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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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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의 쿠데타’…순진하게 당한 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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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 영입 등 위기 몰렸던 LIV

남자 골프 ‘빅3’ 존 람 영입 성공

합병 협상 과정서 ‘주도권’ 잡아

저스틴 로즈는 ‘이적 러시’ 우려

경향신문

“LIV의 쿠데타이고, PGA에는 큰 손실이다.”(저스틴 로즈)

지난 8일 공식발표된 존 람(스페인)의 LIV골프 이적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핵폭탄급 충격을 안겨주었다. LIV골프 운영 주체인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PGA 투어가 이달 말까지 시한을 못 박고 통합 협상을 벌이던 터에 나온 슈퍼스타의 이적이라 파장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2016 리우 올림픽 남자골프 금메달리스트이자 PGA 투어 통산 11승의 베테랑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는 “LIV골프에는 쿠데타와 같은 일”이라면서 다른 선수들의 이적 러시를 우려했다.

그는 “PIF와 협상이 진행 중인데 왜 람이 LIV로 갔을까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지만, 협상은 기대만큼 진전되지 않은 것 같다”며 협상이 지연되거나 결렬돼 이전의 혼돈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걱정했다.

USA투데이 골프위크는 ‘빅3’의 한 명인 람을 확보함으로써 LIV골프가 합병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게 됐다고 내다봤다.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도 스폰서 영입 및 TV 중계권 협상 부진, 세계랭킹 진입 불발 등으로 궁지에 몰렸던 LIV골프가 지난해 6월 출범 이후 최고 빅딜을 성사시켜 협상이 깨지더라도 지탱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는 것이다.

골프위크는 “6개월 전 PGA 투어가 PIF와 합병 계획을 발표할 당시 합의문에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서로의 선수를 스카우트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마련했으나 법무부의 반독점법 위반 우려로 삭제됐다”며 “PGA 투어는 양측이 신의를 바탕으로 협상하는 만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으나 결과는 어떻게 됐나”라고 반문했다. PGA가 순진하게 방심만 하고 있다가 초대형 카운터 펀치를 맞았다는 의미였다.

LIV의 공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람에 이어 세계 21위 토니 피나우(미국)가 다음 영입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그는 10일 남녀 혼성대회 그랜드 손턴 인비테이셔널 경기 중 “지금으로선 아무것도 말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로즈가 우려하는 선수 연쇄 이탈이 발생할 경우 PGA 투어는 협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양측의 협상에서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돈이 될 것이다. 지난해 US오픈 당시 “내게 지금 갑자기 4억달러가 생긴다고 해도 인생은 달라지지 않는다. 돈을 위해 골프 하는 게 아니고, 세계 최고들과 겨루기 위해 PGA에서 뛰겠다”던 람은 지난 8일 “가족을 위한 선택”이라며 돈 앞에 무너졌다.

람의 LIV골프 스카우트 비용으로 알려진 3억~5억5000만달러는 올 시즌 PGA 투어 총상금 4억6000만달러와 엇비슷한 금액이다.

지난해 출범 이후 20억달러 이상을 ‘밑 빠진 독’ LIV골프에 쏟아부은 PIF는 PGA 투어와 합병 조건으로 10억~20억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전에 관한 한 PIF는 여전히 막강하고, PGA 투어는 대응할 카드가 제한적이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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