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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이슈 손흥민으로 바라보는 축구세상

[카타르 현장]이런 완벽한 복수극이 있을까…주연-손흥민과 클린스만호 전원 조연-캥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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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알 와크라(카타르), 박대성 기자] 복수극을 만들라고 해도 이렇게 만들기는 어렵다. 캡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위한 120분 서사였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 와크라의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호주와 2023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을 치렀다. 손흥민은 늘 그렇듯 주장 완장을 차고 나서 선수들을 이끌었다.

2015년 호주 대회 호주와의 결승전에서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넣으며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던 손흥민이다. 하지만, 힘에 눌리며 아픈 패배와 준우승을 확인했다. 눈물을 펑펑 쏟았고 당시 호주 사령탑이었던 엔제 포스테코글루 현 토트넘 홋스퍼 감독의 위로를 받았다.

손흥민의 첫 아시안컵은 2011년 카타르 대회였다. 막내로 등장해 조별리그 인도전에서 데뷔골을 맛보며 이름을 알렸던 손흥민이다. 그렇지만, 한국은 4강에서 일본에 승부차기로 패하며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호주 대회 준우승이 그토록 아쉬웠던 이유다.

2019 UAE 대회는 합류 시점에 대한 고민과 논란을 안고 대표팀에 왔고 카타르와 8강에서 한 방을 얻어맞으며 0-1 패배, 역시 우승에 근접하지 못했다. 또, 눈물과 마주한 손흥민이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손흥민의 각오는 대단했다. 토트넘의 주장까지 겸직, 팬들은 빨리 돌아오기를 기대했지만, 태극마크의 책임감을 앞세워 팀을 끌고 올라왔다. 조별리그에서 어려운 경기를 했지만, 선수들에게 응원을 부탁한다는 메시지까지 내며 하나 된 팀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

페널티킥으로 두 골을 넣으며 만난 호주를 상대로 손흥민 역시 골이 필요했다. 그런 손흥민의 욕구를 알고 있던 호주 수비진은 중앙에 거대한 수비 대형을 구축해 드리블로 치고 들어와 감아 차기를 하려는 각을 아예 주지 않는 전략을 취했다.

도전하고 계속 도전한 손흥민이지만, 쉽지 않았다. 근접 수비에 볼이 잘리기 다반사였다. 답답한 순간에도 손흥민은 빨리 볼을 가지고 가서 다시 공격을 시도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할 수 있는 모든 움직임을 동원했다.

허공을 응시하는 손흥민은 동료들의 움직임을 계속 바라봤다. 작은 공간이라도 있다면 빠져들어 가고 패스하고 모든 힘을 쏟았다. 호주도 30분이 지나면서 조금씩 수비 뒷공간이 노출되고 있었기 때문에 정성을 쏟는다면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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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계속 흘렀고 뒤집기 어려운 40분으로 향했다. 답답해도 호주가 효과적으로 수비를 잘하니 딱히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계속 공간으로 들어가 파고 또 파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가장 마지막 기회는 44분이었다. 후방에서 볼이 배급됐고 엔드라인 근처에서 뒤로 연결했지만, 골키퍼의 손에 걸렸다. 추가시간 7분에서도 노력은 결과로 나오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의지의 손흥민은 결국 해냈다. 추가시간 페널티지역 왼쪽을 파고들다가 수비에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극적이었고 키커로 황희찬이 나서 골망을 흔들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역시 스타 중의 스타였다. 2011년 카타르 대회 8강 이란, 4강 일본전이 이어 13년 만의 2경기 연속 연장전이다.

연장전이 시작되고 호주 선수들은 손흥민을 더 견제했다. 파울을 불사했다. 고통이 컸지만,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연장 전반 14분 황희찬이 파울을 유도하면 얻어낸 프리킥 앞에 이강인과 함께 섰다. 이강인이 오른쪽으로 밀어주고 손흥민이 감아 차는 그림이나 직접 차는 방식이 예상됐다.

손흥민은 직접 프리킥을 선택했다. 장신 벽이 있었지만, 그대로 오른발 킥을 시도했고 벽 위로 넘겨 버렸다. 볼은 왼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토록 기대했던 손흥민의 골이었다. 포효한 손흥민 앞에 동료들이 모두 모여 좋아했다. 주장이 해결사로 나서며 선수들을 응집시킨 결과였다.

너무 늦은 시간에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지친 상황에서도 해결사를 해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연장 후반에도 손흥민은 그라운드 위에서 중심을 잡고 있었다. 전경기 풀타임 소화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아무 일이 없었다는 것처럼 뛰고 또 뛰었다. 슈팅 기회만 오면 바로 골대를 향해 도전했다. 연장 후반 8분 이강인의 역습 패스를 받아 슈팅하며 한국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결국 승부는 한국의 2-1 승리로 끝났다. 4강에 진출하며 요르단과 재회하게 됐다. 손흥민은 정말 완성도 높은 작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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