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솔과 전준표가 마운드에 오르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서울고 유정민 감독의 배려였다.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 계약을 체결한 이찬솔은 봉황대기 대회에서 서울고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으로 공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보스턴 구단 측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한 결과 팔꿈치 상태가 100%는 아니다. 투구를 하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라는 뜻을 유 감독에게 전달했다. 유 감독은 “보스턴 구단의 말을 듣고 (이)찬솔이를 내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선수 건강이 나에게는 최우선”이라고 전했다.
서울고 투수 전준표가 2라운드 이내 상위 지명을 노릴 전망이다. 사진=김근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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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표도 이두근 부위에 살짝 불편한 증세가 있어 봉황대기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전준표는 “큰 부상은 아니라 참고 던지면 마운드에 올라갈 수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공을 던지지 말자고 말씀해주셨다”라고 말했다.
유 감독은 “우리 팀 입장에선 에이스 투수 두 명이 빠지면 대회 마운드 운영이 쉽지 않다. 투수 소모가 큰 전국대회 성적이 좋을 수가 없지 않겠나. (전)준표에게도 진통제 먹고 던지자고 말할 수 있지만, 그래도 나는 전국대회 성적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게 팀 성적보다 중요한 건 제자들이 건강하게 프로 무대에 가서 자기 기량을 100% 발휘하도록 관리해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2015년 서울고에 부임한 유 감독은 오랜 기간 서울고 야구부를 지휘하면서 강백호(KT), 정우영(LG), 이재원(LG), 안재석(두산), 이병헌(두산), 이재현(삼성), 김서현(한화) 등 많은 프로 진출 선수를 배출했다. 여전히 규정을 교묘하게 피한 ‘혹사’가 잔재한 고교야구 판에서도 유 감독은 ‘자율야구’와 ‘관리야구’를 대표하는 아마추어 지도자로 손꼽힌다.
“아마추어 지도자로서 우리 아이들을 잘 자라게 하는 게 팀 성적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기전 토너먼트로 열리는 전국대회 몇 경기에 ‘올인’하려고 하다 보면 결국 학생선수들을 무리하게 기용할 수밖에 없어요. 학생선수들이 꽃을 피워야 할 곳은 고등학교가 아니라 프로팀이니까요. 저도 아파서 야구를 관뒀기에 더 그런 면을 신경 써주려고 합니다. 선수들이 프로 무대에 가서 더 좋아질 여백을 남기는 지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유 감독의 지론이다.
유 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치적으로 남는 전국대회 우승이 아니라 제자들의 진로와 프로 무대에서 성장이다. 최근 3년 동안 서울고는 많은 KBO리그 신인 지명 선수를 배출했다.
2021년 신인 드래프트 안재석(두산) 송호정(한화) 조건희(LG) 최우인(롯데) 김재중(NC) 문승진(한화)
2022년 신인 드래프트 이병헌(두산) 이재현(삼성) 조세진(롯데) 주승빈(키움) 문정빈(LG)
2023년 신인 드래프트 김서현(한화) 이준서(LG) 김도월(KIA)
수준급 유격수 자원으로 평가받는 서울고 내야수 여동건. 사진=김근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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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틀 앞으로 다가온 202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서울고는 최소 4명 이상의 지명 선수 배출을 기대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선수는 1~2라운드 지명권으로 평가받는 투수 전준표다. 전준표는 올해 공식대회 14경기(46.2이닝)에 등판해 3승 2패 평균자책 2.87 46탈삼진 23사사구 WHIP 1.02를 기록했다.올해 최고 150km/h를 찍은 속구 구위와 제구력이 뛰어나단 평가와 더불어 향후 선발 자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현장의 시선이다.
유 감독은 “(전)준표는 속구 구위와 제구가 매우 뛰어난 스타일이다. 프로 무대로 간다면 불펜보다는 장기적인 육성 계획 아래 선발 자원으로 추천할 만한 인재다. 결국, 변화구 향상이 관건이다. 주무기인 슬라이더 구속과 움직임을 더 끌어 올린다면 프로 무대에서 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음 후보는 2라운드 이상 상위 내야수 지명권으로 평가받는 여동건이다. 여동건은 올해 공식경기 18경기에 출전해 타율 0.385/ 25안타/ 3홈런/ 17타점/ 12도루/ 출루율 0.494/ 장타율 0.662로 인상적인 기록을 남겼다. 여동건은 유격수 수비가 가능한 내야 자원으로 최근 청소년 야구대표팀에도 발탁돼 활약했다.
유 감독은 “최근 (여)동건이가 갑자기 몸값이 많이 올랐더라(웃음). 신장(173cm)이 다소 작긴 한데 운동 능력과 그라운드 위에서 움직임이 기민한 선수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수비보다 타격이 더 돋보이는 스타일이다. 기본적으로 송구 능력도 좋아서 프로에서도 유격수, 3루수를 다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수비에선 침착성을 더 길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외야수 소한빈(올해 공식대회 21경기 타율 0.309 25안타 4홈런 18타점 6도루 출루율 0.409 장타율 0.543)과 투수 장준영(올해 공식대회 17경기 등판 4승 2패 평균자책 2.36 40탈삼진 WHIP 1.17), 투수 어윤성(올해 공식대회 17경기 등판 5승 1패 평균자책 1.91 49탈삼진 WHIP 1.04) 지명권으로 꼽히는 서울고 선수들이다.
유 감독은 “(소)한빈이와 (장)준영이도 충분히 지명 경쟁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또 사이드암 투수인 (어)윤성이도 주목해주셨으면 좋겠다. 올해 다소 주춤했지만, 외야수 자원인 (이)준서 역시 잠재력이 풍부한 선수라 그런 부분을 잘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해도 제자들이 최대한 많이 프로로 진출해 건강하게 성장했으면 좋겠다”이라고 전했다.
자율 야구와 관리 야구의 대표적인 아마추어 지도자로 평가받는 서울고 유정민 감독. 사진=김근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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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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