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루비알레스 전 스페인축구협회(RFEF) 회장.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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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강제 키스’로 성추행 혐의를 받고 전 사회적인 저항에 직면했던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RFEF)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사건 발생 3주 만이다.
루비알레스 전 회장은 10일(현지시각) 자신의 엑스(전 트위터) 계정에 성명을 올려 사퇴할 뜻을 밝혔다. 그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갑작스러운 자격 정지 조치와 앞으로 닥쳐올 일들을 고려할 때, 본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 분명해졌다. 어떻게든 희망을 가지고 버티는 일은 축구협회나 스페인 축구계에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사임 배경을 전했다.
그는 지난달 20일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결승전 시상식에서 대표팀 선수 헤니페르 에르모소(파추카)를 끌어안고 입을 맞췄다. 이 장면이 전세계에 생중계되면서 동의 없는 입맞춤에 대한 성폭력 파문을 일으켰다. 당사자 에르모소와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국가대표 보이콧을 불사했고, 정치인과 시민사회, 스페인 프로축구구단과 선수들 할 것 없이 반발이 거셌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다 하루 만에 사과문을 발표했던 루비알레스 회장은 지난달 25일 입장을 바꿔 “저는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문장을 다섯 차례 반복하는 연설로 강경한 투쟁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키스 전 사전 동의가 있었고, 자신이 ‘가짜 페미니즘 세력’에 의해 박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튿날 피파는 그의 국제축구계에서 활동 자격을 잠정 정지했다.
끝내 사퇴를 결정하면서도 그는 엑스에 “저는 제 명예를 지킬 것이고, 제 결백을 지킬 것이다. 저는 미래를 믿고, 진실을 믿는다”라고 적었다. 그는 “(결국) 권력이 저의 복귀를 막을 것이고 스페인 축구가 이처럼 편파적인 운동에 해를 입지 않기를 바란다”라며 자신과 가족이 겪은 수많은 거짓말과 박해에도 실제 거리에서는 점점 진실의 편이 득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페인 시민들이 지난 4일(현지시각) 프세인 바르셀로나에 모여 루비알레스 전 회장을 규탄하고 에르모소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잇다. 바르셀로나/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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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알레스가 사퇴하기 나흘 전인 지난 6일 에르모소가 스페인 검찰에 정식으로 고소장을 제출하고, 8일 검찰이 고등법원에 소장을 넘기면서 압박은 더 거세졌다. 빅토르 프랑코스 스페인 체육부 장관은 현지 라디오 방송에서 “(루비알레스) 전 스페인축구협회장은 그가 해야 할 일을 했다. 사실상 전 스페인 사회가 그에게 요구했던 일(사퇴)이었다”라고 말했다.
루비알레스 사건은 스페인 대표팀의 역사상 첫 여자월드컵 우승 기쁨을 퇴색했으나 스페인 축구계와 사회에 만연했던 남성 중심 문화의 병폐를 환기하고 성평등 운동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이린 몬테로 스페인 평등부 장관대행은 최근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일상화된 ‘저강도 성폭력’에 대해 페미니스트나 여성 뿐 아니라 남성들도 ‘이젠 끝이다’라고 외치고 있다고 평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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