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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연재] 스포츠서울 '문상열의 부시리그'

유틸리티맨에서 GM까지, 이종열 스토리[문상열의 부시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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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전 LG 유틸리티맨에서 삼성 라이온즈 프런트맨으로 간부직에 오른 이종열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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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2000년대 중반 미국의 한 유력 일간지는 선수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조사 항목은 메이저리그급의 자질을 갖추지 않았으나 메이저리거로 활동하는 선수였다.

1위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데이비드 엑스타인, 2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크레이그 카운실이었다. 두 선수의 포지션은 나란히 유격수다. 카운실은 현재 밀워키 브루어스 감독이다.

당시 MLB 유격수는 칼 립켄 주니어 이후 대형화돼 있었다. 시애틀 매리너스 알렉스 로드리게스, 보스턴 레드삭스 노마 가르시아파라, 뉴욕 양키스 데릭 지터, 오클랜드 에이스 미겔 테하다 등 공수에 홈런까지 칠 수 있는 대형 유격수였다. 그 흐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엑스타인과 카운실은 올드 스쿨 타입의 수비형 유격수다. 특히 엑스타인은 유격수로 어깨도 약했다. 엑스타인은 10년 동안 통산 35개의 홈런을 쳤다. 카운실은 16년 동안 42개를 쳤다. 엑스타인은 2006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때 MVP를 수상했다. 두 선수의 공통점은 성실과 명석하다는 점이다.

최근 삼성 라이온즈 단장으로 취임한 선수 이종열(51)도 프로 선수로서 뛰어난 재능은 없었다. 하지만 KBO리그 LG 트윈스에서 18년(1991~2009년) 활동했다. 통산 홈런 52개다.

LG 시절 선수 이종열을 취재한 기자로서 느끼는 게 있다. 사람(선수)은 실력도 중요하지만 인연과 운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선수 이종열이 이광환이라는 선진 야구를 습득한 감독과 만나지 않았다면 KBO리그에서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었을까.

활동이 가능한 이유는 유틸리티맨이었기 때문이었다. 요즘이야 메이저리그를 익숙하게 알게 되니, 유틸리티맨이의 중요성을 파악했지만, 당시는 매우 생소했다. 유격수는 유격수고, 3루수는 3루수다. 그런 상황에서 이종열은 KBO리그의 최초이자 본격적인 유틸리티맨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이광환 전 감독은 1980년대 후반 일본과 미국의 명문 구단에서 선진 야구를 습득한 최초의 야구인이다.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언스, 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 마이너리그가 아닌 메이저리그를 경험했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놓쳤던 1987년 세인트루이스에서는 원정을 함께 다녔고 덕아웃에서도 있었다. 파격적인 대우였다. OB 베어스의 힘이 컸다. 세인트루이스 구단은 당시 안와이저 부시 주류 회사 소유였다. OB는 바로 유명한 OB 맥주.

이 전 감독은 명장 화이트 허조그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국내에 돌아와 실천한 게, 마무리 투수의 1이닝 피칭, 불펜을 분업화한 스타시스템 등 많다. 자율야구가 너무 앞서가 언론에 비판도 받았으나 그가 초창기 KBO리그에 뿌린 씨앗은 엄청나다.

카디널스에서 눈여겨봤던 게 바로 내야 유틸리티맨이었다. 카디널스에서는 푸에로트토리코 출신의 슈퍼 유틸리티맨이 있었다. 호세 오퀜도(60)다. 투·포수를 포함해 전 포지션을 맡았다. MLB 전체 12년 가운데 카디널스에서 10년 뛰고 나중에 코치까지 역임했다. 카디널스맨이다. MLB의 유틸리티맨 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이름이 오퀜도다.

이 전 감독은 1991년 LG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장충고를 졸업한 이종열을 유틸리티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종열은 강한 어깨의 소유자도, 풋워크가 뛰어나지도, 그렇다고 타격이 좋은 내야수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 전 감독이 봤을 때는 유틸리티맨으로 적합한 선수였다. 나중에 스위치히터로 변신한 것도 결국은 공격의 중요성 때문이었다.

1991년 장충고를 졸업한 유틸리티맨이 32년이 지나 KBO리그의 단장직에 올랐다. 이 전 감독도 이종열 단장 취임에 박수를 보냈을 것으로 믿는다.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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