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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가 저리 가라고 할 때까지"…문동주는 어쩌다 '류현진 껌딱지'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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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창원, 김민경 기자] "류현진 선배가 저리 가라고 할 때까지 열심히 따라다니겠습니다. 오늘도 열심히 따라다니겠습니다."

한화 이글스 차기 에이스 문동주(21)는 요즘 대선배 류현진(37) 옆에서 자주 목격된다. 훈련할 때, 경기 도중에, 또 본인 등판을 마친 뒤에도 어김없이 궁금증이 생기면 류현진을 찾아간다. 투구 과정에서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점이 있으면 류현진에게 피드백을 듣고 수정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한화가 지난 2월 류현진에게 무려 8년 170억원을 투자할 때 바랐던 그 효과가 서서히 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동주가 가장 류현진에게 받은 가장 큰 도움은 체인지업이다.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받았던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본인에게 직접 배웠다. 류현진은 자신의 체인지업 그립을 문동주에게 알려줬고, 문동주는 그대로 복사해 그립을 잡았다. 문동주가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직구, 커브, 슬라이더 외에 체인지업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던 상황이라 류현진의 도움은 더더욱 큰 힘이 됐다.

문동주는 16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 선발 등판했을 때 체인지업 장착 효과를 절실히 깨달았다. 5⅓이닝 7피안타(1피홈런) 2볼넷 6탈삼진 3실점(1자책점) 호투를 펼쳤다. 95구 가운데 직구(55개)를 가장 많이 던지면서 커브(26개)에 체인지업(14개)을 섞었다. 직구 최고 구속이 158㎞까지 나오는 강속구 투수이다 보니 체인지업 구속도 최고 141㎞에서 최저 135㎞로 형성됐다. 체인지업의 스트라이크/볼 비율은 딱 반반이었는데 '문동주도 체인지업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의의가 더 있었던 경기였다. 슬라이더는 단 하나도 던지지 않는 모험이 통하면서 자신감도 붙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문동주의 어제(16일) 공은 올 시즌 들어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인천 경기 때도 좋았는데, 나는 어제가 더 좋았다고 생각한다. 공 자체도 좋고 힘도 있었고, 체인지업의 완성도도 어제는 정말 좋았다. 서호철에게 맞은 홈런이야 뭐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전체적인 피칭은 올 시즌 들어서 제일 좋았다"고 엄지를 들었다.

문동주는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조금 오래 지난 홈경기 때 내가 공을 들고 (류현진에게) 찾아가서 체인지업을 물어봤다. 처음 한 3일 동안은 체인지업을 다 하늘에서 감아서 던졌는데, 조금 던지다 보니까 감이 생겼다. 어제(16일) 불펜 피칭을 하는데 체인지업 감이 엄청 좋았다. 경기 시작하기 전에 (최)재훈 선배님이랑 체인지업 비율을 많이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고, 그러면서 슬라이더는 조금 배제하고 직구, 커브, 체인지업을 사용한 게 좋은 효과가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체인지업이라는 구종을 지금 내가 막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단 체인지업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것이 긍정적이다. 그래도 어제 던졌다고 해서 자만할 게 아니라 조금 더 많이 활용하고, 볼이 되더라도 조금 많이 던져 보면서 완벽하게 내 것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류현진에게 배운 체인지업은 철저히 '영업비밀'로 부쳤다. 문동주는 "류현진 선배의 도움을 받아서 그립을 완전히 바꿨다. 비슷하게 잡은 것 같은데, 내가 도움을 받는 입장이라 어디까지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NC전 투구를 마친 뒤에도 당연히 문동주는 곧장 류현진에게 가서 피드백을 들었다. 문동주는 "일단 현진 선배님께서 잘했다고 해 주셨다. 내가 생각했을 때는 이런 점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를 드렸는데 현진 선배님은 '전혀 아니었다. 괜찮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네가 원하는 위치에 공을 던졌으면 괜찮은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3번 중에 2번 이겼으면 잘 던진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셔서 내려오자마자 조금 부정적이었던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이어 "6회 때 공이 괜찮아서 (내려올 때) 아쉬움이 있었는데, 현진 선배님께서 그렇게 이야기를 해 주시니까. 특히 현진 선배님이 그렇게 이야기를 해 주시니까 더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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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혁 한화 단장에게 받은 조언도 큰 도움이 됐다고. 문동주는 "단장님은 투구 폼에 대한 분석을 해 주셨다. 내가 최근 던지는 모습이 작년과는 조금 다른 점들이 있었나 보다. 그래서 단장님이랑 박승민 투수코치님께서 그 부분을 영상으로 보여 주면서 이야기를 했는데, 확실히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직구도 확실히 좋아졌고 변화구도 확실히 좋아졌다. 역시 투수 관련 책을 쓰신 분"이라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문동주는 올해 최고의 투구였다는 찬사에 만족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성적표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 문동주는 올 시즌 4경기에서 1승1패, 18⅔이닝, 평균자책점 6.27을 기록했다. 그는 "그 전이 너무 안 좋았으니까. 당연히 최고의 투구였고 사실 주변에서 우려가 되게 많았던 것 같은데 크게 신경 안 쓰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던 것 같다. 비시즌부터 준비를 잘해 왔고, 준비해 오던 게 있었기 때문에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주변에서 나를 믿고 있기 때문에 나 또한 나를 믿고 있었다"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가슴 철렁한 충돌 장면 뒷이야기도 들려줬다. 문동주는 1회 수비 과정에서 2루수 김태연과 충돌했다. 문동주가 투구한 뒤 비켜줘야 맞는 상황이었는데, 손아섭의 타구를 지켜보다 수비를 위해 앞으로 달려들던 김태연과 그대로 부딪혔다. 문동주는 잠시 그라운드에 누워 있었으나 부상은 없었고, 휴식을 취한 뒤 투구를 이어 갔다.

문동주는 "솔직히 경기 끝나고 영상을 많이 받았다. 조회수가 높아서 나도 재미있었다. 누워 있었는데 (김)태연이 형한테 조금 미안하더라. 처음 부딪혔을 때 나도 놀라서 별을 보기 직전이었다. 아프다기보다는 무방비 상태에서 부딪힌 거라 태연이 형한테 '조금만 더 누워 있겠다'고 했다. 바로 일어나면 혼자 넘어질 것 같아서 심판님들한테도 진짜 죄송한데 조금만 누워 있겠다고 시간 좀 달라고 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내가 원래 피했어야 하는데 내 머리 위로 공이 넘어가다 보니까 나도 공을 따라가다가 멈춰서 그 자리에서 보고 있었다. 태연이 형은 정상적인 플레이였고, 내가 피했어야 했는데 솔직히 부딪히는 건 생각도 못 했다. 태연이 형 덕분에 정신을 차렸고(웃음), 태연이 형이 미안하다고 했다. 짤(짧은 영상)이 많이 돌아다니던데 내 부딪힘으로 KBO 팬이 한 명이라도 더 늘었다면 만족한다. 요즘 그런 것(쇼츠 생산)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해 또 한번 웃음을 안겼다.

앞으로도 류현진을 보고, 또 직접 물으면서 배우려 노력하려 한다. 당장 효과를 봤기에 류현진이 귀찮아하지 않는 이상 계속 쫓아다닐 거라고.

문동주는 "현진 선배님은 야구 게임을 하는 것 같다. 원하는 위치에 다 던지시고, 진짜 마운드에서 타자의 그런 행동을 읽는 능력이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그것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정말 대단한 선배라는 생각이 괜히 드는 게 아니다. 지금도 열심히 따라다니고 있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따라다니면서 조금의 노하우라도 또 배우겠다. 저리 가라고 할 때까지 열심히 따라다니겠다. 오늘도 열심히 따라다니겠다"고 힘줘 말하며 해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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