 후 쏟아진 혹평과 의문점에 대해 직접 밝혔다.

일본 작가 이사카 코타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종말의 바보’는 지구와 소행성 충돌까지 D-200, 눈앞에 닥친 종말에 아수라장이 된 세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함께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해 공개 예정이던 ‘종말의 바보’는 주연 배우 유아인의 마약 투약 혐의로 표류하다가 약 1년 만에 베일을 벗었다. 유아인의 분량을 조절, 최종 12회로 제작됐다. 지난달 26일 공개 후 넷플릭스가 지난 1일 발표한 글로벌 톱10 비영어 TV 부문 9위(4월 22일~28일 기준)를 기록했다. 많은 캐릭터와 시점을 오가는 전개 등으로 산만하고 몰입이 힘들다는 혹평을 얻고 있다.

김진민 감독은 약 1년 만에 공개된 소감을 묻자 “설마 설마 할 수 있을까 조마조마했는데 할 수 있게 돼서 다행이다. 넷플릭스가 고민 많았을 것”이라며 “좋은 결정을 해줘서 감사한 게 솔직한 마음이다. 많은 사람이 나왔고 많은 스태프가 고생했다. 다행히 공개할 수 있어서 한시름 놓았다. 작품을 하고 나면 모두 끙끙 앓는다.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처음에는 다들 언제 공개하는지 물어보다가 나중에는 물어보지 않더라. 그냥 공개하는 것에 감사한 마음인 것 같다. 배우들도 다른 일들을 하면서 기다림의 시간을 견뎠지만 그만큼 고생하기도 했다. 빨리 나왔으면 하는 간절함이 있었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공개 후 쏟아진 여러 혹평에 대해서도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김 감독은 “작품을 만들면서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원작은 옴니버스로 따로 이야기가 있다. 저희는 그들의 이야기를 섞어서 한 마을로 묶었다. 시점이나 이야기 풀어가는 방식이 마을 사람이 나오면서 펼쳐가서 복잡해 보일 수 있다는 생각했다. 기존 디스토피아와 다른 독특한 설정이다. 원작은 모든 지구가 망하는 건데, 저희는 한반도 일대와 일본 지역이 파괴 규모가 상당하다. 그래서 남은 사람이 탈출할 수 있는 걸 상정해서 기존 디스토피아와 설정이 다르다. 그래서 탈출을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이 있을 거다. 남은 사람은 어떨까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편하지만 이들이 버틸 수 있는 기본 요소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두가지 설정을 가져왔다. 안 그러면 모두 도망갈 거니까. 전화와 문자 정도는 되고, 생필품은 국가에서 겨우 보급하는 상태라는 설정이다. 남은 사람이 전쟁할지, 종말의 시간까지 어떻게 보낼지를 생각하다가 후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디스토피아에서 보지 못한 설정이라 낯설게 느껴질 가능성이 있었고 그 부분이 혼란스럽다는 것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킨, 과거와 현재를 오간 전개 시점에 대한 설정 이유도 밝혔다.

그는 “대본에 시간이 섞여 있고 혼재되어 있었다. 200일이 남은 시점에서 흘러가는데, 200일 앞에 어떤 일이 있는지 설명해야 하고 혼란 이후 사람들을 보여줘야 하니까. 과거를 순차적으로 보여줄지 모아서 보여줄지 생각하다가 현재 남아있는 시간에 강점을 두기 위해서 그랬다. 제 기억으로 편집을 20번 정도 바꿨다. 유아인의 문제가 아니었다. 편집해서 이 종말의 시간을 가장 이해도 높게 전달하려고 했다. 넷플릭스 관계자 등과 치열한 논의 끝에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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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바보’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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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OTT 작품 회차가 대부분 10부작을 넘지 않는 가운데, 12부작이란 다소 긴 호흡으로 제작된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감독은 “제가 처음에 합류할 때 10회였고, 이후 작가님이 남은 이야기가 있다고 해서 2회가 추가됐다. 뒤에 있는 이야기는 남은 시간에 대한 주인공 각자의 결론이 모이는 자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인물이 등장하니까 따라가면서 시청자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고민되긴 했다. 12회기도 하고, 인물과 사건이 역동적으로 흘러가지 않으면 재미있게 쫓아갈 수 없다. 많은 인물이 다 역동적일 수 없고 포인트가 되는 사건이 있고 사건 중요도 과정에서 이 버전이 나온 거다. 연출 입장에서 최대한 풀려고 했다. 그리고 이 혼란이 일어났을 때 누가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을까. 약자일 거다. 그 약자 중에서도 어린 아이들이라 생각해 포커스를 맞췄고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종말이라는 데드라인이 있다면 각 개인의 삶도 중요하지 않나. 그것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제가 욕심이 많았다. 자기 인생을 대하는 태도도 같이 담고 싶었다. 그 과정을 믹스하는 과정으로 이야기를 끌고 갔다. 저희는 누가 한 명의 영웅담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작품 속 캐릭터 중 나의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면 작품으로서 역할을 다했다”고 부연했다.

유아인의 분량에 대해서는 “이야기 구조 잡을 때 유아인이 주인공 남자친구라 극 중에서 큰 비중인 것은 맞다. 특정 부분을 고의적으로 빼거나 그런 건 많지 않다. 편집 과정에서 유아인이 두드러질 수 있느냐 아니냐인데 이야기에 충실할 수 있게 했다. 안은진과 김윤혜의 캐릭터가 이야기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유아인은 뒤로 갈수록 안은진 때문에 드러나서 피날레에 느낌을 주는 종말을 피할 수 있었으나 피하지 못하는 선택을 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편집을 고의적으로 하거나 많이 들어내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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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바보’ 김진민 감독은 안은진을 높이 평가했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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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김 감독은 ‘종말의 바보’를 이끈 배우 안은진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제작발표회에서도 안은진이 ‘원픽’이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안은진에 대해 “자기 학교 학생을 잃은 선생님 역할이다. 얼굴에 신뢰감이 있어야 있고 친숙함이 있어야 했다. 누가 있을까 하다가 안은진이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김대명을 기다리다가 혼자 케이크를 먹다가 모노드라마 같은 장면을 보고 혼자서 잘 노는구나 싶었고 자연스럽더라. 꾸밈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고 포텐셜이 있다고 생각해서 이 배우와 함께면 뭐든 할 수 있고 시청자들이 녹아들 수 있는 현실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꽂혔고 고민을 길게 하지 않았다. 교실 장면을 찍는데 확신이 들었다. 애들과 같이 있는 회상 신이었는데 이 친구와 하기를 잘했다는 만족감이 들었다”고 치켜세웠다.

동시에 안은진의 연인으로 유아인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첫번째 고민은 안은진이 연기를 편하게 할수 있는 사람이 누굴까 생각했고, 그러면서 임팩트가 있길 바랐다. 안은진 소속사에 유아인이 있었다. 유아인은 정성주 작가와 작품을 했고, 그게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정성주 작가 작품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며 “전화를 하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작품할 때 유아인 연기 태도를 들었고, 유아인이 안은진을 아끼는 후배로 생각하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안은진도 연기를 편하게 할 수 있게 해줄 것 같아 욕심을 부렸다. 거기서 호의적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경이의 파트너로, 안은진의 파트너로 좋을 것 같더라. 실제로 현장에서 안은진이 편하게 연기했고 많이 받아주고 도움을 준 것으로 안다. 그 당시에는 잘한 캐스팅이라고 생각했다. 연기는 말할 수 없을만큼 훌륭했다. 유아인 맡은 역할이 해석하기 어렵다. 그래서 큰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고 왜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연기를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는지 충분히 이해하는 순간이 많았다. 그 당시에는 좋은 선택이었고 잘해줘서 고맙다는 심정이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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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민 감독은 ‘종말의 바보’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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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결과는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드라마의 관점, 시청 형태가 빠르게 변하고 있어서 드라마 변해야 하는 것도 맞다. 제가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잘될 때만 좋게 받아들이고, 안 될 때는 못 받아들이면 비겁하다. 모두가 똑같은 고마운 반응이다. 이 작품이 어떤 부분에서 시청자와 호흡을 못했다면 만든 사람들, 특히 제가 많은 생각을 해서 어떤 부분을 놓친 건지 잘 점검해봐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보통 디스토피아물이라고 하면, 생존 가능성을 놓고 경쟁하지 않나. 이 작품이 그랬다면 저는 하고 싶지 않았을 거다. 반쯤은 디스토피아물이지만, 사람들에게 이런 상황이면 넌 어떻게 살 건지 질문하고 싶었다. 그 질문을 던지는, 좋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 연출하고 싶었다. 그런 걸 한번쯤 생각하는 작품이 되길 바랐다. 재미있다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런 시간이 됐다면 고마울 것”이라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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