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27 (토)

[SPO 현장] 홍명보 감독은 '17년 동안 못 했던' 일을 두 번이나 해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티비뉴스=울산, 박대성 기자] 울산 현대엔 홍명보 감독 부임 전과 후로 나뉜다. 숱한 감독을 선임하며 K리그 금빛 트로피를 향해 달렸지만 결과는 준우승이었다. '준산'이라던 비아냥 속에 홍명보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겼는데 17년 만에 한을 풀더니 조기 우승으로 2연패를 해냈다.

울산은 3일 홈 구장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렸던 '2023 하나원큐 K리그1' 최종전에 전북 현대를 초대했다. 지난 10월 대구FC전 승리로 잔여 경기에 관계없이 우승을 확정했지만, 안방에서 라이벌을 제압하고 성공적인 대관식을 하길 원했다.

패배해도 우승에 지장이 없었지만, 울산은 어느 때보다 집중했다. 대신 부담이 없기에 여유롭게 볼을 돌리며 전북 압박을 벗겨냈다. 설영우는 왼쪽에서 과감하게 전진했고 미드필더와 박스 안으로 볼을 뿌리며 물오른 존재감을 보였다.

반면 전북은 쉽게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백승호가 미드필더 삼각 편대 중심에서 키를 잡았지만 특별한 공격 옵션이 보이지 않았다. 이동준이 스피드를 살려 측면 공간을 파고 들어도 다음 스텝이 불분명했다.

울산은 전반전 설영우의 과감한 한 방을 결승골로 지켜내며 안방에서 우승을 자축했다. 문수경기장에 모인 2만 8638명 관중은 더 열띤 환호성으로 선수들을 즐겁게 했다.

울산은 2005년 리그 정상을 밟은 뒤 금빛 트로피와 인연이 없었다. 김호곤 감독과 김도훈 감독 시절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트로피를 품에 안았지만 리그 우승은 지독히도 따라오지 않았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21년 홍명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을 때, 물음표와 희망이 반반 섞였다. 부임 첫 해엔 전북 현대에 트로피를 내주면서 '준산 징크스'를 이어갔지만, 두 번째 해부터 단점을 하나씩 고쳐갔다. 중요한 순간에 무너지지 않은 단단한 팀이 돼 2022년 17년 만에 숙원의 한을 풀어냈다.

올해엔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두 번째 도전이었다. 홍명보 감독 로드맵엔 조기 우승이 있었다. 파이널 라운드에 진입해 두 경기 만에 우승 레이스를 끝내려는 생각이었다. 계획은 적중했고 일찍이 우승 향방을 결정하면서 최종전을 축제 분위기로 만들었다.

홍명보 감독은 17년 동안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냈다. 전북전이 끝난 후 인터뷰에서 "그동안 중요한 경기에서 미끄러진 팀이 이기는 팀으로 성장했다. 17년 동안 못 했던 일이 2년 안에 일어난 건 엄청난 일"이라며 만족했다.

힘든 순간도 잘 이겨냈다. 여름 기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종차별 논란이 터지면서 한 차례 홍역을 겪었다. 팀 분위기를 추스리는 게 급선무였는데, 홍명보 감독을 중심으로 흩어지지 않았고 여러차례 위기를 이겨내며 정상에 올랐다.

'준산'에서 '우승팀'이 되면서 관중도 급격하게 늘었다. 한때 전북과 라이벌 매치를 제외하곤 텅 비었던 문수구장은 어느새 2만 관중이 가득한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문수구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여성 팬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대표팀급 홈 구장 열기는 우연이 아니었다. "먼저 축구가 재밌어야 한다"라는 홍명보 감독 철학과 두 시즌 연속 우승이 합쳐진 결과물. "재밌는 경기, 좋은 결과라는 서비스 없이 팬들에게 경기장에 오라는 건 상당히 어렵다"는 말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화려한 대관식으로 2023시즌을 끝냈지만, 울산은 멈추지 않는다. 당장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일정이 있기에 기쁨을 잠시 접어둘 참이다. 챔피언스리그 일정이 끝나는대로 본격적인 2024 구상에 들어갈 울산이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