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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통산 7번째 쿠어스필드 등판이었다. 다저스 시절 쿠어스필드는 류현진에게 높은 벽이었다. 직전 쿠어스필드 등판에서 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통산 성적은 1승4패 평균자책점 7.09에 불과했다.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악명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콜로라도를 상대한 건 약 4년 만이다. 2019년 9월 23일이 마지막 맞대결이었다. 같은 해 8월 1일에 쿠어스필드에서 콜로라도를 만난 바 있다. 4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류현진은 팀을 옮겼고, 콜로라도 역시 선수 구성이 많이 바뀌었다. 류현진을 괴롭혔던 놀란 아레나도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이적한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어스필드는 항상 부담스럽다. 해발 1600m에 위치한 이 곳은 호흡을 유지하는 것부터 힘들다. 타구 비거리가 약 10% 정도 늘어나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 여기에 투수가 던진 공이 더 빨리 포수에게로 향하기 때문에 움직임을 형성하는 시간도 단축된다. '더 느리고, 더 낮은' 피칭에 주력하는 류현진에게 불리한 환경이다.
류현진은 첫 6타자를 완벽하게 막았다. 그러나 3회 말에 위기가 찾아왔다. 초반 상태가 좋았던 커터가 놀란 존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안타).
다음 타자 엘레우리스 몬테로는 한 방을 의식했다. 연속으로 체인지업 승부를 가져가면서 타이밍을 흔들었다. 그런데 4구 체인지업이 더 떨어지지 않고 스트라이크 존에 머물렀다. 쿠어스필드의 영향으로 밋밋해진 체인지업은 몬테로의 스윙을 피하지 못했다. 이미 체인지업을 지켜봤던 몬테로는 힘차게 휘둘러 돌아오지 않는 타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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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종 분포
포심 - 37구
커터 - 17구
커브 - 12구
체인지업 - 10구
*포심 구속 평균 87.9마일 (최고 90.1마일)
복귀 후 류현진은 느림의 미학을 보여줬다. 아직 포심 구속이 회복되지 않으면서 70마일 후반대 체인지업과 60마일 후반대 커브로 완급 조절을 했다. 그런데 쿠어스필드는 앞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공들의 가치가 조금 떨어진다. 그래서 이날은 포심과 커터에 더 의존했다. 포심 커터가 전체 레퍼토리의 71%를 차지했다.
커브와 체인지업이 돋보이는 순간도 있었다. 비록 체인지업 피홈런이 있었지만, 두 구종은 이날 도합 11번의 스윙에서 헛스윙 6번을 이끌었다. 특히 커브는 3회 2사 2,3루에서 맥맨의 헛스윙을 유인해 이닝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책임졌다(67.1마일). 커브 비중을 낮춘 경기에서도 커브가 건재함을 잃지 않은 점은, 남은 등판 커브의 기대치를 높이는 부분이다.
구속이 떨어진 포심은 타자를 힘으로 누를 수 있는 공이 아니다. 허를 찌르는 타이밍, 그리고 정교한 제구를 바탕으로 정타를 피해야 한다. 이 목적은 커터도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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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 이닝 투수 최저 평균 타구 속도
87.0마일 - 블레이크 스넬
86.7마일 - 코빈 번스
86.6마일 - 잭 윌러
86.4마일 - 오타니 쇼헤이
85.0마일 - 카일 헨드릭스
류현진이 가진 또 다른 장점은 '유연함'이다. 지금까지 해 나간 방식을 반드시 고수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최상의 조합을 찾는 투수가 바로 류현진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특별한 투수로 평가받는 이유다.
만약 이날 류현진이 평소대로 체인지업과 커브에 중점을 뒀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쿠어스필드의 특성을 파악하고 있었고, 그에 맞는 전략을 들고 나온 것이 적중했다. 그래서 과정은 달랐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쿠어스필드에서도 류현진은, 류현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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