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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14개월 만에…류현진은 각본을 다시 쓰고 있다" FA 돈복, 기막힌 부활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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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 /토론토 블루제이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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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이상학 기자] 돈복을 타고난 것일까. FA를 앞두고 돌아온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부활 타이밍이 기가 막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극복한 류현진 스스로가 만든 복이다.

류현진은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5이닝 동안 83개 공을 던지며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 2실점(무자책) 호투로 토론토의 10-3 완승을 이끌었다.

지난 14일 시카고 컵스전(5이닝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 무자책)에서 444일 만에 승리투수가 된 데 이어 연승에도 성공했다. 시즌 4경기 만에 2승째를 거둔 류현진은 평균자책점도 2.57에서 1.89로 낮췄다. 부상 복귀전이었던 지난 볼티모어 오리올스전 3회부터 17이닝 연속 비자책점 행진이다.

느리게, 더 느리게…야구 도사 같은 투구, 100마일 파이어볼러에 한 수 가르쳤다
이날 신시내티전에서 류현진은 ‘야구 도사’ 같은 투구를 선보였다. 포심 패스트볼 구속이 최고 89.6마일(144.2km), 평균 87.4마일(140.7km)에 그쳤지만 포심(38개) 중심으로 체인지업(16개), 커브(16개), 커터(11개) 등 4가지 구종을 고르게 썼다. 최저 65.5마일(105.4km) 슬로 커브까지 마음껏 구사하며 ‘느리고 더 느린 공으로’ 완급 조절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부상 복귀 후 가장 많은 7개의 삼진을 잡았는데 그 중 4개가 루킹 삼진으로 허를 찌른 볼 배합과 칼같은 제구가 빛났다. 4회 우타자 노엘비 마르테에게 2~3구 커터와 포심을 몸쪽 낮은 코스로 연이어 꽂아 넣어 루킹 삼진 처리했다. 기계처럼 한 치의 오차 없이 같은 코스로 정확하게 들어왔다. 치기 어려운 코스인데 다른 공이 들어오니 타자로선 꼼짝 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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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노엘비 마르테를 3구 삼진 처리한 류현진. 2~3구째 공의 코스가 거의 겹친다. /MLB.com 게임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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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T.J. 홉킨스 상대로 던진 류현진의 7구째 몸쪽 포심 패스트볼이 존을 살짝 벗어났지만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MLB.com 게임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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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T.J. 홉킨스 상대로는 풀카운트에서 7구째 89.5마일(144.0km) 포심 패스트볼을 몸쪽 깊게 던졌지만 존을 살짝 벗어났다. 그러나 홉킨스는 스스로 루킹 삼진이라고 생각했는지 주심 콜이 떨어지기도 전에 덕아웃으로 향했다. 제구가 워낙 좋은 투수이다 보니 타자마저 스트라이크라고 착각하게 만들었다. 5회 마지막 타자 엘리 데 라 크루즈는 류현진의 2구째 바깥쪽 높은 88.2마일(141.9km) 포심 패스트볼에 배트가 헛돌더니 3구째 가운데 낮게 들어온 66.8마일(107.5km) 커브에 얼어붙어 루킹 삼진.

반면 이날 신시내티 선발로 나선 우완 파이어볼러 헌터 그린은 오른쪽 고관절 부상을 딛고 지난 6월18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 이후 두 달 만에 복귀전을 가졌지만 3이닝 10피안타(5피홈런) 3볼넷 4탈삼진 9실점(8자책)으로 난타를 당해 류현진과 대조를 이뤘다. 시즌 5패(2승)째를 당하며 평균자책점이 3.93에서 4.72로 치솟았다.

이날 그린은 최고 100.3마일(161.4km), 평균 98.4마일(158.4km) 포심 패스트볼을 뿌렸지만 타자들이 치기 좋은 코스로 노림수가 읽혀 뭇매를 맞았다. 포심(51개), 슬라이더(32개), 체인지업(7개)으로 사실상 투피치의 단조로운 구종에 전부 빠른 공이다 보니 타자들의 눈에 익었다. 구속 혁명 시대에도 투수의 최고 덕목은 커맨드와 타자 타이밍 빼앗기라는 것이 증명된 상징적인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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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신시내티 레즈 헌터 그린.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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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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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 존 수술 14개월 만에…각본을 다시 쓰고 있다” 토론토 매체 극찬
이날 경기 후 캐나다 매체 ‘토론토 스타’는 ‘류현진 활약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 6월 토미 존 수술 이후 4번째 등판을 한 36세 류현진은 최근 3경기 14이닝 연속 자책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토미 존 수술 후 투수가 빅리그로 복귀하는 데 보통 12개월에서 18개월 걸리기 때문에 지금 건강한 류현진의 모습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놀라운 것은 류현진이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느냐는 것이다’고 조명했다.

이어 ‘투수가 부상 이전 커맨드와 컨트롤을 회복하는 데에는 18개월에서 24개월이 걸린다. 베테랑에겐 밥줄과 같은 것이다. 타자를 힘으로 압도한 투수인 적 없는 류현진은 이날 패스트볼 구속이 90마일(144.8km)을 넘지 않았고, 평균 87.4마일(140.7km)이었지만 교묘한 속임수로 지나갔다. 타자 허를 찌르는 훌륭한 볼 배합으로 밸런스를 무너뜨렸고,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무기를 스트라이크로 던졌다’며 ‘토미 존 수술한 투수가 14개월 만에 할 수 있는 투구가 아니다. 하지만 류현진은 각본을 다시 쓰고 있다’며 일반적인 통념을 깬 그의 기량 회복력을 한껏 치켜세웠다.

‘MLB.com’도 ‘류현진의 최고 모습이 어느 정도인지 상기시켜준 경기였다. 다른 투수들보다 세게 던지지 않고, ‘와우’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하는 공은 없지만 영리하다. 타자의 스윙과 생각을 누구보다 잘 읽어내기 때문에 젊은 타자나 공격적인 타자들이 그를 상대할 때 위험하다. 데 라 크루즈가 완벽한 예다. 두 번의 투스트라이크 카운트에서 66마일(106.2km), 67마일(107.8km) 커브에 삼진을 당했다’며 ‘류현진은 스프링 트레이닝 때 기대한 것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좋은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류현진은 올 시즌을 끝으로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 FA 계약이 끝난다. 보통 투수들이 보여온 토미 존 예후였다면 FA로 좋은 계약을 하기 어려웠지만 류현진은 다르다. 지난 2019년 LA 다저스에서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2.32), 사이영상 2위로 FA가 되는 해에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며 대박 계약을 따낸 류현진인데 올 겨울 또 한 번의 FA 대우를 기대케 하고 있다.

30대 중후반 나이로 인해 장기 계약은 어렵겠지만 1~2년 단기로는 못해도 연봉 1000만 달러 이상 계약은 따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30대 중반, 두 번째 토미 존 수술로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류현진은 포기하지 않고 재활에 매진했다. 기막힌 타이밍에 부활하며 스스로 돈복을 부르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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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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