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던랩이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피트 다이 스타디움 코스에서 PGA 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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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골프(PGA) 투어에서 33년 만에 아마추어 챔피언이 나왔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총상금 840만달러) 대회 출전 선수 156명 중 유일한 아마추어였던 만 20세 닉 던랩(미국)이 쟁쟁한 프로들을 모두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미 앨라배마대 2학년에 재학 중인 던랩은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피트 다이 스타디움 코스(파72·7187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를 3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했다. 그는 전날 3라운드에서 12언더파 60타를 쳤는데, 2011년 패트릭 캔틀레이(32·미국)가 세운 역대 PGA 투어 아마추어 선수 한 라운드 최소타 타이기록이었다. 최종일 챔피언조에 속한 던랩은 5번홀(파5)에서 첫 버디를 잡았지만, 7번홀(파4) 티샷을 물에 빠뜨려 더블 보기로 주춤했다. 같은 조 샘 번스(28·미국) 등에게 선두 자리를 내줬다.
닉 던랩이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피트 다이 스타디움 코스에서 열린 PGA 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4라운드 18번 홀 그린에서 우승을 결정짓는 파 퍼트를 집어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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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던랩은 그대로 주저앉지 않고 8번홀(파5)과 14번홀(파4) 버디로 만회했다. 16번홀(파5) 버디를 잡아내면서 번스와 공동 선두로 다시 올라섰다. 우승 기회를 눈앞에 두고 긴장감을 이기지 못한 쪽은 아마추어가 아니라 오히려 프로 선수였다. 번스는 17번홀(파3)과 18번홀(파4) 연속으로 티샷을 물에 빠뜨리면서 두 홀 모두 더블보기로 내려앉았다. 반면 던랩은 17번홀 파를 기록했다. 18번홀에선 티샷이 오른쪽 러프로 벗어났고, 세컨드샷도 그린에 올리지 못하는 등 흔들렸으나, 마지막 1.8m 파 퍼트를 침착하게 집어넣어 연장전 없이 1타 차 우승(최종 합계 29언더파 259타)을 확정지었다.
던랩은 1991년 필 미켈슨(54·미국) 이후 33년 만에 PGA 투어에서 우승한 아마추어 선수가 됐다. PGA 투어 대회에서 아마추어 선수 우승은 1957년 이후로는 세 번째다. 아마추어 신분이기 때문에 우승 상금 151만2000달러(약 20억2200만원)는 2위 크리스티안 베주이덴하우트(30·남아공·28언더파)에게 돌아갔다. 우승 경쟁을 벌이던 번스는 공동 6위(25언더파)로 마쳤다.
이번 우승으로 던랩은 PGA 투어 회원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만 20세 29일인 던랩은 최근 90년간 PGA 투어에서 둘째로 나이 어린 우승자다. 키 191㎝인 그는 세계 아마추어 랭킹 3위에 올라 있다. US 아마추어와 US 주니어 아마추어 두 대회를 모두 우승한 선수는 던랩과 타이거 우즈(49·미국)뿐이다.
어린 시절 던랩의 집은 앨라배마주 그레이스톤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 인근에 있었다고 한다. 던랩은 그 골프장을 놀이터처럼 여겼고, 매일 자전거를 타고 와서 온종일 공을 치고 코스가 문 닫을 때가 되어서야 돌아갔다. 주니어 시절 이미 골프장 성인 회원들을 계속 이겨 성인 회원들이 불평을 늘어놓았고, 같은 골프장에서 연습하는 PGA 투어 프로들에게도 돈을 땄다고 한다. 만 12세 때는 지역 대회에서 59타를 치며 13타 차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만 15세 때는 PGA 2부 투어 캐디로 가끔 나섰는데, 더위 속에 골프백을 메고도 경기가 끝나면 헬스장까지 달려가 운동을 하고 돌아왔다. 어려서부터 그를 지켜봐온 지인들은 야구와 풋볼에도 재능을 보였을 만큼 운동 능력과 투지가 남달랐다고 전한다. 그의 멘털 코치인 브렛 매카베 박사는 “압박감을 받는 순간에 강한 승부욕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김시우(29)와 임성재(26), 이경훈(33)이 나란히 공동 25위(19언더파)를 기록했다.
[최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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